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에 더 밥을 안 먹는 만성 식욕부진

2020.09.13 11:10:28

음식이 당긴다는 뜻은?
[한방으로 알아보는 건강상식 55]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아이들에게 삶의 으뜸 즐거움은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일 것이다. 먹는 즐거움은 성인들도 가장 즐거움을 줄 수 있는 3대 욕구 가운데 하나지만 어린이에게는 유일무이한 절대 즐거움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고 먹는 것이 오히려 부담되면서 괴로운 아이들이 뜻밖에 많이 있다. 곧 때가 되어 식사할 때 힘들고 괴로워서 피하고 싶은데 엄마, 아빠의 강요아닌 강요에 의해 먹다 보니 책이나 텔레비전을 보는 즐거움을 병행해야 겨우 먹거나, 선물이나 손말틀(휴대폰) 게임 등 다른 기쁨을 줄 수 있는 당근을 제공해야 겨우 먹는 아이들이 있다.

 

특히 요즈음과 같은 시점에 코로나19와 오랜 장마로 외부활동을 제약받고 집에만 있다 보니 아이들의 식욕상태에 따라 그 격차가 좀 더 크게 벌어지게 되었다. 본디 식욕이 왕성하고 밥을 잘 먹던 아이들은 때가 되어 식사도 많이 하는데 견줘 군것질도 수시로 하고 운동량이 적다 보니 점점 살이 찌면서 코로나 비만으로 흘러간다. 이와 반대로 원래 식욕이 별로인 아이들은 그나마 활동성이 줄다 보니 없던 식욕이 더 줄어들고, 식사 리듬마저 흐트러지고, 즐거운 놀이 뒤의 잠깐 호전된 식욕마저 상실되어 점점 더 안 먹는 아이가 되는 양극화 현상을 보인다.

 

이러한 식욕부진의 패턴에서 활동성이 줄어들 때 장의 운동성이 떨어지면서 직접 소화능력이 영향받는다. 때가 되어도 배가 고프지 않고, 식사량이 일정범위를 넘으면 안 먹혀서 입에 물고 있게 된다. 그러므로 먹을 것이 넉넉하고 활동하기 좋은 계절인 가을을 여유 있게 준비하기 위해서는 먼저 잘 먹을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식욕부진을 해소하기 위한 조언 “당기는 만큼만 먹어라”

 

아이들을 잘 먹게 하기 위해서는 먹는 것의 기본적인 구조를 알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먼저 아이가 먹은 음식이 소화되는 과정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음식을 씹어 목에서 음식물을 삼키면 6~7초 뒤 위에 도달하며 물이나 기체, 액체류는 0.1~1초면 도달된다. 일반적으로 음식이 위에 머무르는 시간은 평균적으로 2~3시간이며 밥, 빵 같은 탄수화물이 위에서 장으로 가는 데는 대략 3시간 정도, 고기 같은 단백질은 4~5시간, 지방은 6~8시간 정도가 걸린다.

 

소장에 도착한 음식물이 영양소로 우리 몸에 흡수되는 데에는 다시 4~5시간이 필요하다. 이후 대장을 통해 발효하는 과정을 통해 깨끗한 변을 만든 뒤 배출 과정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소화 흡수하는 시간은 9시간에서 15시간이며 배변을 만드는 시간을 합하여 24시간 +24, -12 시간 정도의 과정을 겪는다.

 

그러므로 이러한 평균을 벗어나게 되면 소화 흡수 시간이 너무 적어서 충분히 영양을 흡수하지 못하거나, 장의 운동성이 너무 느려서 흡입하고 배출하는 것이 힘겨울 수 있다.

