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반갑습니다. 우리말의 결을 살려 마음을 보듬는 ‘토박이말 결지기’입니다. 날씨가 참 좋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하늘도 맑고 춥지도 덥지도 않으니 더욱 그렇게 느끼는 듯합니다. 언제 찾아올지 모를 추위를 생각하면 이 좋은 때를 마음껏 즐겨야 한다는 말도 나옵니다. 그런데 요즘 이런 좋은 날씨를 즐기며 곳곳을 다니다 보면 ‘가을추수행사’, ‘추수철’, ‘추수체험’과 같은 말을 자주 보게 됩니다. 가을에 익은 곡식을 거두어들이는 일을 굳이 ‘추수’라고만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 오늘은 ‘가을걷이’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추수’와 뜻이 같은 ‘가을걷이’ ‘추수(秋收)’라는 한자말을 풀어 보면 ‘가을에 거둔다’는 뜻입니다. 가을에 익은 곡식을 거두어들이는 일을 가리키니 ‘가을걷이’와 뜻이 다르지 않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추수’를 ‘가을에 익은 곡식을 거두어들임’이라고 풀이하고 비슷한 말로 ‘가을걷이’를 올려놓았습니다. ‘가을걷이’를 찾아보아도 같은 뜻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말뜻만 놓고 보면 참 알기 쉽습니다. ‘가을’에 ‘걷이’를 붙였으니 가을에 거두어들이는 일이라는 뜻이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가을에는 무엇을 걷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아침저녁에는 서늘해서 긴옷을 절로 찾지만 낮에는 여전히 땀이 날 만큼 기온이 오르는 요즘입니다. 한낮에 몸을 움직이기라도 하면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가 흘러내리기도 하지요. 이럴 때 흔히 ‘구슬땀’이라는 말을 씁니다. 그런데 구슬땀보다 좀 더 작고 귀여운 느낌의 땀을 가리키는 말이 있다는 것을 아시는지요? 바로 ‘이슬땀’입니다. 이슬처럼 맺힌 땀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슬땀’을 ‘이슬방울처럼 맺힌 땀’이라고 풀이합니다. “이마에 밴 이슬땀을 닦다.”라는 보기글이 있고, 김원일의 《불의 제전》에도 “아랫배에 힘을 주어 말하느라 그네의 이마에는 이슬땀이 솟아났다.”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사전의 풀이처럼 ‘이슬땀’에서는 이슬방울이 떠오릅니다. 이마나 얼굴에 땀이 작은 물방울로 맺힌 모습을 말하는 것이지요. 구슬땀과 이슬땀 ‘구슬땀’은 힘든 일을 하거나 몸을 많이 움직인 뒤 맺히는 땀을 말할 때 잘 어울립니다. “구슬땀을 흘리며 일했다.”라고 하면 땀과 함께 애쓴 모습까지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이슬땀’은 어떨까요? 말집(사전)에서는 두 말을 땀방울의 크기로 구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구슬’과 ‘이슬’이라는 말을 떠올려 보면 서로 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앞서 ‘이슬받이’를 소개해 드렸더니 글을 읽고 저를 떠올렸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쓸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서른 해 가까이 이 일을 해 오면서 제가 겪었던 일들이 ‘이슬받이’와 다름없었을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이슬에 옷이 젖는 일은 어려움일 수도 있고 아픔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이슬을 맞았기에 누릴 수 있었던 기쁨도 있었습니다. 함께 손을 잡아 준 많은 분들을 만났고, 날이 갈수록 달라지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기뻐할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더욱 고마운 것은 이제 저 혼자 이슬을 맞으며 길을 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슬도 함께 맞고, 비도 함께 맞고, 바람도 함께 맞으며 기쁨과 즐거움도 함께 나누는 모람(회원) 분들이 계십니다. 그래서 든든하고 고맙습니다. 저희와 함께 토박이말의 맛과 멋을 누리실 분들이 앞으로 더 많아지기를 바라면서, 오늘은 ‘이슬받이’에 이어 ‘이슬아침’을 만나 보려고 합니다. 이슬이 아직 마르지 않은 이른 아침 ‘이슬아침’은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이슬이 채 마르지 않은 이른 아침’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말로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낮에는 구름이 끼어 있으면 한결 지내기가 좋다가도 해가 나면 찬바람을 틀지 않고 견디기가 어려운 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침에는 짧은 옷차림이 서늘하게 느껴져 긴옷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이처럼 낮과 밤의 온도 차이가 커지면 아침 풀잎에 맺힌 이슬을 만날 법도 한데, 요즘은 이슬조차 만나기가 쉽지 않은 듯합니다. 