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K 교수가 “요즘 무슨 바쁜 일이 있느냐?”라고 물었다. 미스 K는 얼굴빛이 흐려지더니 식당을 접을까 한다고 말한다. 공기가 좋고 경치가 좋아서 내려왔는데, 식당 일이 돈은 벌리지 않고 힘만 든다고 한다. 방학이 되면 손님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은 했는데, 막상 방학이 되니 매상이 1/3로 줄었다고 한다. 그래서는 도저히 수익을 낼 수 없고 돈만 까먹는다고. 그럼, 무슨 사업을 구상하고 있느냐고 물어보니, 영화사를 만들려고 한단다. 예전에 영화를 만들어본 경험이 있단다. 마침, 잘 아는 친척 언니가 자금을 댄다고 해서 요즘 서울에서 영화사 만드는 일을 추진한다고 한다. K 교수는 순간적으로 걱정이 스쳤다. 그러면 “지난번에 나와 골프 약속한 것은 깨지느냐?”라고 물었다. 미스 K는 “약속은 유효하고 꼭 지키겠다”라고 대답했다. 그래도 K 교수는 안심이 되지 않았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는데 믿을 수가 있을까? 장난처럼 말로 한 약속을 그녀가 지킬 것인가? K 교수는 오랜만에 스파게티를 먹고서 ㅈ 교수와 함께 학교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K 교수는 ㅈ 교수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걱정스러운 생각이 꼬리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기다리고 기다리던 약속 날이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자 억제할 수 없이 설레는 마음은 흡사 초등학교 시절에 소풍 가는 날 아침과 비슷하였다. 그렇지만 K 교수는 ‘펜스 룰’을 잊지 않았다. 학교로 출근하자마자 이과대학의 ㅈ 교수에게 점심을 같이 먹자고 전화했다. 정오쯤에 K 교수는 ㅈ 교수와 같이 미녀식당으로 갔다. 방학이 되면 교수들은 의무적으로 학교에 나올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이공 계열 교수들은 연구과제와 관련된 실험을 하므로 대부분 방학 중에도 학교에 나왔다. ㅈ 교수도 방학 동안에 날마다 학교에 나오는 사람이었다. ㅈ 교수는 이른바 KS 출신으로서 고등학교 때부터 공부를 잘했다. 특히 과학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 주었다. 그는 컴퓨터 공학 전공으로 카이스트(KAIST)에 수석으로 들어가고 수석으로 졸업했다. 졸업하자마자 스카우트 되어 S 대학 교수로 오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공부만 잘하는 사람이었고, 사회생활은 빵점이었다. 학교에 출근하면 연구실과 강의실과 실험실만 오갔다. 다른 사람과 점심을 같이 먹지 않았다.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혼자 먹었다. 그러니 연구 업적은 뛰어나지만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3월에 시작된 봄 학기는 16주간이 지난 뒤 여름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끝났다. K 교수는 채점도 끝나고 이제 시간상으로 좀 여유가 생겼다. 해는 점점 더 북쪽에서 떠오르고 날씨는 점점 더워졌다. 나무들은 한여름 동안 열심히 광합성을 하여 양분을 만들고, 열매를 만들고, 나이테를 늘린다. 봄은 지났지만, 여름에도 산과 들에는 계속해서 꽃이 피어난다. 자귀나무, 배롱나무, 능소화 등은 여름에 꽃이 피는 나무다. 여름에도 땅에서는 여러 가지 이름 모를 풀이 자라나고 풀꽃이 계속 피어난다. 방학이 되어도 K 교수는 날마다 학교에 나간다. 서울에서 통근할 때도 그랬지만 학교 후문 뒤 수기리에 이사 온 뒤에도 날마다 학교에 나간다. K 교수는 걸어서 학교에 간다. 전원주택에서 학교까지는 걷기에 적당한 거리다. 집에서 연구실까지 30분 정도 걸린다. 마을이 보통리 호숫가에 있기 때문에 ‘호수 마을’이라고 들머리에 간판까지 만들어 세워놓았다. 호수 마을 집들은 도시처럼 시야를 가로막는 담벼락 대신 초록색을 칠한 철망이나 나지막하고 성긴 나무 울타리를 쳤다. 집안에 심은 과일나무며, 상추 쑥갓 등의 채소, 그리고 여러 가지 종류의 꽃들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사지선다 문항 (1) S전문대 정문 앞에 노래방이 있습니다. 노래방에 같이 가서 노래를 1시간 부른다. (2) 보통 저수지에 퀸레져라고 오리배 타는 곳이 있습니다. 오리배를 30분 같이 탄다. (3) 화성군 서쪽에 제부도라는 섬이 있습니다. 제부도에 가서 바지락 칼국수를 같이 먹는다. (4) 용인에 레이크힐스 CC가 있습니다. 골프장에 가서 골프를 같이 친다. “네 가지 가운데에서 고르세요." "교수님은 무얼 원하세요?” “4가지 전부요.” “호호호. 