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이 밭을 일구는 모습은 한 해가 시작되는 이른 봄에 풍요를 비손하는 농경의례 가운데 씨뿌림을 나타낸 것으로, 조선 후기 함경도, 평안도 지역에서 하던 나경(裸耕, 벌거벗고 밭을 가는 행위)을 떠올립니다. 그 아래 사람은 가을에 추수하는 여성을 나타낸 것으로 보이는데, 그 옆 여성 앞에는 항아리가 놓여 있습니다. 뒷면에는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새 모양이 있는데 이는 아마도 소도(蘇塗, 솟대)를 나타낸 것으로 생각됩니다.
농경문 청동기의 주된 무늬는 돋을새김(양각)으로 새겼고 각 면의 테두리 무늬는 오목새김(음각)으로 새기고 있어 고리를 매단 방식과 함께 상당히 복잡한 주조법으로 만들었을 것으로 봅니다. 농경문 청동기는 앞선 청동주조 기술을 바탕으로 기존의 청동기에서는 볼 수 없는 풍부하고도 생생한 문화상을 나타내고 있는데 농경 사회에서 생산의 풍요를 비는 의례 때 샤먼과 같은 지도자격 인물이 사용한 의례 때 쓰던 도구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