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오래전 완주의 산사(山寺)를 찾았을 때의 일이다. 절 마당 한쪽 텃밭에 머위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봄볕이 완전히 들지 않는 그늘에서도 싱싱하게 자라는 모습이 신기하여 바라보고 있는데, 머위를 가꾸던 스님이 지나가며 말씀하셨다. "머위는 독이 조금 있지만 그 독으로 몸의 독을 다스리는 풀이야." 당시에는 무심코 들었던 말이었지만, 오랫동안 환자를 진료하고 여러 음식을 살펴보면서 그 말이 자꾸 떠오른다. 봄이 되면 사람들은 나른함과 피로를 호소한다. 충분히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고, 눈이 무겁고, 몸이 붓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겨울 동안 움츠렸던 몸이 갑자기 활동을 시작하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변화이지만,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피로가 된다. 한의학에서는 봄을 목의 계절이라 하고, 간(肝)의 계절이라고도 한다. 간은 우리가 먹은 음식을 내 몸에 맞은 구조로 바꾸어 영양분을 만들어 주는 공장으로 기운을 펼치고 소통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런데 겨울 동안 쌓였던 노폐물과 기체증이 남아 있으면 간의 움직임이 원활하지 못해 몸이 무겁고 답답해진다. 이때 함께 살펴보아야 할 장부가 비장(脾臟)이다. 비장은 우리 몸의 재활용 공장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날이 따뜻해지면 몸이 한 번 더 탁해진다. 봄의 피로가 지나간 것 같은데도 머리가 맑지 않고 가슴이 답답하다. 속은 더부룩하고, 몸은 묘하게 무겁다. 이때의 변화는 단순한 피로가 아니다. 겨울 동안 모였던 것이 풀리고, 봄에 올라온 기운이 머물면서 몸 안에 ‘정리되지 않은 것’이 남아 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가벼운 음식을 찾는다. 그 가운데서도 바다에서 온 것, 특히 골뱅이와 소라 같은 조개류를 찾게 된다. 그 까닭은 다양하지만 결국 맛있기 때문이다. 왜 맛있는가를 궁리하면 답이 나온다. 하나는 나에게 필요한 성분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음식은 내가 필요로 하고 소화할 수 있을 때 맛있게 느껴진다. 다음으로는 실제 재료가 좋기 때문이다. 골뱅이와 소라 같은 조개류의 생명력이 가장 응축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조개류는 늦봄에서 초여름 사이에 산란을 준비한다. 산란을 앞둔 개체는 자신의 생명을 다음 세대로 넘기기 위해 몸 안에 영양과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축적한다. 곧 이때의 골뱅이와 소라는 단순한 먹이가 아니라 “생명을 준비하는 상태의 응축된 존재”다. 그래서 같은 골뱅이라도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한방으로 알아보는 건강상식>를 연재했던 유용우 한의사가 이제 새롭게 <음식과 건강>이란 이름으로 연재를 시작합니다. 우리에게 전해진 귀중한 의서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식약동원(食藥同源)'이라 하여 “음식과 약은 본질적으로 같다.”라고 합니다. 따라서 유용우 한의사는 이번 연재를 통해 음식으로 건강을 지키는 법을 가 가르쳐 줄 것입니다.(편집자 말씀) 봄이 되면 괜히 몸이 무겁고 눈이 쉽게 피로해진다. 충분히 쉬었는데도 개운하지 않고, 오후가 되면 집중력이 떨어진다. 흔히 ‘춘곤증’이라 부르지만, 이때의 피로는 단순한 나른함과는 다르다. 겨울 동안 안으로 모였던 기운이 위로 올라오면서, 몸이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할 때 생기는 피로다. 이럴 때 예로부터 찾던 음식이 있다. 다슬기국이다. 맑은 국물에 쌉싸름한 맛이 도는 다슬기국을 한 숟갈 떠먹으면, 묘하게 속이 풀리면서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이 경험은 단순한 기분의 문제가 아니다. 오랜 시간 축적된 식생활의 감각이 만들어낸 결과다. 한의학 고전에서는 다슬기를 ‘석라(石螺)’ 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