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 고성이씨 문중 자료 전시

  • 등록 2018.03.26 12: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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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공신회맹축(五功臣會盟軸), 행촌친필(杏村親筆) 등 선보여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한국국학진흥원은 2018330() ‘은둔과 개혁, 군자의 삶이라는 주제로 대한민국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상징하는 고성이씨 문중 특별전 개막행사를 한다. 당일 아침 10시에는 안동 임청각에서 고성이씨 입향조 이증(李增) 선생의 탄신 600주년 고유행사를 실시하고, 2시에는 한국국학진흥원에서 개막행사를 펼칠 예정이다.

 

은둔생활에서 던진 개혁의 메시지

 

경북 안동에 임청각이라는 유서 깊은 집이 있다. 임청각은 일제강점기 전 가산을 처분하고 만주로 망명해 신흥무관학교를 세우고 무장해 독립운동의 토대를 만든 석주 이상용 선생의 본가다. 무려 아홉 분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독립운동가의 산실이고, 대한민국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지난해 72주년 815광복절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했던 내용이다. 임청각(臨淸閣)은 고성이씨의 500년 명문종가로, 석주(石洲) 이상룡(李相龍 1858~1932)17대 종손이다. 주목되는 것은 석주 이상룡의 삶은 집안 선조들이 남겨놓은 정신적 가르침이 토대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성이씨 문중은 역사의 격변기마다 수많은 시련을 겪어왔다. 특히 행촌(杏村) 이암(李嵒, 1297~1364)은 고려 때 5명의 임금을 섬기는 동안 유배와 은둔을 거듭했으며, 그의 손자 용헌(容軒) 이원(李原, 13681430)은 임금에게 직언을 올리다가 유배를 가기도 했다. 이원의 아들 이증(李增, 1419~1480) 역시 계유정난이 일어나자 혼란한 정국을 뒤로하고 안동에 정착하여 은둔생활에 들어갔다. 이증의 둘째아들 이굉(李浤)과 셋째아들 이명(李洺)도 갑자사화 당시 영해와 영덕에 각각 유배되었다가 안동으로 와서 귀래정(歸來亭)과 임청각을 세우고는 함께 만년을 보냈다.

 

또한 이증의 손자인 모헌(慕軒) 이육(李育)은 거듭된 사화로 집안에 우환이 덮치자 벼슬을 버리고 청도 유곡으로 가서 일생을 후학양성에 힘을 쏟았다. 이처럼 안동과 청도에 자리잡은 고성이씨는 고려와 조선을 거쳐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유배와 은둔생활을 거듭해왔는데, 그럼에도 시대적 현실을 좌시하지 않고 의리와 명분으로 맞서면서 세상을 향한 개혁의지를 표출해왔다. 이것이야말로 고성이씨 문중이 추구해왔던 군자(君子)로서의 삶이었던 것이다.

 

은둔과 개혁의 메시지를 담은 자료

 

이번 특별전에서 선보이는 자료는 고서와 고문서 40 여점과 유물 10 여점 등 모두 50 여점이다. 이들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오공신회맹축(五功臣會盟軸)>으로, 1456년 세조 때 개국공신(開國功臣)정사공신(定社功臣)좌명공신(佐命功臣)정난공신(靖難功臣)좌익공신(左翼功臣) 5공신의 적장자손 226명이 모여 동맹을 기약하면서 작성한 회맹문(會盟文)과 참석자 명단을 기록해둔 문서이다.

고성이씨 문중에서는 좌명공신이었던 이원(李原)의 아들 이증(李增)이 참석하였다. 이 자료는 양녕대군과 효령대군을 비롯한 왕실 종친을 비롯해 신숙주와 정인지 등 조선 초기 저명인물의 서명이 생생하게 남아있어 문화재적 가치가 매우 크다.


 


이와 더불어 최근 한국국학진흥원에서 발견한 <행촌친필(杏村親筆)>도 세간에 처음 소개된다. <행촌친필>은 화엄경의 필사본 서첩으로, 고려말기 최고의 명필로 알려진 행촌(杏村) 이암(李嵒)이 송설체라 불리는 조맹부 서체의 단점을 보완하여 완성시킨 보물급 자료이다. 행촌 이암은 홍건적이 침입했을 때 공민왕을 호종하여 안동으로 함께 피난했는데, 이로써 고성이씨와 안동이 최초로 인연을 맺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허주산수유첩(虛舟山水遺帖)>도 함께 선보인다. 허주(虛舟) 이종악(李宗岳, 1726~1773)176344일부터 8일까지 18명의 친인척들과 배를 타고 임청각을 출발해 반구정(伴鷗亭)에 이르기까지 반변천 주변의 12승경(勝景, 뛰어난 경치)을 그림으로 묘사해둔 12폭의 화첩이다. <허주산수유첩>은 조선후기 낙동강 연안의 절경지가 잘 표현되어 있어 댐건설로 자취를 감춘 반변천의 경관을 음미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이한영 기자 sol119@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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