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서도의 산타령 가운데 유지숙이 제작한 음반을 중심으로 <사거리-앞산타령>과 중거리 <뒷산타령>을 소개하였다. 이 자료에는 과거 서도지방 곳곳에서 불러온 산타령도 일부 소개하고 있어서 당시 이 지역에서도 <산타령> 음악이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는 점을 알게 한다고 했다.
서도지역의 <놀량>은 경기에 견줘 속도가 빠르고, 입타령이 적어 초보자들이 배우기에 쉬운 점, 고음역(高音域)을 통성으로 질러대는 부분들이 많아 시원시원하고 통쾌한 남성 취향의 노래라는 점, <사거리>는 평양을 둘러싸고 있는 명산(名山)과 대동강의 풍광을 노래하는 지역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 중거리는 뒷대의 금강산으로부터 황해도, 평안도를 중심으로 하는 산들을 노래한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이번 주에는 서도 입창의 마지막 구성곡 <경발림>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이 곡은 빠른 4박 장단의 구성이며 선창(先唱)자의 소리를 여러 사람이 받는 형식으로 이어지며 경기 입창 가운데 <도라지타령>에 나오는 사설과 유사한 구절도 나오는데, 경기 입창에서는 동해안의 관동팔경(關東八景)을 노래하는 반면, <경발림>에서는 관서(關西)지방의 팔경(八景)을 엮어나가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경발림>의 시작 부분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중원지변방(中原之邊方-중국의 변방)이요. 일세는 요란한데, 삼산반락(三山半落)에 청천외(靑天外)요. 이수중분(二水中分-두 물줄기가 나누어져)에 백로주(白鷺州-능라도)란다.
* 어디로 가자고 날만 졸라, 어디로 가자고 지그렁직신. 날만 조리조리 졸졸히 따라 안성(安城)에 청룡(靑龍) 가잔다.
2) 수락산 폭포수요, 동구재며 만리재라. 약잠재며 누에머리 용산(龍山) 삼개로 에라 다 둘렀단다.
* 연산(連山-충남 논산군의 연산)의 김덕선(金德善-수원성 북문을 쌓았다는 사람)이 수원의 북문(北門) 지어 나라의 공신(功臣) 되어 수성옥이 와루 감투 꽉 눌러쓰고, 어주(御酒) 삼배(三盃) 마신 후에, 앞에는 모흥갑(순조 연간 판소리 8명창의 한 사람)이, 뒤에는 권삼득(흥보가를 잘 불렀다고 하는 8명창 가운데 한 사람)이, 송흥록(동편제 판소리의 시조로 알려진 8명창의 한 사람)에 신만엽(순조 때 수궁가 명창)으로 쌍화동 세고, 어전(御殿) 풍악을 꽝꽝 치면서 장안(長安) 대로(大路)상으로 가진 신래(新來)만 청한다.
3) 강원도 금강산에 유점사(楡岾寺) 법당 뒤에 느릅나무 가지가지마다 서천 서역국서 나오신 불사 오십삼불이 분명하다.
* (이하는 관동팔경(關東八景)을 구경하는 대목과 서도팔경(西道八景)을 구경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 부분은 앞에서도 소개한 바 있어 줄임.)
경기나 서도의 산타령은 각 지역의 산천경개를 두루두루 노래하기 때문에 사설의 내용이 매우 건전하고 나라 안 곳곳의 명산이며 강의 이름, 유명인들의 이름이 소개되고 있어 지식이나 상식이 풍부해진다.
그러므로 자극적인 가사를 노래하는 사랑타령, 이별타령, 눈물타령과는 달리, 상식적인 내용들을 노래하고 있어서 어린 학생들이나 젊은이들이 부르기에 적절하다. 그런가 하면, 이 산타령은 음악적으로도 2박이나, 3박, 또는 4~6박 등등의 장단형과 2분박, 3분박의 리듬을 자연스럽게 몸으로 익힐 수 있다는 점, 씩씩하고 활달한 창법이라든가, 기타 다양한 표현법을 익힐 수 있는 장점이 많은 종목이라 할 것이다.
더더욱 독창보다는 합창으로 부르면서 대형을 이룬다든지, 또는 집단의 단합이나 통일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상대와 내가 더불어 사는 방법이나 질서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 할 것이다.
유지숙과 그 일행의 음반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서도 산타령에도 지방에 따라 여러 소리패들이 있을 것이나, 현재 상태에서 이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은 상태에서 이 음반에 <의주 산타령>이라든가, <황해도 산타령>을 수록하였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그것은 마치, <경기 산타령>에 뚝섬패라든가, 왕십리패 등등 10여 패 이상이 존재해 온 것처럼, 지역마다 전문으로 소리패들이 존재해 왔다는 점을 상기시켜 주고 있어 관련이 깊다는 점을 알게 만든다. 비록, 후렴구 가락이나, 가사 내용은 기존 민요가락들과 비슷한 점이 발견되기도 하고, <황해도 산타령>에는 불규칙한 장단 형태가 나타나고 있어 이채롭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의주산타령>의 곡명은 의주 지역에서 불리던 ‘산타령’이란 뜻이기는 하나, 혼합박 구조의 장단이라든가, 또는 메기는 형태의 구음(口音)이 보일 뿐, <서도 산타령>의 구조와는 달라 차이를 보인다.
일제 강점기 장학선과 김추월이 녹음한 <산타령>이란 악곡이 바로 <의주 산타령>인 점을 참고해 보면, 그 당시 유행했던 소리의 한 종류였다는 점으로 짐작이 된다. 오복녀 명창이 전해주는 말대로 “기백 있는 서도 산타령의 모습을 담고자 노력하였다”라는 유지숙의 전언(傳言)처럼 이 음반이야말로 그에겐 더없이 뜻깊은 의미를 지닌 자료일 것이다.
항상 서도소리의 새로운 자료를 찾아다니고, 또한 입수한 자료들을 매만지며 바쁘게 뛰어다니는 유지숙 명창과 이 작업에 함께 참여한 그의 후배와 제자들에게 따뜻한 격려의 말을 보낸다. 또한 열악한 환경에서 이 분야에 정진하고 있는 학생들이나 젊은 소리꾼들은 물론이고,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애호가와 동호인 여러분들에게도 귀한 자료의 활용을 권해 마지않는다. (다음 주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