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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로 누가 피해를 많이 보는가?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151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산업화에 따르는 화석연료(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의 대량 사용은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발생시켰다. 이산화탄소는 대표적인 온실가스로서 온실 효과를 일으켜 대기를 뜨겁게 한다. 지구의 대기가 뜨거워지는 지구온난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자 ‘기후 위기’라는 말이 만들어졌다. 기후 위기 시대에 지구온난화의 피해는 지구상 모든 나라에서 나타날 것이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기후 위기로 피해를 입은 사람은 누구인가?
 

 

먼저 기후 위기를 시간상으로 살펴보자. 기후 위기로 인한 피해는 현재 세대보다 미래 세대에 더 심하게 나타날 것이다. 벨기에의 기후과학자 빔 티에리 교수 연구팀은 2021년에 사이언스(Science)지에 실린 논문 <기후 극단 현상 노출의 세대 간 불평등>에서 세대별 기후 재난 위험을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예를 들어, 2026년 기준으로 66살이 된 사람들(1960년 출생)과 6살 된 아이들(2020년 출생)이 평생 기후 위기로 겪을 위험을 계량화하여 비교하였다. 미래 세대가 겪을 기후 위기로 인한 위험을 어떻게 계량화할 수 있을까? 티에리 교수는 파리기후협약에서 약속한대로 지구평균기온 상승을 2100년까지 1.5도로 억제하는 각국의 목표가 달성되었다고 가정하였다. 낙관적인 기대지만 모든 나라가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한다면 산업화 이전에 견줘서 지구 기온은 2.7도가 올라간다. 해마다 폭염이 발생하는 육지 면적은 지금의 15%에서 2100년에는 46%로 늘어난다.

 

이러한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 심각한 폭염은 얼마나 자주 발생할까? 심각한 폭염의 기준은“100년 빈도 수준 폭염(100년에 한 번 정도 나타나는 매우 강력한 폭염)”으로 정하였다. 모의실험 결과 1960년생은 평균 수명을 살면서 평생 심각한 폭염을 4번 겪는다. 그러나 2020년생은 심각한 폭염을 평생 18번 겪게 된다. 인류가 최선을 다한다 해도 현재 6살인 아이는 66살 할아버지보다 4배나 더 자주 심각한 폭염을 겪게 될 것이다.

 

6살 아이가 평균 수명을 살면서 폭염 외의 심각한 기후 재난에 노출될 기회는 66살 할아버지보다 가뭄은 2배, 산불은 2배, 홍수는 3배가 더 많을 것으로 예측되었다. 쉽게 풀이하면 우리의 손자들은 우리보다 기후위기로 인한 여러 가지 피해를 훨씬 자주 겪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만 그러한 것은 아니다. 지구상 모든 나라에서 태어난 손자들은 할아버지 세대보다 훨씬 더 많은 기후 재난을 겪어야 할 것이다. 기후 위기를 초래한 것은 우리 세대인데, 피해는 미래 세대에게 가중된다. 환경학자들은 이러한 불평등을 ‘세대 간 불평등’이라고 부른다.

 

환경학자들은 기후 재난의 세대 사이 불평등 말고 ‘공간적 불평등’을 지적한다. 같은 2020년 출생자라도 어디에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겪게 될 폭염의 크기가 다르다. 티에리 교수가 폭염 빈도를 지역별로 나누어 분석한 결과 저소득 국가와 기후 취약 지역에서 태어난 어린이가 더 자주 극한 기후에 노출된다. 유럽에서 태어난 어린이는 이전 세대보다 극한 기후 노출이 약 4배로 늘어나는데,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 이남에서 태어난 어린이는 극한 기후 노출이 약 5.7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가혹한 기후 재난을 겪을 사람들은 가난한 나라에서 현재 자라고 있는 아이들, 그리고 그 나라에서 태어날 미래 세대라는 것이 티에리 교수팀의 연구 결과이다.

 

기후 위기의 책임이 가장 적은 나라가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는 역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나라가 태평양 한가운데에 있는 섬나라 키리바시다. 키리바시는 하와이와 오스트레일리아 사이에 있으며 인구 12만 명, 면적은 811 km2에 불과하다. 키리바시의 수도 타라와는 일본 제국주의 전쟁에 강제 동원되어 군사 기지를 건설하던 조선인 청년 1,000여 명이 희생된 비극이 서려 있는 곳이다.

 

타라와에서 관측한 해수면 상승 속도는 1년에 5mm로서 지구평균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이러한 변화가 계속된다면 2050년에는 해수면 상승으로 식수가 오염되고 농사를 지을 수 없어 사람이 거주할 수 없게 된다. 2100년에는 평균 고도가 해발 2m가 안 되는 키리바시 국토의 2/3가 바다에 잠긴다.

 

그렇다면 키리바시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얼마나 될까? 2023년 기준으로 키리바시 국민 한 사람이 배출한 온실가스는 0.73톤으로서 세계인 평균 배출량 4.76톤의 1/6에도 미치지 못한다. 미국인 한 사람이 배출한 13.9톤과 비교하면 19분의 1 수준이다. 키리바시 국민의 기후 위기 기여도는 매우 낮지만, 기후 위기로 인하여 국토가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 불평등한 비극이다.

 

기후 위기의 책임은 미국과 EU의 여러 나라들, 이른바 경제적 선진국들이 더 많이 감당해야 한다. 지난 8월 26일 발생한 네팔의 히말라야 대홍수에서 보듯이, 기후 위기의 피해는 가난한 나라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강력하게 나타난다. 그러므로 기후 위기에 관해서 “모든 국가가 똑같이 책임지자”라는 방식은 절대 공정하지 않다.

 

국제 기후변화 협상에서 이러한 불공정성을 인정하고서 채택한 원칙이 ‘공동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이라는 원칙이다. 모든 국가가 기후변화에 대응할 책임을 공유하지만, 역사적 책임과 경제적 능력에 따라 부담의 크기와 방식은 달라야 한다는 뜻이다. 파리기후변화 협약에서는 이러한 원칙을 명시하면서, 선진국이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은 문서에만 존재할 뿐 실제로는 전혀 구속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미국은 현재의 기후위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나라로 산업화 이후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나라다. 현재에도 국민 1인당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라임은 물론이다. 그런데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1월 21일 재선되어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9월 23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기후변화는 전 세계에 저질러진 최대의 사기극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탄소 감축 정책은 녹색 사기이다. 이 녹색 사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국가는 망할 것이다.”

 

 

누가 이 무지몽매한 남자를 막을 수 있을까? 내년에도, 그 이후에도, 우리 세대가 죽고 우리의 손자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지구촌 곳곳에서 폭염과 가뭄, 홍수, 산불, 흉작, 해수면 상승, 그리고 사막화는 계속될 것이다. 우울한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