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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나들이

두모악에 새긴 영원한 제주의 숨결 '김영갑'

제주 서귀포시 삼달분교 폐교에 둥지를 튼 김영갑 갤러리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두모악’에 새긴 영원한 제주의 숨결 '김영갑'

 

가장 낮은 땅에 뿌리 내린 한 그루 나무가 있었다
가뭄이 살을 찢고 거친 바람이 가지를 꺾어도
그는 깊은 침묵으로 대지의 허기를 채워 나갔다

 

몸속의 수액이 얼어붙고 사지가 굳어가는 겨울이 올 때
그는 오히려 가장 선명한 하늘을 눈동자에 담았다
부서지는 육신의 파편들을 모아
대지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영원으로 묶어 두었다

 

그가 스쳐 간 자리마다 붉은 흙은 살아나고
멈추어 선 시선 끝에는 푸른 숨결이 돋아났다
찰나의 어둠이 그를 삼키려 손을 뻗어 올 때도
그는 스스로 하나의 빛이 되어 어둠의 심장을 찔렀다

 

바람은 이제 구름의 궤적을 그리며 춤을 추고
오름은 그의 거친 숨소리를 품고 나지막이 흐른다
사라짐으로써 비로소 영원이 된 강인한 영혼이여

 

그가 남긴 풍경은 단순한 색채가 아니다
혹독한 계절을 정면으로 받아내며 피워 올린
단 하나의 지지 않는 불꽃이다.  - 두모악의 전설 '김영갑' , 이한꽃-

 

 

* 김영갑(1957~2005) 사진작가는 제주 그 자체이자 제주의 영혼을 상징하는 '한라산'의 옛 이름을 그대로 가져와 폐교였던 삼달분교를 직접 일구어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1985년 제주에 정착한 그는 처절한 가난 속에서도 밥 대신 필름을 사며 제주의 바람과 오름을 카메라에 담는 데 평생을 바쳤다. 2002년 여름, 손가락이 마르고 사지가 굳어가는 루게릭병이라는 불치의 병마 속에서도 불굴의 의지로 갤러리의 문을 열었고 마지막 순간까지 셔터를 멈추지 않았다. 마흔아홉 해의 짧은 삶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제주의 자연을 영원으로 묶어두려 했던 그의 집념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육신은 비록 떠났으나 그가 일군 두모악 갤러리와 남겨진 사진들 속에는 제주의 바람을 사랑했던 그의 위대한 예술 혼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