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동지, 빚을 갚고 달력과 버선 선물하는 날

2016.12.21 11:54:23

[한국문화재발견] 동지 세시풍속의 모든 것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의 스물두째 절기인 동지(冬至)로 해가 적도 아래 23.5도의 동지선(남회귀선) 곧 황경(黃經) 270도 자리에 있을 때여서 한해 가운데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옛날엔 동지를 흔히 아세(亞歲) 곧 작은설이라 하였다. 해가 부활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어서 설 다음가는 작은설로 대접 하는 것이다. 그래서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또는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살 더 먹는다.”라는 말처럼 <동지첨치(冬至添齒)>의 풍속으로 전하고 있다. 또 동지는 날씨가 춥고 밤이 길어 호랑이가 흘레(교미, 交尾)한다고 하여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고도 부른다.


동지부터 섣달그믐까지 며느리들이 시어머니나 시할머니에게 버선을 지어 바치려고 일손이 바빠지는데 이를 동지헌말(冬至獻襪)’ 또는 풍년을 빌고 다산을 드린다는 뜻인 풍정(豊呈)’이라고도 했다. 18세기 실학자 이익(李瀷)은 동지헌말에 대해 새 버선 신고 이 날부터 길어지는 해그림자를 밟고 살면 수명이 길어진다 하여 장수를 비는 뜻이라고 했다


    

동짓날이 되어 날씨가 추워지면 연못이 얼고 그 얼음 모양이 쟁기로 밭을 갈아놓은 것처럼 되는데 이를 용갈이[龍耕]”이라고 한다. 동국세시기11월조에는 충청도 홍주 합덕연못에 해마다 겨울이 되면 얼음의 모양이 용이 땅을 간 것 같이 되는 이상한 변이 있었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언덕 가까운 쪽으로 세로 갈아나간 자취가 있으면 이듬해는 풍년이 들고, 서쪽으로부터 동쪽으로 가운데를 가로질러 갈아나가면 흉년이 든다고 한다. 혹 갈아나간 흔적이 동서남북 아무데로나 가로세로 가지런하지 않으면 평년작이 된다고 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이날은 뱀 ()’자를 써서 거꾸로 붙여 잡귀를 막는 믿음이 있는데 이를 동지부적(冬至符籍)”이라 했다. 예부터 동짓날이 되면 사람들은 모든 빚을 깨끗하게 갚고 새로운 기분으로 하루를 즐겼다.

 

하선동력과 황감제

 

궁중에서는 설날과 동지를 가장 으뜸 되는 잔칫날로 생각하는데 이때 회례연(會禮宴, 잔치)을 베풀었다. 해마다 예물을 갖춘 동지사(冬至使)를 중국에 파견하여 이날을 축하하였다. 동국세시기관상감(觀象監)에서는 새해의 달력을 만들어 임금에게 바친다. 나라에서는 이 책에 동문지보(同文之寶)라는 어새를 찍어 신하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것을 단오에 부채를 주고받는 풍속과 아울러 <하선동력(夏扇冬曆, 여름 부채와 겨울 달력)>이라 하였다.”라는 기록이 있다.

 

또 조선시대에는 제주목사가 귤을 진상하였는데 임금이 이를 기쁘게 생각하여 황감제(黃柑製)”라는 임시과거를 열어 인재를 뽑았다. 교통이 편해진 지금이야 귤을 흔하게 먹을 수 있지만 예전에는 제주 목사가 부임하거나 유배를 가고 올 때만 왕래를 했으니 귤은 참으로 귀한 것일 수밖에 없었다. 내의원에서는 소의 다리를 고고 여기에 여러 한약재를 넣어서 진상했는데, 이를 각 관청에 나누어 주었다. 이 약은 악귀를 물리치고 추위에 몸을 보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동지팥죽

 

동지에는 팥죽을 쑤어먹는다. 팥을 고아 죽을 만들고 여기에 찹쌀로 단자를 만들어 넣어 끓이는데, 단자는 새알만한 크기로 하기 때문에 새알심이라 부른다. 팥죽을 다 되면 먼저 사당에 올려 동지고사(冬至告祀)를 지낸다. 고수레를 외치면서 집 안팎에 뿌리는데 이는 팥의 붉은 빛이 악귀를 쫒아낸다고 믿는 것이다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 중국의 양쯔강[揚子江] 중류 유역을 중심으로 한 형초(荊楚) 지방의 연중세시기)에 따르면 공공씨(共工氏)의 바보 아들이 동짓날에 죽어서 전염병 귀신이 되었는데 그 아들이 생전에 붉은 팥을 무서워했기 때문에 동짓날 붉은 팥죽을 쑤어서 그를 물리친다는 유래가 있다.

