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또 오늘은 어머님께서 학질을 앓으실 날이어서 학질 떼는 방법 세 가지를 미리 했다. 하나는 주문을 외우면서 복숭아씨를 먹는 것이요, 하나는 헌 신 바닥을 불에 태워서 가루로 물에 섞어 마시는 것이요, 하나는 제비똥을 가루로 만들어 술에 담가서 코 밑에 대고 냄새를 맡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모두 옛날부터 쓰던 방법으로서 효과가 가장 좋다고 해서 하는 것이요, 어렵지도 않은 것이다.” 위는 오희문이 임진왜란 기간 9년 3개월 동안 쓴 일기 《쇄미록(䨏尾錄)》에 소개된 학질 떼는 방법입니다. 의학이 발달하지 못한 때에는 가장 흔한 병이 학질, 이질, 감기라 했고, 지금으로 보면 그리 큰 병도 아닌 것에 백성들은 큰 고생을 했고, 죽어갔습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학을 뗀다”라는 말이 있었을까요? 확실한 처방이 없었으니 저렇게 놀라게 하거나, 주문을 외우면서 복숭아씨를 먹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조선시대는 의학지식이 발달하지 않아 이런 엉뚱한 민간요법을 쓰는 일이 많았는데, 반면에 조선의 유학자들은 다른 사람들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알고 사람들을 치료하는 것을 중요한 임무로 삼았습니다. 사람들의 아픔 가운데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에서 ‘선비스토리투어’가 오는 4월 20일(토)에 시작된다. 이 체험프로그램은 안동시 관광거점도시 육성사업의 하나로 기획된 것인데, 2022년부터 시작되어 올해 3년째를 맞이했다. 안동에서 즐기는 다채로운 유교체험 프로그램 하루 동안 유교문화 관광코스를 체험하는 ‘선비스토리투어’는 대중교통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안동 북부권의 대표 관광지인 유교문화박물관과 예끼마을(선성수상길), 도산서원 등을 다채로운 체험과 함께 즐길 수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이 밖에도 영향력자ㆍ사진작가ㆍ외국인 등을 초청해 1박2일 또는 2박3일 동안 운영되는 ‘선비풍류투어’를 비롯하여, 서원 선비체험(목판인출체험, 선비음악회), ‘도산을 걷다’-사진전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러한 체험프로그램은 해를 거듭할수록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참여해 꾸준한 호평을 받고 있다. 안동 특산물로 차린 ‘안동선비밥상’으로 선비들의 소박한 삶 체험 특히 올해는 2022년의 ‘종가 다과체험’, 2023년의 ‘종가 접빈한상’에 이어 안동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한 ‘안동선비밥상’이라는 새로운 차림을 개발했다. 안동은 예로부터 산과 밭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무지한 남녀들이 시각에 어두우므로 앙부일구 둘을 만들고 안에는 시신(時神)을 그렸으니, 대저 무지한 자가 이를 보고 시각을 알게 하고자 함이다. 하나는 혜정교(惠政橋) 가에 놓고, 하나는 종묘 남쪽 거리에 놓았다.” 이는 《세종실록》 77권, 세종 19년(1437) 4월 15일 기사로 ‘앙부일영(仰釜日影)’으로도 불리는 ‘앙부일구(仰釜日晷)’는 솥이 하늘을 바라보는 듯한 모습을 한 해시계라는 뜻인데 우리말로는 ‘오목해시계’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내용을 보면 글자를 모르는 백성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오목해시계 안에 12지신 그림을 새겨 넣어 시간을 잘 알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그때 양반들만 알던 한자로 써놓으면 한자를 모르던 백성에겐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을 묘시(卯時) 곧 새벽 5~7시는 토끼, 진시(辰時) 곧 7~9시는 용, 사시(巳時) 곧 9~11시는 뱀, 오시(午時) 곧 11~1시는 말, 미시(未時) 곧 낮 1~3시는 양, 신시(申時) 곧 3~5시는 원숭이, 유시(酉時) 곧 저녁 5~7시는 닭 그림으로 표시해 놓은 것입니다. 