꿈도 야무지셔라. 호호호...” “꿈은 클수록 좋지 않겠어요?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믿고서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이건 허황한 꿈이지요. 생각해 보세요. 사지선다에서 네 가지를 다 고르면 틀린 답이 되고 점수는 빵점이에요, 빵점.” “그런가요? 그럼 양보하겠습니다. 한 가지만 고르세요.” “교수님 잠깐만! 그런데, 제가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그것도 빵점이에요. 은정 씨가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으면 나는 당장에 파스타 밸리 홍보이사 사표 내고 내일부터 경쟁 음식점으로 가겠습니다.” “호호호. 그러시면 안 되는데.... 네 개 문항이 모두 까다롭네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한 시간 정도 지나서 미스 K가 주방에서 나왔다. 베란다에 있는 K 교수와 눈이 마주쳤다. 미스 K가 미소를 지으며 사뿐사뿐 걸어왔다. 그녀는 언제 보아도 빼어난 미녀인 것은 분명했다. 서로 마주 보며 앉았다. “교수님, 언제 오셨어요?” “한 시간 전에.” “왜 저를 부르지 않았어요?” “텔레파시를 실험해 보려고요.” “텔레파시 실험하면서 무얼 좀 드셨나요?” “아이스크림을 먹고 나서 뜨거운 허브차를 마셨습니다.” “차가운 아이스크림에다가 뜨거운 허브차를? 왜요?” “뜨거운 가슴을 식히려고 아이스크림을 먹었더니 너무 차가워져서 허브차로 다시 뜨겁게 했습니다. 뜨거운 가슴을 조절하기가 참 어렵네요.” “호호호. 뭐가 어려워요? 중용을 지키세요. 호호호.” “중용이 말처럼 쉬운가요? 내가 은정 씨를 만난 것이 축복인지 재앙인지 알 수 없네요.” “호호호. 교수님도....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려있지 않나요? 마음이 편한 쪽으로 선택하시면 될 텐데... 호호호.” 미스 K는 그날 저녁 7시에 단체손님을 받기로 되어 있어서 음식재료를 준비하느라고 주방에서 계속 일했다고,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미녀가 미안하다고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대추꽃 이후에 꽃이 피는 나무는 배롱나무다. 배롱나무는 나무줄기가 매끄럽다. 배롱나무는 목백일홍이라고도 부르는데, 여름 내내 백 일 동안 작은 가지들 끝 쪽에 작고 붉은 꽃이 계속해서 핀다. 배롱나무는 원래 남도 지방에서만 자라는데, 최근에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기온이 높아져 중부 지방에서도 관상수로 많이 심는다. S대 학생회관 오른쪽 앞 정원에 작은 배롱나무 세 그루가 심겨 있다. 학기말 고사 시험기간 중인 어느 날 낮 3시 무렵 미스 K가 K 교수의 연구실로 전화를 걸어왔다. 안 바쁘시면 커피 마시러 오시라고. 먼저 미스 K가 전화를 걸어서 K 교수를 초대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K 교수는 3시 30분에 시험감독을 해야 해서 미스 K의 초대를 아쉽지만 거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시간 시험감독이 끝나고서 4시 40분에 K 교수는 미녀식당으로 차를 몰았다. 미스 K는 주방에서 일하고 있었다. 달그락달그락 일하는 소리는 들리는데, 나타나지는 않았다. K 교수는 베란다로 나가서 자리를 잡았다. 알바 종업원이 와서 “무얼 주문하실까요?” 물었다.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이제 계절은 여름이 시작되었다. 바닐라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도올 김용옥은 선악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선의 대립 개념으로서 악(不善)이란 그 나름대로 독립된 실체가 아니라 선의 결여 상태일 뿐이라는 것이다. 선 자체도 악에 대칭되는 선이 아니며 서양인들이 말하는 ‘good’이라는 개념이 아니다. 선은 우리말로 ‘착할 선’ ‘좋을 선’ ‘잘 선’으로 훈을 다는데, 선의 의미를 가장 잘 나타내는 우리말은 부사적, 형용사적으로 자주 쓰이는 ‘잘’이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미의 대립은 추가 아니고 오(惡)이듯이, 선의 대립은 악이 아니고 불선이며 선과 불선은 정도의 문제지 실체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를 ‘악의 축’이라고 말한 것은 지극히 서양적인 사고방식이다. 2002년 부시 대통령은 국정 연설에서 북한ㆍ이란ㆍ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선언하고 2003년에 이라크를 침공하였다. 