 

동지가 음력 동짓달 초승에 들면 애동지, 중순이면 중동지, 그믐께면 노동지라고 한다. 애동지는 지방에 따라 애기동지, 아동지, 아그동지 또는 소동지로도 부른다. 애동지면 아기가 있는 집에서는 아이에게 좋지 않다고 해서 팥죽을 해먹지 않고 떡을 해먹는 풍속이 있다.

 

또 전염병이 유행할 때 우물에 팥을 넣으면 물이 맑아지고 질병이 없어진다고 하며, 사람이 죽으면 팥죽을 쑤어 상가(喪家)에 보내는 관습이 있다. 이것은 상가에서 악귀를 쫓기 위한 것이다.

 

동지 속담

 

동지 관련 속담으로는 먼저 동지섣달 해는 노루꼬리만 하다.”동지 지나 열흘이면 해가 노루꼬리만큼씩 길어진다.”가 있어 이때 해가 짧다는 것과 이후 조금씩 낮이 길어짐을 노루꼬리에 빗대어 말해주고 있다. 범이 불알을 동지에 얼구고 입춘에 녹인다.”라는 재미난 것도 있다. “동지가 지나면 푸성귀도 새 마음 든다.”도 있는데 동지 때 아무리 추워도 새봄을 잉태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런가 하면 동지 때 개딸기도 있는데 이는 철이 지나 도저히 얻을 수 없는 것을 바란다는 말이다. 북한 속담으로 배꼽은 작아도 동지팥죽은 잘 먹는다.”는 얼핏 보기에는 사람이 변변치 않은 것 같으나 하는 일이 녹록하지 않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뜻이 있다.

 

동짓달 긴긴 밤

 

동짓날 한겨울 기나긴 밤에는 새해를 대비해 복조리와 복주머니를 만들었다. 복조리는 쌀에 든 돌 등을 가려낼 때 사용하는 것인데 복조리를 부뚜막이나 벽에 걸어두고 한해의 복이 가득 들어오기를 빌었다. 새해부터 정월 대보름까지 "복조리 사려"를 외치며 다녔고 이때 복조리를 사는 사람은 값을 깍지 않는다. 값을 깎으면 복도 함께 깎인다는 생각에서다.

 

음력 섣달(십일월)부터는 농한기다. 하지만, 이때 부녀자들이 할 일은 더 많다. 간장, 된장, 고추장을 만들기 위한 메주 쑤기와 무말랭이 같은 여러가지 마른나물 말리고 거두기에 바쁜 철이다. 겨울밤이면 농부들은 동네 사랑방에 모여 이듬해 농사에 쓸 새끼를 꼬고, 짚신이며 망태기를 삼기도 했다. 윷놀이와 곡식을 말릴 때 쓰는 멍석, 재를 밭에 뿌릴 때 쓰는 삼태기, 풀을 베어 담는 꼴망태 따위 여러 생활용품을 만들기도 했다


     

 

또 깊어가는 겨울밤 화롯불에 추위를 녹이며, 고구마를 찌거나 구워 동치미와 함께 먹기도 했는가 하면 달디단 홍시를 먹기도 했다. 요즘은 잘 볼 수 없는 풍경이지만 한밤중엔 찹쌀떡 사~, 메밀묵 사~하는 정겨운 소리를 들으며 잠들기도 했다.

 

그러나 동지의 가장 종요로운 풍속은 사람들이 서로 모든 빚을 청산하고 새로운 기분으로 하루를 즐기는 것이다. 또 일가친척이나 이웃 사이에 서로 화합하고 어려운 일은 서로 마음을 열고 풀어 해결하였는데 오늘날 연말이면 불우이웃 돕기를 펼치는 것도 동짓날의 전통이 이어 내려온 것이리라. 그뿐만 아니라 팥죽을 쑤어 겨울철 먹을 것이 부족한 짐승들에게 나눠주는 고수레의식도 우리 겨레의 더불어 사는 정신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동지(冬至)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여

춘풍(春風) 니불 아레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황진이의 시조)



김영조 기자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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