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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계면 두거를 제창한 이승윤ㆍ홍현수ㆍ이슬기 가객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803]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강권순 가객을 중심으로 해서, 그가 지도한 김승란, 이기쁨과 함께 3인의 제창으로 부른, 계면조 <평거>를 소개하였다.

 

평거(平擧)의 노랫말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굴원(屈原)의 충절을 노래하는 <초강 어부들아>가 대표적으로 불리고 있으며, 그 시작은 제4박에서 하는 형태라는 점, 김승란, 이기쁨은 각기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였고, 각종 경연대회의 수상 경력 또한 화려하며 여러 차례 개인 발표회를 열어 온 현역들이란 점, 이들은 여창 가객의 대명사, 월하 명인을 기리는 자리에, 함께 참여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며 앞으로 더더욱 정진하겠다는 소감도 전하였다.

 

이번 주에는 <계면 두거>의 악곡과 이를 함께 제창한 이승윤과 그의 제자들인 홍윤수, 이슬기 가객을 소개한다.

 

먼저, <계면 두거>는 어떤 악곡일까?

그 이름에 보이는 <계면-界面>이란 말은 <계면조-界面調>를 줄인 이름이며 악조(樂調)의 성격을 뜻하는 용어다. <두거-頭擧>라는 말은 악곡의 이름이다. 다시 말해 여창 <이수대엽>에서 파생되어 나온 악곡의 하나로 <중거>와 <평거> 다음으로 이어 부르는 악곡으로, 첫 부분을 높이 올려 낸다는, 곧 들어낸다는 의미의 곡 이름이다.

 

 

이 노래, 역시 100년 전, 하규일 명인이 《이왕직아악부-李王職雅樂部》에 출강하면서 당시, 아악부 학생들이었던 이병성, 김천흥, 이주환, 이석재, 성경린 등등 당시 악생들에게 지도해 온 노래이다. 이 곡조에 올려 부르는 여러 노랫말 가운데는 “임술지추 칠월 기망(旣望)에”로 시작되는 시조 시(詩)가 널리 알려져 있다. 이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장 임술지추(壬戌之秋) 칠월(七月) 기망(旣望-음력 16일)에,

2장 배를 타고 금릉(金陵)에 나려

3장 손조(釣-낚시) 고기 낚아, 고기 주고 술을 사니,

4장 지금(至今)에

5장 소동파(蘇東坡) 없으니 놀 이(사람) 적어 하노라.

 

이 노랫말은 중국 송(宋)나라의 소동파가 쓴 전 「적벽부(赤壁賦)」의 첫 구절에 나오는 문장으로, 자연에서 시(詩)와 술을 즐기던 당시 사대부들의 유유자적(悠悠自適)하는 풍류(風流)문화의 멋이 가감 없이 그려지고 있다. 조어환주(釣魚換酒), 곧 ‘고기를 낚아 술과 바꾸어 먹는다’라는 말은 옛 시가(詩歌) 구석구석에 자주 보이는 친근한 말이다. 종장(終章)에 나오는 소동파 없어 놀 사람이 적음을 아쉬워하는 대목이 정겹기만 하다.

 

이 노래를 부른 이승윤 가객은 앞에서 소개한 바 있으므로. 이 난에서는 그에게 배운, 홍현수와 이슬기를 소개한다. 홍현수는 국립국악고, 추계예대를 거쳐, 이화여대에서 석, 박사 과정을 수료한 정통파 가객이다. 일찍이 동아 국악콩쿨과 KBS 대경연 정가부문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은 이후, “가무별감(歌舞別監), 세 가지 이야기”라든가, KBS 국악관현악단과 “가을, 국악을 만나다”에서 협연을 한 바 있고, 최근에는 『정가독창회』 “한국의 봄노래”를 프랑스 낭트 코스모 폴리스에서 《한국의 봄 축제》 초청공연을 가진 바 있는, 활발한 젊은 가객이다.

