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장맛비
장대비에 짓무른 사방 천지 (돌)
천둥과 벼락에 기겁한 땅낯 (심)
올 비는 와도 짓물지나 말지 (빛)
썩고 병든 것들 쓸어버리게 (달)
... 25.6.21. 불한시사 합작시


장마는 6월 말에서 7월 초에 내리는 비를 말한다. 여름철이 되면 대륙이 해양보다 빨리 뜨거워진다. 온도의 차이로 북쪽의 대륙은 저기압이 되고 남서쪽 해양은 고기압이 된다. 이렇게 장마전선이 형성되면서, 남서풍이 많은 물기를 품고 불어오면 오랫동안 장마가 지곤 한다.
장마는 ‘오래도록 내리는 비’란 뜻인데, ‘장’은 한자의 長에서 왔고 ‘마’는 우리말의 ‘비’를 뜻하는 ‘마ㅎ’에서 왔다고 한다. “마ㅎ‘의 용례를 찾기 어렵다. 다만 ‘마시다’란 동사에 주목해 보면 대강을 유추할 수 있다. 신발을 뜻하는 ‘신’에 ‘다’를 붙여 ‘신다’라는 동사가 만들어졌듯, 물을 뜻하는 ‘마ㅎ’에 ‘다’를 붙여 '물을 먹다’는 뜻의 ‘마히다>마시다’란 동사가 만들어지지 않았나 생각된다.
시어에서 ‘짓무른’과 ‘짓말지’에 얽힌 얘기도 재미있다. 여기서 1행에 나오는 ‘짓무른’의 원형은 ‘짓무르다’인데 우리말이고, 3행에 나오는 ‘짓물지’의 원형은 ‘짓물다’인데 북한말이다. ‘짓물지’를 우리말로 쓰려면 ‘짓무르지’로 써야 하는데, 글자 수가 많아 석 자로 줄이려고 북한말인 ‘짓물지’를 끌어다 썼다. ‘짓물지’는 사실 우리말 ‘짓무르지’의 축약형으로 볼 수도 있는데, 우리문법은 축양형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연고로 북한어를 갖다 쓴 시 ‘장맛비’는 언어의 남북통일을 이룬 셈이다. (한빛)
ㆍ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의 불한티산방에서 만나는 시벗들의 모임이다. 여러 해 전부터 카톡을 주고받으며 화답시(和答詩)와 합작시(合作詩)를 써 왔다. 합작시의 형식은 손말틀(휴대폰) 화면에 맞도록 1행에 11자씩 기승전결의 모두 4행 44자로 정착되었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정형시운동으로 싯구를 주고받던 옛선비들의 전통을 잇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