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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지혜’란 말 대신 ‘슬기’란 우리말 쓰자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5295]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한 언론에는 “이래서 추석에 깨송편을... 기막힌 조상들의 지혜”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여기 나온 ‘지혜(智慧)’라는 한자말 말고 ‘슬기’라는 우리말도 있음을 사람들을 잘 모릅니다. ‘슬기’는 임진왜란 뒤로 가끔 글말에 적힌 덕분에 무서운 한자말의 발길에 짓밟히면서도 살아남아 오늘 우리네 품까지 안겨 왔습니다. ‘슬기’는 국어사전들이 “사물의 이치를 빨리 깨달으며 사물을 처리하는 방도를 옳게 잘 생각해 내는 재간이나 능력”이라는 뜻풀이와 함께 올림말로 실려 있지요.

 

술 먹은 뒤에 먹는 속풀이 해장국에는 서울 청진동 선짓국, 전주 콩나물국, 섬진강변 재첩국, 충청도 내륙 올갱이국, 강원도 산간지방 북엇국 따위가 있는데 이 해장국들은 음주가무에 능했던 우리 겨레의 슬기가 담겨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문화신문>에선 스마트폰을 ‘슬기’라는 말을 빌려 ‘슬기말틀’이라고 하는데 설득력이 있나요?

 

 

토박이말 말집(사전)을 펴내려고 몸부림치다가 8년 전에 우리 곁을 뜬 고 김수업 선생님(전 우리말대학원장)은 “우리 토박이말에는 이치를 밝히고 올바름을 가리는 일에 쓸 낱말이 모자라 그 자리를 거의 한자말로 메워 쓴다. 이런 형편은 우리말이 본디 그럴 수밖에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머리를 써서 이치를 밝히고 올바름을 가리는 일을 맡았던 사람(지식인)들이 우리말을 팽개치고 한문으로만 그런 일을 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