당시 시간을 측정하고 알리는 것은 임금 고유 권한이었습니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동 심 초 - 김억 작시, 김성태 작곡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불꽃이 밤하늘에 흩날리면서 멋진 풍경을 연출하는 낙화놀이를 관람하려는 예약자가 많아, 지난달 13일 인터넷을 통한 1차 예약에서 6천 명분이 37분 만에 마감됐다.” 지난 4월 11일 연합뉴스에는 '함안낙화놀이' 관람 예약이 1분도 안 돼서 매진됐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함안낙화놀이'는 해마다 석가탄신일에 경남 함안 무진정 일대서 열리는 함안 고유의 민속놀이로 연등과 연등 사이에 참나무 숯가루로 만든 낙화를 매달아 이 낙화에 불을 붙여 꽃가루처럼 물 위에 날리는 불꽃놀이다. 일제 강점기에는 민족정기 말살정책에 따라 중단되었다가 1985년 복원되어 해마다 ‘낙화놀이’를 연다. 그런데 이즈음이면 실제 꽃이 떨어져 흩날리는 광경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봄이 되면 흐드러졌다가 꽃보라가 날리는 것이다. 특히 벚꽃이 흐드러진 곳에서는 한꺼번에 떨어지는 꽃보라에 우리는 꽃멀미를 하며 섬뜩함까지 느껴지는 까닭은 왜일까? 어쨌든 꽃이 흐드러진 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호조가 아뢰기를, ‘해조가 노직 당상가선첩 각 2백 장과 추증당상가선실직첩 각 1백 50장을 만들어 보내어서 곡식 얻을 길을 넓히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전교하기를, ‘윤허한다. 이것은 인가? 이 일에는 임진년 이래로 거짓되고 간사한 일이 없지 않았다. 비록 혹 내려보내더라도 상세하게 행회(行會)해서 이런 폐단이 없게 하라.’ 하였다. 위는 광해군일기[중초본] 114권, 광해 9년(1617) 4월 12일 기사로 여기나오는 ‘공명고신(空名告身, 공명첩)’은 나라의 재정이 부족할 때 관직명만 적고 이름은 비워둔 채 발행되는 조선후기 관직을 강매했던 가짜 임명장입니다. 조선시대에 관원에게 품계와 관직을 내릴 때 주는 임명장을 교지(敎旨)라고 합니다. 교지는 관원을 임명할 때뿐만 아니라 임금이 시호(諡號), 토지, 노비 등을 하사할 때도 발급되었는데, 대한제국 때에는 황제가 내려주는 칙명(勅命)이라는 문서가 이를 대신하게 됩니다. 여기 국립고궁박물관에 교지도, 칙명도 아닌 교명(敎命)이란 이상한 문서도 있습니다. 더구나 임명되는 사람 이름은 비워두고, 날짜는 광무 6년 3월 아무개 날(날짜는 기록하지 않음)인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평안북도 운산군 용호동에 있는 고분 3기 가운데 ‘궁녀의 묘’로 전해지는 네모난 돌방무덤에서 출토된 쇠(철)로 만든 부뚜막이 있습니다. 크기는 길이 67.2cm, 높이 29.1cm, 너비 23cm입니다. 긴 네모꼴 한쪽에 아궁이와 솥 구멍을 마련하고, 반대쪽에 굴뚝을 붙인 모양이지요. 아궁이와 굴뚝을 옆으로 나란히 배치한 점이 특징으로 이마에는 불꽃모양 무늬가 있습니다. 휴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실제로 사용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기서 ‘부뚜막’이란 것은 아궁이 위 가마솥이 놓인 언저리에 흙과 돌을 쌓아 편평하게 만들어, 솥에서 음식을 담아내는 그릇을 두거나 간단한 음식 재료를 준비하는 곳입니다. 아궁이는 불을 때기 위하여 만든 구멍이기에 아궁이는 부뚜막 일부로 봐야 합니다. 보통 부뚜막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지만, 전남지역에서는 ‘부수막’, ‘부숭’, 제주도에서는 ‘솟덕’으로 부르며, ‘화덕(火德)’이라고 부르는 곳도 있는데 이는 중국어에서 빌려 온 말이며, ‘노지(爐址)’라는 말은 일본어에서 들어온 것입니다. 