 

특히 장의 운동성이 느려진 경우에 식욕부진이 두드러지게 된다. 이것은 본래 장이 약한 경우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장의 운동성이 떨어져 어느 순간부터 먹는 양이 줄어들고, 조금만 더 먹어도 소화불량이 오고, 때가 되어도 배고픔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배고픔이 없는 상태에서 먹다 보면 위장을 중심으로 한 장이 원해서(당겨서) 먹는 것이 아니라 장에 억지로 욱여넣어 먹는 형태가 되기 때문에, 먹는 것이 즐거움이 아니라 부담으로 다가오고 들어온 음식을 소화, 흡수, 배출하기 위하여 힘겨운 투쟁을 하게 된다.

 

배고픔을 느끼지 못하고 먹고 싶은 것이 없는 데는 까닭이 있어

 

이러한 식욕부진의 가장 큰 요인은 장의 운동성 문제이다. 곧 위장을 비롯한 소화기관 장관이 충분한 운동을 못 하여 위장에서 소장으로 소화된 음식물을 보내 위장을 비우는 속도가 느려진 것이다. 위장에 음식이 남아있으면 배가 고프지 않고 배고픔이 없는 상태에서 억지로 음식을 먹으면 그나마 운동성이 느려진다. 이럴 때 전과 비슷한 양을 먹으면 장운동을 온전히 할 수 없게 되고 점점 활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이러한 운동성의 저하는 위장을 비롯한 소화기 장관의 근본적인 문제와 주변 관련 장부의 문제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번째, 위장의 점막이 얇아지고, 위산의 분비 양이 적어지고 위장 근육의 탄력저하와 같은 위장 자체의 문제가 있다.

두 번째, 위장의 운동을 유도하고 세포의 활동을 자극하는 부신의 기능저하도 연관이 있다.

 

 

세 번째, 가장 큰 이유는 위장의 운동을 위한 혈액공급 부족 문제가 있다. 곧 위장이 운동하려면 세포에서 에너지 대사가 활발하게 일어나야 하는데 세포에 산소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아 위장이 본래의 운동을 못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소화 속도가 느려진 가장 큰 요인을 하나면 꼽자면 비장(지라) 기능저하로 인한 여분의 혈액 부족에 의하여 위장에서 요구되는 혈액 증가량을 공급하지 못하여 이루어지는 산소공급의 부족이라 할 수 있다.

 

‘음식이 당긴다’는 것의 의미를 알자

 

우리가 음식을 씹으면 이를 따라 식도와 위장은 연동운동을 진행한다. 음식물을 아래로 내려보내는 리드미컬한 작용으로 연하운동이라고도 하는 일련의 작용인데, 위장을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입안의 음식을 진공청소기가 흡입하듯 식도와 협력하여 당겨가는 것이다. 당겨서 먹는 음식은 연구개나 식도에 걸리지 않으며 먹었을 때 위장이 충분한 운동을 하면서 소화시킨다.

 

그러나 배부르거나 위장이 긴장되어 있거나 위장에 혈액공급이 부족하거나 하는 등의 원인으로 위가 정상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식도의 운동성도 제약이 받게 되어 흡입하는 동작이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아무리 음식을 씹어도 삼켜지지 않으며 결국 씹기마저 귀찮아지게 된다. 이때 억지로 삼키게 되면 연구개(입천장 뒤쪽의 연한 부분)에 손상이 오고, 식도를 통과하다가 음식물이 걸려 식도에서 체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며 위장에서도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워 부담을 느끼고 어느 선을 넘으면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위로는 구토, 아래로는 설사하기도 한다.

 

음식을 위에서 억지로 받아들인다 해도 위장 운동이 어려워서 소화를 잘 시키지 못해 소화 속도가 느려지게 되고 또한 억지로 소화시키려 하다 다른 장부 조직에 부담을 주는 경우까지 발생한다. 이처럼 음식을 당기는 기본적인 의미는 씹는 행위와 동조되는 위장과 식도의 운동이라 할 수 있으며, 이렇게 당겨서 먹는 음식은 위장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는 보증과 같다.

