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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전통가곡의 매력을 한껏 뽐낸 렉처콘서트

국가무형유산 김영기 명인과 함께한 공연 <월하의 가사와 마주하다 Ⅱ>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인간 이별 만사중(萬事中)에

독수공방(獨守空房)이 더욱 섧다

상사불견(相思不見) 이내 진정(眞情)을

제 뉘라서 알리 맺힌 시름”

 

이는 한국 전통 성악곡의 한 갈래인 12가사(歌詞) 가운데 하나인 〈상사별곡(相思別曲)〉 가사다.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애정 가사로,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한 뒤 느끼는 슬픔과 외로움, 간절한 그리움을 사실적이면서도 절절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인간의 이별만사(離別萬事) 가운데 독수공방이 더욱 섧다는 것으로 시작하는 〈상사별곡〉이 어제 9월 23일 저녁 7시 30분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 <월하의 가사와 마주하다 Ⅱ>에서 울려 퍼졌다.

 

 

전통가곡은 '절제(節制)'와 '자연스러움', 그리고 성악과 관현악이 이루는 '완벽한 조화'의 음악으로 감정을 폭발시키기보다는 안으로 삭이고, 인위적인 기교를 배제하여 마음을 다스린다. 서양 성악처럼 인위적인 바이브레이션을 쓰지 않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처럼 자연스럽고 담백하게 음을 떨며 노래와 노래 사이에 남는 악기의 잔향과 고요함은 듣는 이에게 깊은 명상과도 같은 평온함을 선사하는 음악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 가곡은 정가(正歌)라고도 부르는데 곡조가 아담하고 바른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이러한 노래를 부르는 가객들이 우선해서 갖추어야 할 덕목이 바로 높은 기품과 바르고 당당한 태도다. 가곡은 ‘판소리, 불교음악인 범패와 함께 한국 3대 성악으로 꼽는데 2010년 유네스코 무형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그 깊고 아름다운 가곡은 한국인의 관심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K-팝에 견주면 참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 가운데 국가무형유산 여창가곡 예능보유자(인간문화재) 김영기 명인의 내공 있는 목소리로 감상하는 공연이 열린 것이다. 특히 이번 공연은 김영기 명인의 스승 월하 선생 창법으로 가사 4곡(백구사, 죽지사, 권주가, 상사별곡)을 집중적으로 공연했다.

 

 

 

 

 

흔히 일반 공연형태처럼 청중은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 공연은 김영기 명인의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가곡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알려주는 렉처콘서트(해설이 곁든 음악회)여서 과연 가곡이 얼마나 감동적이고, 아름다운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또한 김영기 명인과 함께 출연한 이수자 이기쁨, 박희수, 장명서, 김아련, 최여완 가객의 서로 다른 성음이 빚는 아름다움은 감동 그 자체였다.

 

이날 공연에서는 특히 가곡을 공부할 때 보는 정간보에 담긴 재미난 메모를 무대 화면에 띄워주면서 김영기 명인이 구체적인 발성과 함께 설명해 주었는데 가곡의 깊이를 모르는 청중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또한 공연 중간에 스승 김월하 선생에 관한 사랑을 마음속 깊은 데서 끌어 올려 차를 바치는 모습을 그린 사진이 등장해 청중들로하여금 스승 월하 선생과 제자의 사랑을 느끼게해준 대목 역시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공연을 유심히 지켜본 한국전통음악학회 서한범(단국대 명예교수) 회장은 “출연자들의 내공은 물론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가사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끼게 해줄 정도로 표현을 잘했다. 또한 가곡은 어렵다는 인식을 깨기에 충분한 공연이었다. 다만, 객석은 가곡 전공자들도 있었겠지만, 가곡에 초보자인 사람들도 있을 것이어서 가사의 특징을 좀더 평이하게 풀어줬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다.”라고 평했다.

 

경기도 화성시에서 부부가 함께 온 양인선(72) 씨는 “남편은 한마디로 ’집 나간 영혼이 다시 집 찾아 들어온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풍류사랑방에 신발을 벗고 들어와서 앉을 때부터 마음이 편안했다. 또한 김영기 국가무형유산 보유자의 차분하며 다정한 해설을 듣게되어 풍류의 의미를 다시 새겨듣게 되어 국악과 한결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원래 우리의 가곡이 이러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된 것이 이번 음악회에서 느낀 소중한 경험이다. 우리 음악을 갈고 닦아 와 이렇게 격조있는 감상의 기회를 갖게해준  출연자들께 경의를 표한다.”라고 말했다.

 

 

 

또 경기도 고양시에서 온 이한꽃(65) 씨는 “오늘 친구의 권유로 가곡 공연에 처음 왔다. 민요나 판소리 공연 등은 가끔 봤지만, 가곡에는 흥미를 갖지 못했다. 그러나 가곡 공연을 보고 우리소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되었다. 특히 김영기 국가무형유산 보유자께서 직접 해설을 곁들어 주어 가곡의 이해가 어렵지 않았다. 가곡의 맛을 아직 정확히는 모르지만,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우리소리가 매우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도 우리 가곡을 자주 접하고 싶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공연 내내  우리 전통음악을 대중에게 어렵지 않게 다가서려고 노력하는 김영기 명인과 그의 제자인 이수자들에게 청중들은 큰 손뼉을 치고 있었다. 한가위 명절 전인데도 객석을 메운 청중들은 이 보다 멋진 명절 선물은 없었다고  흐뭇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