부뚜막이나 아궁이는 유구나 유물로 확인되지만, 국립중앙박물관에는 3세기 전반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1934년 오늘(4월 5일)은 최현배 선생이 동광당서점을 통해서 《중등조선말본》 초판을 펴냈습니다. 《중등조선말본》은 본래 선생이 조선어학회의 ‘한글 마춤법 통일안’(1933)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하여 낸 책입니다. 당시 한반도 안에서는 물론이고 만주와 나라 밖에서도 널리 사용된 문법 교과서지요. 최현배 선생 개인으로는 이후 1937년에 펴낸 기념비적 책인 《우리말본》을 준비하는 가운데 나온 교과서라고 합니다. 《중등조선말본》은 ‘첫재 매[第一篇] 소리갈[音聲學], 둘재 매 씨갈[品詞論], 셋재 매 월갈[文章論]’로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또 문법(文法)이란 한자말 대신 말본, 명사 대신 이름씨, 대명사 대신 대이름씨, 동사 대신 움즉씨, 형용사 대신 어떻씨, 부사(副詞) 대신 어찌씨, 조사(助詞) 대신 토씨라고 쓰는 등 토박이말로 10개 품사를 설정하고 있습니다. 《중등조선말본》은 처음 펴낸 지 5달 만에 재판을 찍을 정도로 급속도로 퍼져 나갔으며, 1938년 6월에 제4판을 찍으면서 개정판을 발행하기에 이릅니다. 또 광복 뒤 1945년에 이 개정판의 지형을 써서 정음사에서 다시 펴내 해방 공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아무 날에 누구의 아무나가 되어 어떤 날에 서로의 지음이 되어 이 세상의 낮과 밤의 주인이 되어 이 붓끝으로 은빛 창문이 노을을 누르면 구슬 문이 바다에 다다르면 세 하늘의 해와 별을 돌리시고 맑은 바람과 이슬 속에 노니소서 이는 어제 4월 3일 저녁 4시 서울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에서 공연한 ‘콘텐츠플래닝’의 뮤지컬 <난설> 무대에서 울려 퍼진 노래로 <난설>의 주인공인 허초희와 허균, 이달이 세상 사람을 향해 외치는 소리다. 이 세상, 어떤 날에 서로의 지음이 되면 정말 아름다운 정경이 펼쳐질 것이 아닌가? 뮤지컬 <난설(蘭雪)>, 굳게 닫혀있는 세상의 문을 오직 붓 하나로 열고자 한 천재시인 허초희, 어둠을 밝히는 재능을 한눈에 알아본 스승 이달과 아우 허균, 세상의 밤을 먹으로 갈아 그들이 그린 세상과 시, 눈처럼 흩어져 비로소 이 세상에 닿은 세 사람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그려졌다. '난설'은 허균이 세상에 전하고자 하는 허난설헌의 시이자 의미며, 아직 소화되지 못한 채 허균 안에 남아있는 허난설헌의 시를 세상에 드러낸 것이다. 극작가 옥경선은 “비록 그것이 상처뿐일지라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동아일보 1927년 8월 2일 치에는 <모녀 일시 익사(溺死), 너무 더워 목욕하다가 빠저, 딸 건지러다 희생된 어머니>라는 제목으로 ”모녀는 동리 앞 저수지로 목욕하러 갔다가 물에 ᄲᅡ져 애처롭게도 두 모녀는 영원한 물나라로 가고 말앗다는데 이제 그 흉보를 들은 가족은 물론 린근 동리 사람들ᄭᅡ지 그를 불상히 녁안다더라”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 기사의 제목처럼 ‘너무’라는 말은 부정적으로 쓰이는 말입니다. ‘너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어찌씨(부사)로 “정해진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 또는 보통을 훨씬 넘어서는 정도로”라고 풀이합니다. 오랜만에 여자 친구를 만난 남성이 “너무 예뻐졌네”라고 합니다. 그러면 상대 여성은 부정적인 말 ‘너무’가 들어가니 지나치게 예뻐져서 안 좋다는 말로 들을 수 있습니다. 이때 우리는 “참 예뻐졌네”라고 말하면 좋을 것입니다. 방송이나 많은 이들이 쓰니까 써도 괜찮지 않으냐고 하지만 내가 앞장서서 쓰면 안 될 일입니다. 길에 가다가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욕을 하고 거친 말을 쏟아내는 것을 봅니다. 자기들끼리야 그렇게 하는 게 소통이 잘 될지 몰라도 다른 사람은 그 사람을 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