 

식욕부진이나 소화불량은 세포의 활동이 원활하지 않다는 경고

 

이와는 다른 관점으로 음식이 당기는 원초적인 작용은 인체의 세포활동과 이를 보조하기 위한 생명활동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곧 우리 인체 활동의 기본인 세포의 대사 작용을 기준으로 알아볼 수 있는데 생명활동은 세포에서 영양분을 소진하여 요구하면서 다음과 같이 세포→혈관→간→장의 순서로 영양분을 당겨간다.

 

1. 세포의 대사 작용으로 세포에 영양분이 부족하면 혈관에서 영양분을 당겨간다.

2. 혈관의 영양분이 소모되면 간과 피하지방에 축적된 영양분을 당겨간다.

3. 간의 영양분이 소모되어 간이라는 창고가 비워지게 되면 장에서 영양분을 당겨간다.

4. 장에 영양분이 비워지면 입에 음식을 당겨간다.

 

곧 음식이 당긴다는 뜻은 최종적으로 세포에서 활용하겠다는 의미가 포함되는 있는 것이다. 반대로 식욕부진이나 소화불량은 세포의 활동이 원활하지 않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러한 식욕부진이나 소화불량에 대해 한의학에서는 다양한 방법을 제공하고 또한 쉽고 빠르게 이를 개선할 방안을 제공한다. 적절한 식이 요법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 누적된 소화기관의 부담을 풀어내는 지황백호탕이나 활명수, 위청, 내소산, 평위산 등 체질에 맞는 다양한 한약치료를 통해 소화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이 건강을 위한 기본적인 출발이 된다.

 

 

 

건강하고 왕성한 식욕을 얻으려면 여유가 필요

 

반드시 당기는 만큼만 먹어야 한다. 공복 시 위장은 대략 20cc 정도의 혈액으로 유지되지만, 음식을 배불리 먹으면 100cc 정도의 혈액이 필요하게 되며 이때 80cc의 여분의 혈액을 비장이 제공한다. 비장과 위장이 감당할 만큼의 음식만이 당기게 되니 억지로 먹으려 하지 말고 그날 상태에 따라 적당량을 섭취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적당양의 지점을 정확하게 알기 위한 방편이 음식을 오래 씹는 것이며 면이나 국으로 후루룩 삼키는 것을 지양하는 것이다.

 

입맛에 맞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맛있다’를 기능적으로 보면 췌장에서 온전히 소화할 수 있다는 표현이다. 혀가 췌장에 뿌리를 내려 췌장의 능력과 소화액의 준비상태를 인지하여 소화할 수 있는 것은 ‘맛있다’란 신호를 주고, 소화할 수 없는 것은 ‘맛없다’란 신호를 준다고 보면 된다. 아울러 췌장의 능력에 맞추어 먹는 또 다른 의미는 췌장에서 분비하는 중탄산염에 맞추어 먹음으로써 위장에서 분비하는 위산과 만나 산과 염기의 균형을 이루어 중성 상태로 소장과 대장으로 유입되게 하여 느긋한 소화 흡수를 보장하고 장 점막을 자극하지 않아 뱃속도 편하고 대장의 발효환경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을 포함한다.

 

기분 좋고 신날수록 잘 먹을 수 있다

 

위장을 비롯한 점막의 생리활동은 자율신경의 부교감이 활성화돼야 잘 움직인다. 부교감은 여유와 안정, 즐거움과 행복이 충만할 때 활발해지므로 식사는 부담 없이 기분 좋고 신나게 먹어야 소화가 잘된다. 아울러 맛있는 식사를 하면 몸과 마음이 여유로워지고 즐거움으로 행복함을 느낀다.

 

위장과 소화기 장부는 걷는 것을 좋아해

장운동의 기본은 여유로운 혈액공급에 달려 있다. 적당히 숨이 가빠지지 않은 운동을 하면 근육이 더 많은 혈액을 과하게 요구하지 않으면서 피가 잘 돌게 된다. 그러므로 자고이래로 식후 산책을 건강의 기본으로 삼았으며 특히 걷기를 맨발로 하게 되면 발바닥 자극을 통해 전체 장부의 혈액순환이 원활해진다.

 

유용우 한의사 dolpha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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