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가로등과 초승달
텅 빈 목로에 생맥주 두 잔을
나란히 놓고 마주 앉는다.
오늘도 공쳤다.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나
낮에 막벌이노동이라도 해야 하나
다 때려 치고 시골집으로 들어가야 하나
식당설거지알바라도 나갈까요?
편의점은 너무 짜고,
파출부가 낫겠어요.
못나서 면목이 없네요.
그게 뭐 당신 탓인가요.
내일부터 생활정보지 뒤져봅시다.
그래요, 어떻게든 살아봅시다.
뒤따라 나서는
임차료와 공과금, 대출금 이자를
억지로 밀어 넣고 방화 문을 잠근다.
고생 많았어요.
당신도 애썼어요.
오른손엔 장갑
왼손엔 아내 손
연리지의 우리말이 뭘까요?
“잇나무”라 하던데요.
우리의 그림자도 화석으로 남을까요?
그럴걸요, 우리의 이야기도.
왼손엔 장갑
오른손엔 남편 손
우리가 묻힐 이팝나무도 환생을 하고
새가 죽으면 노래가 되나요?
별이 내려와 샘물이 되고
어린 바위가 자라서 믿음이 되나요?
진실의 씨앗이 있나요, 싹 틔울 수 있을까요?
그리하여 세상을 진실의 숲으로 덮을 수 있을 까요?
“가난한 자에게 복이 있나니”가 아니라
정직하고 성실한 자에게만 복이 오게 할 수 있을까요?
등 뒤엔 가로등
하늘엔 초승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