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어떤 오도송(悟道頌) 물고기가 차를 달일 수 있나 (돌) 겹겹 산이 연꽃이 될 수 있나 (심) 일상의 끈을 풀곤 눈부심에 (빛) 맨발 쓰다듬고 휘파람 부네 (달) ... 25.7.5. 불한시사 합작시 ㅡ바다 밑 제비집과 불 속 거미집ㅡ [어떤 오도송]은 효봉선사(曉峰禪師)의 오도송(悟道頌)을 염두에 두고 쓴 불한시사(弗寒詩社)의 합작시이다. 옛 선객(禪客)이 화두(話頭)를 던지듯 필자가 “물고기가 차를 달일 수 있나”라는 첫 구를 발구(發句)하였으므로, 이 시의 인연과 뜻을 밝히는 주(註) 또한 필자가 쓰는 것이 마땅하리라 생각한다. 효봉선사(1888~1966)는 근현대 한국 선문(禪門)을 대표하는 높이 우뚝 솟은 선승이다. 속명은 이찬형(李燦亨)으로, 일제강점기에 약 10년 동안 판사로 재직하였다. 독립운동을 한 동포에게 사형을 선고해야 했던 시대적 모순과 양심의 고통을 견디지 못해 법복을 벗고, 한동안 엿장수 행색으로 전국을 떠돌며 참회의 길을 걸었다고 전한다. 이후 서른여덟의 늦은 나이에 금강산 신계사(神溪寺) 보운암(普雲庵)의 석두화상(石頭和尙)을 찾아 출가하였다. 늦게 출가한 만큼 그의 정진은 더욱 치열했다. 한번 좌선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흥남부두 눈보라가 휘날리던 부둣가 (돌) 자유 찾아 목숨 건 아비규환 (심) 금순아, 목을 놓아 불러봤다 (빛) 통곡이 맴도는 동쪽 바다여 (달) ... 25.6.19. 불한시사 합작시 6·25전쟁의 흥남철수 당시 미군은 보따리 피난민을 10만 명이나 군함들에 태우고 부산과 거제도로 피난시켰다. 전투장비를 바다에 던져 버리고 피난민을 구해낸 세계전사상 가장 위대한 전쟁휴매니즘의 쾌거다. 신앙심이 깊었던 미군이 아니면 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당시에 12명 정원의 상선 매러디스 빅토리아호는 피난민을 가장 많이 실었는데, 무려 14,000명이나 싣고 3일 만에 거제도에 도착했다. 살벌한 파도를 뚫고 내려와 보니, 사망자는 한 명도 없고 오히려 신생아가 5명 태어나 승선인원이 늘어나 있었다. 마침, 크리스마스였기에, 이 사건은 크리스마스의 기적으로 알려졌다. 당시의 선장은 레너드 라루였는데, 귀국한 뒤에 수도사가 되어 일생을 마쳤다. 천주교에서 시복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은 매러디스 빅토리호가 페선이 되어 중국에 팔려나갔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사들여 전쟁기념관에 전시해야 했을 텐데, 어쩌다 흥남철수의 원인 제공자인 중국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맥아더 장군 인천항 자유공원에 서 있네 (돌) 한국을 구한 불멸의 맥장군 (심) 그 앞에서 은혜를 되새기며 (달) 늘 굳건 하리라 다짐한다네 (빛) ... 25.6.20.불한시사 합작시 인천 자유공원 언덕에 우뚝 선 맥아더 장군 동상은 단순히 한 장군의 기념상이 아니다. 그것은 자유를 지켜 낸 한 사람의 결단을 기념하는 조형물이다. 절망의 끝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자유의 상징이며,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희망은 살아 있다는 역사의 증언이다. 더글러스 맥아더(Douglas MacArthur, 1880~1964)는 미국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 역사상 가장 뛰어난 생도 가운데 한 사람으로 손꼽힌다. 그는 1903년 졸업 당시 최상위권의 성적으로 이름을 남겼고, 뛰어난 지략과 강한 책임감으로 일찍부터 군 지도자의 자질을 인정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필리핀 방어전과 남서태평양 전역을 지휘하며 일본군의 진격을 저지하였고, "I shall return(나는 반드시 돌아오겠다)."라는 약속을 끝내 실현하여 필리핀을 해방시켰다. 이어 일본의 항복을 받아내고 연합군 최고사령관으로 전후 일본의 민주화와 재건을 이끈 그의 업적은 현대사의 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아, 화성(火星) 거기도 지구의 사막 닮았네 (돌) 붉은 모래 침묵의 이웃이어 (달) 생명의 추억을 씹고 있는가 (빛) 생명의 근본은 무생명인가 (심) ... 25.6.16. 불한시사 합작시 ㅡ 화성, 생명 이전의 침묵을 향하여 ㅡ 인류는 오래전부터 밤하늘의 붉은 별을 바라보며 질문해 왔다. 저 붉은 땅에도 한때 강이 흘렀을까. 생명은 태어났다가 사라진 것일까. 