며칠 전 아침 일터로 오는 길에 풀밭으로 들어가는 한 사람을 보았습니다. 무엇을 찾는 것인지 풀 사이를 살피면서도 이슬에 옷이 젖을까 봐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다가 문득 떠오른 토박이말이 있었습니다. ‘이슬받이’입니다. 이슬을 받는다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요?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슬받이’를 여러 가지 뜻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이슬이 내리는 무렵', '양쪽에 이슬 맺힌 풀이 우거진 좁은 길', '이슬에 젖지 않도록 허리 밑으로 두르는 도롱이', '이슬이 내린 길을 갈 때 맨 앞에 서서 가는 사람', 그리고 '차일 따위를 쳐서 내리는 이슬을 막는 일'을 모두 ‘이슬받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여러 뜻을 한데 놓고 보니 ‘이슬받이’라는 말이 참 재미있습니다. 모두 이슬과 아랑곳한 말이지만, 이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먹거리와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알려드리다 보니 저도 자꾸 새로운 말이 눈에 들어옵니다. 오늘은 무엇을 먹었는지보다 여러 가지 재료를 한데 섞어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 내는 모습과 아랑곳한 말을 만나 보려고 합니다. 바로 ‘버무리’입니다. ‘버무리’라는 말을 들으면 쑥을 넣어 만든 쑥버무리나 콩과 팥을 넣어 만든 버무리떡을 떠올리는 분이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버무리’는 떡 이름에만 머무는 말이 아닙니다. 여러 가지를 한데 섞어 만든 음식 자체를 가리키기도 합니다. 여러 가지를 한데 섞으면 ‘버무리’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버무리’를 ‘여러 가지를 한데 뒤섞어서 만든 음식’이라고 풀이합니다. 또 하나의 뜻으로 ‘쌀가루에 콩이나 팥 따위를 한데 버무려 찐 떡’을 들고 있습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도 첫 번째 뜻을 ‘여러 가지 재료를 한데 뒤섞어 만든 음식’이라고 풀이하면서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버무리를 만들어 먹었다.”라는 보기월을 싣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버무리’라는 말에는 재미있는 모습이 들어 있습니다. 무엇 하나만 따로 내놓는 것이 아니라 이것저것 한데 섞어 서로 어우러지게 합니다. 그렇게 여러 재료가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한가위 잘 쇠셨습니까? 한가위 잇쉼(연휴) 동안 식구들 또는 집안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먹거리도 먹고,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며 즐겁게 지내셨으리라 믿습니다. 저도 한가위 때 여러 가지 먹거리를 맛맛으로 맛보면서, 우리가 먹는 것과 아랑곳한 토박이말이 참 많다는 생각을 다시 했습니다. 안다미로, 소담하다, 먹새, 도리깨침, 겪이, 놉겪이, 곁두리까지 먹거리를 따라가다 보니 말도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냅니다. 오늘은 그 가운데에서도 우리가 먹거리의 맛을 말할 때 한 번쯤 들어 보았을 ‘맛깔나다’를 만나 보려고 합니다. 입에 당길 만큼 맛이 있으면 ‘맛깔나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맛깔나다’를 ‘입에 당길 만큼 음식의 맛이 있다’라고 풀이합니다. 참 알맞은 풀이입니다. 배가 고플 때 먹음직스럽게 차려진 먹거리를 보면 도리깨침이 넘어갑니다. 막상 한입 먹어 보았는데 입에 착 붙고 자꾸 손이 간다면 “참 맛깔나다”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잘 익은 김치를 맛보았을 때도 그렇고, 정성껏 끓인 찌개나 국을 먹었을 때도 그렇습니다. "맛깔나게 담근 김치라 밥 한 그릇을 금세 비웠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김치가 얼마나 입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한가위를 앞두고 길을 오가다 보면 곳곳에서 한가위 인사를 담은 펼침막을 만납니다. “즐거운 추석 명절 되세요”, “풍요로운 한가위 보내세요”와 같은 글귀가 눈에 들어옵니다. 한가위를 맞아 서로 잘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고맙고 반갑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펼침막을 볼 때마다 한편으로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여러 곳에서 말씀드려 왔지만 좀처럼 달라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추석’보다 ‘한가위’라는 우리말을 더 많이 쓰면 좋겠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한가위 인사말도 보거나 듣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다듬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추석’과 ‘한가위’, 어느 말이 우리 기림날(명절)을 더 잘 나타낼까요? 