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나미 기자] 서울 종로구 갤러리일호에서는 오는 1월 27일부터 2월 5일까지 작가 임휴의 “만남전(展)”을 연다. 작가는 말한다. “책을 만났다. 색을 만나고 사람을 만났다. 그래서 잠시 쉬어갈 수 있었다.”
다음은 작품 소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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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나를 만났다. - 결혼은 나에게 함정과도 같았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으면 빠지지 않을 수 도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을 매일 매일 이불처럼 덮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인가 나는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결혼은 함정이 아니라 내가 미처 알지 못했고 만나고 싶지 않았던 또 다른 나와의 만남을 촉진시켜준 매개체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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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들의 노년을 만났다. - 노년을 맞이한다는 것은 늙는다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들에게 빠져나간 젊음이 누군가의 젊음 안에 녹아들어 또 다른 모습으로 자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분들이 젊음의 열정으로 뿌린 양분으로 나는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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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의 만남 -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시간을 둘로 나눈다면 나는 아이를 낳기 전과 낳은 후로 나누고 싶다. 내 아이를 키우기 전까지는 아이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몰랐기에 불편하고 싫은 존재였다. 사람들은 말했다. 아이들은 스펀지 같은 존재라서 무엇이든 받아들일 수 있으므로 부모 하기 나름이라고… 나도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성장통을 겪는 동안 아이는 부모가 계획해서 만들어 가는 존재가 아닌 그 모습 그대로 인정받아야 하는 독립적인 존재라는 것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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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갓 태어난 아이가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무엇이든 그릴 수 있는,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상태로 태어난다면 그 바탕색이 흰색의 백지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바탕의 색을 가진 아이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나는 모든 아이들은 모두 다른 바탕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매 순간 느낀다. 지금 나와 생각을 같이 하는 사람이라면 바탕색이 모두 다른 아이들에게 한 가지 색으로 찍어내듯 그림을 그리려 하는 어리석은 행동은 여기서 멈출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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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음의 밖 - 어느 날 나는 의문이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당하는 것을 싫어하며 자기만의 영역을 지키고자 하면서도 왜 자꾸 어떠한 장치를 통해 서로를 묶으려고 하는가? 이제는 호기심과 집단에 대한 호감으로 시작된 묶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
이성이 만난다는 것-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났을 때 그들은 상대의 부족한 부분을 나만이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내가 갖고자 하는 것을 이미 가진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끼며 사랑을 하게 된다. 하지만 곧 그들은 서로에게 왜 나와 같지 않느냐며 분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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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을 위한 작업의 과정 - 오늘 내가 그려야 할 선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완성작인 그림을 찾으러 다닐 때가 있었다. 그 완성작품이 어떤 그림인지 아직 보지 못해서 어떤 선부터 그어야 할 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당장 어떠한 선도 그을 수 없었기에 무기력과 싸워야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찾고 있는 그 완성작품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울의 끝에서 알게 되었다.
내가 찾던 완성작품에 필요한 선을 오늘 그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오늘 선 하나를 그어야 그림이 시작된다는 것을…이 시작이 어떤 그림으로 완성될 지 지금은 알 수 없다. 다만 더 이상 선을 그을 수 없는 날 만나게 되는 그림이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그 완성작품일 것이다. 백지가 아니길… 수많은 선들이 조화롭게 그어져 있기를… 그리고 내 의지로 그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