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덟 해 만에 다시 부르는 이름들
[우리문화신문=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 사진첩을 정리하다 보니 1998년에 찍은 특별한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1998년 봄, 연세대학교 교양 국어 〈글과 삶〉을 맡았다. 시간강사로서 한 학기 내가 강의하는 학생 수는 평균 200여 명이었다. 제자 이름을 모르면 스승으로서의 자격이 부족하다고 여겼기에 이름을 외우기 위해 야외 수업 겸 모둠별로 사진을 찍었다. 사진 귀퉁이에 찍힌 날짜는 3월 12일이다. 아직 겨울 기운이 남은 연세대 캠퍼스 뒤 안산 기슭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앙상한 나무와 시멘트 담장 앞이었다. 학생들은 둘둘 만 수업자료와 책을 들고 조금 어색하게 웃고 있었다. 사진만으로는 이름이 머리에 남지 않았다. 그래서 사진을 옆에 두고 공책에 한 사람씩 옮겨 그렸다. 그런데 이 그림은 그림 잘 그리는 임운하 제자가 도와주었다. 얼굴 위에 말풍선을 달고 그 안에 이름을, 풍선 꼭대기에는 성을 적었다. 장지훈, 장종철, 전소정, 이지현, 이지혜, 전진용, 전석인, 임운하, 전대홍. 한가운데 내 이름은 ‘스롱’이라고 장난스레 적었다. 그림을 다시 보니 웃음이 난다. 브이를 그리며 앉아 있던 운하는 제 얼굴에만 까만 선글라스를 씌워 놓았다. 말풍선도 구름
-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
- 2026-10-02 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