잘 아시다시피 우리가 흔히 쓰는 ‘추석(秋夕)’은 한자말입니다. 글자를 그대로 풀이하면 ‘가을 추(秋)’에 ‘저녁 석(夕)’이니 말 그대로 ‘가을 저녁’이라는 뜻입니다. 이 말은 중국의 옛 문헌인 《사기집해》에 나오는 ‘추석월(秋夕月)’이라는 표현에서 비롯되었다는 풀이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추석월’은 천자가 가을 저녁에 달을 대상으로 제사를 지낸다는 내용과 아랑곳한 말로 알려져 있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먹거리와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이어가다 보니 어제는 ‘겪이’를 살펴보았습니다. 손님을 맞아 음식을 차려 대접하는 일을 ‘손님겪이’ 또는 줄여서 ‘손겪이’라고 하고, 일을 도와주는 ‘놉’에게 음식을 마련하여 대접하는 일을 ‘놉겪이’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놉겪이를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일을 하다 보면 끼니때까지 기다리기가 어려울 만큼 배가 고플 때가 있습니다. 특히 하루 종일 몸을 움직여야 하는 농사일이라면 더 그랬을 것입니다. 그때 일하는 사람의 배고픔을 달래 주려고 끼니와 끼니 사이에 내놓던 먹거리가 있었습니다. 오늘 만나 볼 토박이말은 ‘곁두리’입니다. 끼니 사이에 먹는 먹거리, ‘곁두리’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곁두리’를 ‘농사꾼이나 일꾼들이 끼니 외에 참참이 먹는 음식’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말로 ‘참밥’, ‘새참’을 함께 알려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참참이’라는 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일을 하다가 잠깐씩 쉬는 때마다 먹는 음식이라는 뜻을 떠올리면 ‘곁두리’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옵니다. 아침밥을 먹고 일을 시작했는데 낮밥(점심)까지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먹거리와 아랑곳한 이야기를 이어가다 보니 자꾸만 알려드리고 싶은 토박이말이 생각납니다. 맛있는 것을 먹는 모습에서 ‘먹새’를 만나고, 여러 가지 음식을 조금씩 바꾸어 먹는 데서 ‘맛맛으로’를 만나고, 먹음직스럽고 탐스러운 모습을 ‘소담하다’라고 한다는 것도 살펴보았습니다. 배가 고파 맛있는 음식을 보면 침이 절로 넘어가는 ‘도리깨침’도 있었지요. 그런데 먹거리 이야기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음식 그 자체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누구를 위해 음식을 차리고, 누구와 함께 먹는가 하는 일입니다. 오늘은 바로 그 마음과 아랑곳한 토박이말 ‘겪이’를 만나 보려고 합니다. 음식을 차려 남을 대접하는 일 ‘겪이’라는 말을 처음 들으면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뜻을 알고 나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참 많이 해 온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겪이’를 ‘음식을 차려 남을 대접하는 일’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네 살림에서 남을 대접하는 일은 아주 흔했습니다. 집에 손님이 오면 밥상을 차리고, 이웃이 찾아오면 먹을 것을 내놓았습니다. 집안에 큰일이 있거나 마을에 일이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먹거리와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어제는 보기에도 탐스럽고 먹음직스러운 모습을 나타내는 ‘소담하다’를 살펴보았습니다. 먹거리를 그릇에 넘치도록 담는다는 뜻의 ‘안다미로’, 음식을 먹는 태도나 분량을 나타내는 ‘먹새’, 여러 음식을 조금씩 바꾸어 가며 색다른 맛으로 먹는다는 뜻의 ‘맛맛으로’까지 생각해 보니, 먹거리와 아랑곳한 우리말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그 가운데에서도 아주 재미있는 말을 하나 더 만나 보려고 합니다. 배가 고플 때 맛있는 것을 보면 입안에 침이 고이고 저절로 꿀꺽 삼키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을 딱 나타내는 말이 있습니다. ‘도리깨침’입니다. 먹고 싶은 것을 보면 왜 침이 넘어갈까요? 배가 고플 때는 참 신기합니다. 평소에는 별로 눈길을 주지 않던 것도 유난히 먹음직스럽게 보입니다. 따끈한 국에서 김이 오르고, 잘 익은 과일이 눈앞에 놓이고, 소담하게 차려진 밥상을 마주하면 입안에 침이 고입니다. 시장에 가서 갓 구운 빵 냄새를 맡거나, 누군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아도 그렇습니다. 사진으로 보는 먹거리인데도 갑자기 먹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그때 입안에 고인 침을 꿀꺽 삼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