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비 인성왕후 세자빈 책봉 은인

  • 등록 2018.03.3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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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고 속 왕실유물 이야기, 3월의 왕실유물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국립고궁박물관에는 금 · · 옥 등 귀한 재료들로 만든 어보들을 다수 소장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유물은 인종 임금의 왕비인 인성왕후(1514~1577)가 세자빈으로 책봉될 때 수여 받은 은인(銀印)입니다. 손잡이는 직사각형 형태로 윗면 끝을 둥글게 처리한 직뉴(直鈕) 입니다. 손잡이 아래에 구멍이 뚫려 있고 그 구멍 사이로 붉은실로 꼬아 만든 인끈을 넣어 한번 묶고 끝에 술을 달았고, 인면(印面)王世子嬪之印(왕세자빈지인)’ 6자를 돋을새김(양각)하였습니다.


 

이 인성왕후 세자빈 책봉 은인은 몇 가지 면에서 흥미롭습니다. 먼저 이 은인은 현존하는 세자빈 책봉인으로는 가장 오래된 인장입니다. 인성왕후는 중종 19(1524)에 세자빈으로 책봉됩니다. 중종 이전에도 세자빈 책봉이 있었고 인장도 만들어졌으나 현재 전하지 않습니다.

 

이 인장이 세자빈 책봉 당시에 만든 인장이라고 단언하지는 못하는데, 명종실록9(1554) 기록을 보면 전년도 경복궁 화재로 문정왕후와 인성왕후의 보(, 국새)옥책(玉冊, 임금왕비대비왕대비대왕대비 등에게 존호를 올리는 문서)교명(敎命, 왕비왕세자 왕세자 빈 등을 책봉할 때 내리는 임금의 가르침을 담은 문서)(, 도장)이 모두 불타 다시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입니다. 명종 때 다시 만들었는지 여부는 정확하지 않지만 그렇더라도 500년 가까이 전해져 온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세자빈 책봉 인장입니다.

 

한편 인장의 재질과 모양이 흥미롭습니다. 대체로 왕비 책봉 때에는 금으로 만들고, 세자빈 책봉 때에는 격을 낮춰 옥으로 만들었는데, 이 인장은 특이하게 은으로 만들었습니다. 조선 후기 인조 때 이후 만들어진 세자나 세자빈의 책봉인 재질은 모두 옥입니다. 모양 또한 직뉴가 아닌 거북이 모양입니다.


 

그런데 왜 인성왕후의 세자빈 책봉인은 은으로 만들고 직뉴 모양일까요? 이는 아마도 고려시대의 관례를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에 따르면 고려시대에는 왕비는 금인을, 세자빈은 은인을 받았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던 것이 인조대부터 혼례 물품을 검소하게 한다는 뜻에서 은인을 옥인으로 대체합니다. 그 이후 세자나 세자빈의 책봉인은 모두 옥으로 만들게 됩니다.

 

임금이 가례(嘉禮) 때 필요한 진주 1660개를 감하고 빈궁(嬪宮)의 은인(銀印)은 옥으로 대체하라고 명하고, (옥은 함경남도 단천(端川)에서 생산되는 옥돌이다.) 각종 그릇도 전부 줄였다가 수년이 지난 뒤에 형편에 따라 장만하여 올리도록 하고, 유장(帷帳, 궁궐의 행사나 군사 훈련 때 햇볕이나 비 등을 막기 위해 쳤던 휘장)도 반수 이상을 줄이게 하였다.”(인조실록인조 5714)

 

당연히 은이 옥보다는 훨씬 귀한 재료입니다. 그런데 조선 후기에 들어 세자나 세자빈이 옥을 사용하게 되니 옥인의 격이 올라가게 됩니다. 그래서 후궁이나 세손 세손빈이 옥인을 쓰기는 어려웠기에 이들의 인장은 은인을 사용하는 것으로 점차 바뀌게 됩니다. 영조 29년 영조는 생모 숙빈최씨를 추숭하면서 감히 옥인은 바랄 수는 없더라도 은인이라도 올리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하여 결국 은인을 만들게 됩니다. 또 영조 37년 정조의 세손빈(후일 정조비 효의왕후) 책봉 때에도 은인을 만듭니다.


 

다만 인장의 손잡이가 언제부터 직뉴에서 거북이 모양으로 바뀌는지는 더 조사가 필요합니다. 현존하지 않지만 인종이 세자에 책봉될 때 만들어진 인장도 은인이면서 직뉴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세자와 세자빈은 대등해서 재질과 모양을 달리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기 때문입니다. 인종비 인성왕후 세자빈 책봉 인장은 다행스럽게도 지금까지 전하고 있어 조선 시대 인장 연구에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한영 기자 sol119@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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