아니면 아직도 침묵 속에서 깨어날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화성은 태양계에서 지구와 가장 닮은 행성이다. 거대한 협곡과 화산, 극지의 얼음, 오래전 물이 흘렀던 흔적들은 그곳이 한때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계였음을 말해 준다. 그러나 지금의 화성은 끝없는 붉은 사막과 차가운 바람만이 지나는 침묵의 행성이다. 바로 그 침묵 속에서 일론 머스크는 새로운 문명을 꿈꾼다. 그에게 화성은 단순한 우주 탐사의 목적지가 아니다. 인류 문명의 두 번째 고향이며, 지구 생명의 씨앗을 다시 심을 새로운 대지이다. 스페이스X는 거대한 스타십(Starship)을 통해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의 사람과 물자를 반복적으로 화성에 보내고, 장차 자급자족하는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비전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장맛비 장대비에 짓무른 사방 천지 (돌) 천둥과 벼락에 기겁한 땅낯 (심) 올 비는 와도 짓물지나 말지 (빛) 썩고 병든 것들 쓸어버리게 (달) ... 25.6.21. 불한시사 합작시 - 비는 강을 가르지 않고, 사람의 마음만 경계를 만든다. - 장마철에 북쪽 땅을 돌아 발해를 건너 압록강 하구의 옛 안동, 오늘의 단동에 이르렀다. 이곳에도 장맛비가 내리고 있었다. 삼천리 반도가 본래 하나의 산맥과 강물, 하나의 바람과 구름으로 이어져 있으니 남과 북의 기후가 크게 다를 까닭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낯선 북방의 도시에서 익숙한 빗소리를 듣자, 마음 한쪽이 놓였다. 비는 국경을 묻지 않고, 구름은 이념을 알지 못한다. 남쪽 산천을 적시던 장맛비가 북녘 강산에도 내리고 있다는 평범한 사실이 오히려 오랜 분단의 부자연스러움을 새삼 일깨운다. 이곳에서 지난해 불한시사의 합작시 「장맛비」를 다시 읽는다. "장대비에 짓무른 사방 천지 / 천둥과 벼락에 기겁한 땅낯 / 올 비는 와도 짓물지나 말지 / 썩고 병든 것들 쓸어버리게". 이 짧은 네 행의 합작시 안에는 장마철의 풍경만이 아니라 시대를 바라보는 마음의 풍경이 담겨 있다. 장대비에 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푸른 달밤 호수에 어리는 산과 나무들 (돌) 깊고 푸른 밤을 수놓는 별빛 (심) 잠 못드는 사람들의 뒤척임 (달) 이 밤이 가야 돌아올 님이여 (빛) ... 25.6.20.불한시사 합작시 삼십여 년 만에 다시 찾은 압록강은 여전히 말없이 흐르고 있었다. 끊어진 철교는 세월을 견디며 녹슬었지만, 강물은 예나 지금이나 쉼 없이 흘러간다. 명나라 이여송의 군대가 건너고, 왜군이 건너고, 또 중공군이 건넜던 그 강은 수많은 역사를 품은 채 오늘도 묵묵히 흐를 뿐이다. 그 모습을 바라보니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가 문득 떠올랐다. 변하는 것은 사람과 시대지만, 강은 모든 것을 품고 흘러간다는 사실만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강가의 풍경은 많이 변했다. 한때 낚시를 드리우던 위화도의 갈대밭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아파트와 붉은 벽돌집들이 대신하고 있었다. 마치 남쪽의 을숙도가 옛 모습을 잃어버린 것처럼, 강둑에는 나무 한 그루 없이 인공의 풍경만 길게 이어진다. 강 양안의 도시는 서로를 마주 보며 달라졌지만, 사람의 마음은 그 도시보다 더 멀어질 수도, 더 가까워질 수도 있다. 오늘 나는 제자가 건너간 강 위의 철길을 바라보았다. 다시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하지(夏至)에 5월의 남미 낙엽지던 가을 (돌) 6월의 동지 흰눈이 내릴까 (빛) 여기는 장마철 뜨거운 여름 (달) 교차하는 계절 태극의 음양 (심) ... 25. 6. 22.불한시사 합작시 계절이 서로를 비추는 오월 남미의 하늘은 맑고 아름다웠다. 하지(夏至)는 북반구에서 태양이 가장 높이 떠오르는 날이다. 한국에서는 장마가 시작되고 뜨거운 여름이 무르익지만, 지구 반대편 남미에서는 낙엽이 지고 겨울이 문을 여는 계절이다. 같은 태양 아래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계절을 살아가는 지구의 신비는 태극의 음양처럼 서로 마주 보며 하나의 질서를 이루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한다. 