 

 

활발한 활동으로 실력을 인정받아서일까? 홍현수는 각급 학교의 강사 경력도 매우 화려하다. 육군사관학교를 비롯해서 한양대, 이화여대와 동 대학원, 명지대, 백석예술대 등에서 정가 강사로 활동하였고, 국립국악중고교, 부산예술고교, 수원태장고교, 서울사대부중, 분원초등학교 등에서도 강사를 역임하며 많은 제자를 양성해 왔다. 현재, 그는 국가무형유산 <가사> 부문의 이수자와 국가무형유산 <가곡>의 이수자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면서 <12 가사연구회> 대표, <정가앙상블 이플>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당일, 함께 <계면 두거>를 제창한 이승윤 가객이 바로, 고교시절 홍현수에게 정가를 지도해 준 전공 교사이었다고 하며 이렇게 전해 준다.

 

“이승윤 선생님은 정가를 대하는 자세, 음악인의 품격을 강조해 주었으며, 현재까지도 제 음악 인생에 든든한 버팀목이시지요. 정가는 아름다운 전통 성악곡이어서 이를 전공한다는 자체가 애국이라는 말씀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해요. 가곡의 음악적 값어치와 그 정신을 깊이 새겨 공연과 교육, 연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다짐을 하는 그에게 글쓴이가 이렇게 물었다.

 

- 월하 선생을 위한 추모 공연에 참여한 소감과 앞으로의 각오가 있다면?

 

  “저에겐 매우 뜻깊은 무대였어요. 지도해 주신 선생님과 한 무대에 설 수 있어서 더더욱 영광이었고, 소중한 시간이었지요. 무엇보다도 우리 전통 가곡의 큰 스승이신 고 김월하 선생님​을 기리는 추모 공연이어서 뜻이 깊었고, 그 분께서 평생 지켜 오신 가곡의 예술적 값어치와 전승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었어요. 앞으로도 우리 전통 성악의 올바른 계승과 발전을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하는 무대였지요.”

 

공연 당일, 이승윤, 홍윤수와 함께 공연무대에 오른 이슬기 역시, 국립국악고교 시절 이승윤 가객의 제자로, 이화여대 한국음악과-건국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젊은 가객이다. 일찍이 동아 국악 콩쿠르 학생부 <금상>을 비롯해서 전국 정가경창대회 일반부 <대상>, 전국 국악경연대회 일반부 <대상> 등을 받은 재원이다.

 

 

이슬기 역시 어려서부터 익힌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하는 <이슬기 정가 독창회>에서 전문가들로부터 크게 인정받았고, 그 이후에도 크고 작은 다양한 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 오고 있는 중견 가객이다. 그는 자신의 국악고교 재학시절, 이승윤 선생과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이렇게 소개해 준다.

 

  “정가 전공학생이 1명이어서 수업이 1:1개인 지도로 진행되었어요. 그래서 선생님과 많은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지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는 중, 한 번 눈물이 흐르면, 멈추지 못하기도 했는데, 그래서 저에게 ‘수도꼭지’라는 별명도 붙여 주셨지요.”

 

국악고등학교는 해마다 정례 <목멱제-木覓> 행사를 해오고 있는데, 무대에 출연한 선배들의 정가 소리가 너무 예쁘고, 접해 보지 못한 특별한 노래라고 생각되어 자신도 전공과목으로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가곡의 전수생으로는 2005년부터 시작하여, 2016년도에 이수를 했다고 하며. 현재는 중학교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로, 한편으로는 정가관련 공연도 함께하고 있다고 전해 준다. 글쓴이가 그에게 물었다.

 

- 월하 선생의 추모 공연에 참여하면서 특별히 느낀 점이라든가, 또는 각오를 새롭게 한 점이 있다면?

 

  “김월하 선생님의 노래는 나이가 들어 갈수록 참으로 귀한 노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월하 선생님의 첫 전수생이었던 이승윤, 김영기 선생에게 배운, 제자의 제자로 이 공연을 함께했다고 하는 자체가 정가 전공자가 지녀야 할 자부심이자,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의 뒤를 이어가기 위해 더더욱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했던 무대였습니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