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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팅/‘아리아리’ / 최용기


파이팅/‘아리아리’


운동 경기에서, 선수들끼리 잘 싸우자, 힘내자는 뜻으로, 또는 응원하는 사람이 선수에게 힘내서 잘 싸우라는 뜻으로 ‘파이팅’(fighting)이란 말을 외친다. 본래 이 말은 영어권 사람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말이다. 영어에서 이 말은 호전적인 뜻으로 ‘싸우자’ ‘맞장 뜨자’는 정도의 뜻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위와 같이 ‘어려움을 무릅쓰고 계속하자’ 뜻으로는 속어로 ‘키프 잇 업’(keep it up)을 쓰고 있다. 다시 말해 ‘파이팅’은 출처가 모호한 가짜 영어인 셈이다.

또 이 말을 ‘화이팅’이라고 소리내는 사람도 적지 않은데, 이것은 ‘외래어 표기법’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물고기인 ‘대구’(whiting) 따위를 가리키는 말이 되어 더욱 이상하다.

원래 우리 겨레는 그런 식의 상소리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한때 국어심의회에서 이 말을 ‘힘내라’로 다듬어 쓰자고 한 바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우리말 순화 운동가 한 분이 이 말을 ‘아리아리’로 바꿔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고 제안하였다. 곧, ‘아리랑’의 앞부분인 ‘아리아리’는 ‘여러 사람이 길을 내고 만들어간다’는 뜻으로 위의 뜻을 잘 뭉뚱그린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예술적이고 도덕적인 우리 민족다운 말’이라고 하였다. 듣고 보니 그럴 듯하여 이쪽저쪽에 알리고 써 보니 썩 어울리는 것이었다. 이 밖에 ‘얼씨구!, 힘내라!, 영차!’ 들도 때에 따라 써볼 만하겠다.

이런 국적 불명의 가짜 외래어가 우리말을 더 갉아먹기 전에 우리말의 순수성을 살려 새 말을 만들어 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아리아리’는 아직 국어사전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자주 써서 이런 토박이말이 많이 실리기를 바란다.

한겨레신문 "말이 올라야 나라가 오른다" 최용기/국어연구원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