노자의 관점으로 해석한다면 이라크의 후세인은 악이 아니고 부시 대통령이 생각하는 선이 좀 부족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라크의 후세인은 악의 축이기 때문에 때려 부숴야 한다”라는 것은 서양적인 사고방식이다. 노자의 관점에서는, 후세인도 개과천선하면 부시처럼 선한 사람이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지난주에 공대 학장인 ㅂ 교수가 미녀식당에 와서 미스 K와 차를 마시는 중에 이탈리아 여행 이야기가 나왔단다. 우리나라 라면 업계에서 3위를 유지하고 있는 대기업 회장의 아들인 ㅂ 교수는 일찍이 미국으로 유학하였다. 유명 공대에서 미사일 유도 기술을 공부한 그는 졸업한 뒤 바로 무기 관련 미국 회사에 취업하여 잘 나갔다. 그러다가 나이 50을 넘게 되자 고향 생각도 나고 친구들도 만나고 싶어서 귀국했는데, S대 총장이 학장으로 초빙하여 뒤늦게 교수가 되었다. 외국 여행이 취미인 ㅂ 교수는 방학만 되면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닌다. ㅂ 교수는 요리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파스타 요리를 좋아한단다. 몇 년 전 그가 이탈리아 나폴리에 여행 갔다가 우연히 책방에서 영어로 쓰인 파스타 요리책을 한 권 사왔다. 그런데 미스 K가 파스타 요리를 연구한다는 것을 알고서 그 책을 선물로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그날의 대화 주제는 아름다움, 곧 미(美)에 관한 것이었다. ㅅ 학장이 미스 K에게 물었다. “K 사장님은 40대라고 알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그렇게 아름다운 몸매를 유지할 수 있나요? 제가 보기에는 20대로 보여요.” “호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중소기업 사장으로서 세상 물정에 밝은 ㄹ사장이 신이 나서 이야기를 했다. “애인은 젊을수록 좋다니까, 아가씨가 아줌마보다 좋기는 하죠. 그러나 아가씨는 위험해요. 일본에서 시작된 원조 교제라는 게 있잖아요. 우리나라도 요즘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데 돈 많은 중년 남자가 젊은 아가씨를 돈으로 유혹하는 거죠. 우리나라가 자본주의 사회가 되다 보니 사람들이 모두 돈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젊은 아가씨도 물론 돈을 좋아하죠. 그런데 아가씨를 사귀다가 갑자기 임신했다고 하면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본부인과 이혼하고 자기하고 결혼하자고 덤비면 대책이 없습니다. 혼빙간이 되면 골치가 아프지요.” “혼빙간이 뭐에요?” K 교수가 물었다. “아, 혼인 빙자 간음죄를 줄여서 ‘혼빙간’이라고 한답니다. 애인 상대로는 유부녀가 좋습니다. 돈도 적게 들고 또 비밀을 잘 지켜주니까요. 가정을 깨지 않는 조건으로 서로 즐기는 거죠. 유부녀 가운데는 의사 부인이 좋습니다. 돈 많고 시간 많으니까요. 의사라는 직업이 겉으로는 좋아 보여도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인가 봐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하여 술을 많이 먹고 바람피우는 남자 의사도 있고. 남편이 바람을 피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어느 날 경기도 화성군 송산면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ㄹ 사장이 학교로 찾아 왔다. ㄹ 사장은 대학 동창이 소개해서 K 리조트에서 골프를 한번 같이 친 적이 있었다. 말하자면 골프 접대를 한번 받은 것이다. ㄹ 사장은 사업이 잘되어서 공장을 하나 더 지으려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마침 K 교수의 학과에 근무하는 ㅁ 교수가 심사위원 명단에 있는데 소개를 좀 해달라는 것이다. 심사를 잘 받기 위하여 미리 로비하려는 모양이었다. 소문에 의하면 ㅁ 교수는 총장 아드님의 고등학교 후배라고 한다. ㅁ 교수가 미국 유학을 마치고 S 대학에 영입되어 오자마자 중요한 보직을 맡아 잘 나가고 있었다. 마침, 전화해 보니 ㅁ 교수가 연구실에 있었다. K 교수는 ㄹ 사장을 데리고 가서 ㅁ 교수에게 소개해 주었다. 이야기가 잘 끝나고 그날 점심은 ㄹ 사장이 사겠다고 제안했다. 세 사람은 연구실을 나서서 ㄹ 사장 차로 갔다. ㄹ 사장이 승용차 문을 닫으면서 말했다. “어디로 모실까요?” “운전대를 잡은 사람이 정하세요.” “그래도 교수님들이 편한 식당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럼 미스 코리아가 있는 식당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