작년 이맘때 나는 남미 다섯 나라를 여행하였다. 브라질, 페루, 볼리비아, 파라과이, 아르헨티나를 돌며 문학과 예술, 그리고 자연과 문명의 깊은 숨결을 만나는 귀한 시간을 가졌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는 한국문학과 남미 라틴문학을 주제로 세미나와 토론이 열렸다. 언어는 달라도 문학이 인간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사실은 서로 다르지 않았다. 이어 남미 문학의 거장들이 잠든 기념관과 문학관을 찾아다니며, 작품이 태어난 삶의 현장을 직접 걸었다. 책으로 읽던 문학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백련(白蓮) 푸른 바위 연못에 핀 백련꽃 (돌) 그대 그리워 다시 돌아보네 (달) 창백한 순수로 오롯한 자태 (빛) 진흙 속에서 하얀꽃 피우네 (심) ... 25. 6. 25. 불한시사 합작시 지난해 오늘, 불한시사 시벗들과 함께 한 편의 합작시를 지었다. 짧은 네 행의 시였지만, 그 속에는 옥광과 한빛, 심중과 라석이 하나의 연꽃으로 피어나듯 시의 뜻이 담겨 있다. 올해 같은 날, 그 시를 다시 펼쳐 읽으니 문득 코로나 펜데믹 시절 불한산방 벌바위에서 썼던 졸시 [연꽃 추억 셋]도 떠올랐다. 세월은 365일을 한 바퀴 돌아 다시 같은 날짜를 데려왔지만, 이미 같은 시간은 아니다. 같은 자리 같으나 이미 다른 자리이고, 같은 사람 같으나 이미 더 늙은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강물은 같은 물이 아니고, 연못의 연꽃도 해마다 새롭게 피어난다. 그러나 그 향기만은 시간을 건너 마음속에서 다시 피어난다. [연꽃 추억 셋]에는 세 송이의 연꽃이 있다. 황련(黃蓮)은 성북동 산정(山丁) 화백의 무송재(撫松齋)에서 처음 만난 귀한 황금빛 연꽃이다. 세상의 인연은 흔하지만 귀한 만남은 드물다. 해마다 잠시 피었다 사라지는 황련은 사람 또한 때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홍차(紅茶) 녹차가 어찌 홍차가 되었나 (돌) 동서양의 거리 그 입맛이지 (달) 좋은 물맛은 어디나 정화수 (심) 오감 통해 나 보는 방편일 뿐 (초) ... 25.2.20. 불한시사 합작시 녹차는 어찌 홍차가 되었나. 녹차에서 홍차로, 동서양을 잇는 한 잔의 역사를 돌아보게 된다. 차(茶)의 역사는 대략 5천 년 전 중국에서 시작되었다고 전한다. 전설 속의 신농씨가 끓는 물에 떨어진 찻잎을 마신 뒤 그 효능을 발견하였다는 이야기는 오늘날까지 널리 전해지고 있다. 초기의 차는 음료가 아니라 약초였다. 이후 불교와 도교의 수행 문화 속에서 정신을 맑게 하는 수양의 도구가 되었고, 당나라와 송나라에 이르러서는 문인과 선승들의 풍류 문화로 발전하였다. 특히 육우가 저술한 《다경(茶經)》은 차 문화를 체계화한 첫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초기 중국인들이 마신 차는 대부분 비발효차인 녹차 계통이었다. 그러나 명나라 이후 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찻잎을 산화ㆍ발효시키는 방법이 등장하였다. 그 결과 우롱차, 보이차, 홍차 등이 차례로 발전하였다. 오늘날의 홍차는 주로 17세기 전후 중국 복건성과 무이산 일대에서 체계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선원전(璿源殿) 현판 선원전 그 현판 찾아오다니 (돌) 먼지 덮인 저 글자 낡은 목괴 (달) 부끄러운 역사 숨고 싶은 듯 (초) 망국과 광복이 현판의 운명 (심) ... 25.2.5. 불한시사 합작시 선원전(璿源殿)은 경복궁 안에 있던 조선 왕실 으뜸 전각 가운데 하나로, 역대 임금과 왕비의 어진(御眞)을 모시고 제향을 올리던 왕실 정신문화의 중심 공간이었다. 조선 왕조의 정통성과 역사, 그리고 선조에 대한 예(禮)의 정신이 집약된 상징적 장소였으며, 궁궐 내에서도 가장 높은 위계를 지닌 전각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1910년 국권이 침탈되고 일제강점기가 시작되면서 선원전의 운명도 크게 바뀌었다. 일제는 조선의 역사와 정체성을 상징하는 경복궁의 수많은 전각을 헐거나 이전하였고, 궁궐 중심부에는 조선총독부 청사를 세워 식민지 지배의 권위를 과시하였다. 그 과정에서 선원전 역시 철거되었고, 전각에 걸려 있던 현판 또한 일본으로 반출되었다. 한 나라의 왕실을 상징하던 현판은 그렇게 본래의 자리에서 쫓겨나 일본의 한 지방 창고 천장에 오랫동안 방치되었다. 비바람도 맞지 못한 채 먼지 속에 숨어 있던 그 나무판은 단순한 목재가 아니라,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