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빨라지는 봄

  • 등록 2026.04.25 10:5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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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140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증거 가운데 하나는 해마다 벚꽃이 피는 시기가 앞당겨진다는 사실이다. 벚꽃이 피는 시기는 곳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기상청은 기준을 정하여 한반도의 벚꽃 개화 시기 변화를 관측한다. 벚꽃이 꽃 피는 기준이 되는 나무는 서울 종로구 송월동에 있는 기상관측소 안에 있는 왕벚나무다. 서울에서 벚꽃이 피었다는 판정은 이 왕벚나무를 기준으로 한다. 여의도처럼 지역별로 따로 보기도 하는데, 여의도 윤중로는 국회 맞은편 118~120번 벚나무 3그루를 기준으로 개화를 판단한다.

 

아래 그림은 서울의 벚꽃 개화일을 100년 동안 관측한 결과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지금부터 100년 전인 1926년에 벚꽃은 4월 23일에 피었다. 50년 전인 1976년에는 벚꽃이 4월 11일에 피었다. 최근 5년 동안의 벚꽃 개화일을 여의도 기준으로 조사한 자료는 다음과 같다.

 

<표1> 최근 5년 동안의 서울 벚꽃 개화일

 

 

 

 

기상 자료를 살펴보면 과거에는 벚꽃이 4월 중ㆍ하순에 피었다. 그러나 이제는 벚꽃 피는 때가 3~4주 앞당겨졌다. 벚꽃은 3월 말부터 피기 시작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처럼 벚꽃이 피는 때가 빨라지는 것은 지구온난화의 영향 때문이라고 과학자들은 설명한다. 지구가 더워지는 이유는 온실가스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다. 이산화탄소는 화석연료를 태울 때 가장 많이 생긴다. 그러므로 지구가 더워지는 것을 막으려면 석탄, 석유, 도시가스 등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여야 한다.

 

2015년에 프랑스 파리에 196개 나라 대표가 모였다. 이들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서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과 견주어 2도 이내로 억제하자고 원칙적인 합의를 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모든 나라들이 탄소제로(각 나라 영토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모두 나무로 흡수시켜서 순수 발생량이 0이 되도록 한다는 목표)를 달성하여야 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일본, 영국, 프랑스 등 27개 국가는 2050년까지 탄소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하였다. 그러나 파리협약에서 합의한 “지구 평균 기온을 2도 이내로 억제한다”라는 목표 달성은 불가능할 것으로 염려된다.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들의 정치가들은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과학자들의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인구가 많고 경제발전에 어느 정도 성공한 중국은 세계에서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발생시키는 나라다. 2024년 기준으로 중국은 세계 이산화탄소 발생량의 26%를 발생시킨다. 2020년 시진핑 주석은 유엔총회 화상연설에서 중국은 2060년까지 탄소제로를 달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다른 선진국들이 선언한 탄소제로 달성연도 2050년보다 10년 늦은 목표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다. 미국은 세계 이산화탄소 총발생량의 12%를 차지하였다. 그렇지만 한 사람당 이산화탄소 발생량으로 견주면 세계 제1위를 차지한다. 과학을 불신하는 트럼프는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자들의 주장을 ‘사기’라고 규정하며 인정하지 않는다. 트럼프는 2025년 1월에 제2기 대통령으로 취임하자마자 오바마 정부 시절에 가입한 파리협약에서 탈퇴를 선언하였다. 트럼프는 2026년 2월 12일에 기후변화가 인간의 건강과 환경을 위협한다고 규정하는 ‘위해성 판단’을 폐기했다.

 

위해성 판단은 2009년 미국 환경보호청이 온실가스 배출이 미국인의 건강과 복지에 위협이 된다고 결론 내린 과학적 판단이다. 미국 정부는 이를 근거로 17년 동안 발전소와 석유ㆍ가스 시설, 자동차 배기가스 등 화석연료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규제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재앙적인 정책인 위해성 판단을 공식 종료한다”라고 선언했다. 미국은 더 이상 온실가스를 규제하지 않겠다는 이러한 선언은 매우 충격적이다. 기후 위기를 인정하고 기후변화를 막기 위하여 노력하는 세계 모든 나라들과 반대로 어깃장을 놓은 트럼트는 국제사회의 이단아(異端兒)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인도는 세계에서 3번째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다. 인도는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6%를 차지한다. 인도의 모디 총리는 2021년 기후변화 국제회의에서 인도는 개발도상국가임을 강조하면서 기후변화 대응으로 2070년까지 탄소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다른 선진국들이 선언한 탄소제로 달성연도 2050년보다 20년 늦은 목표이다.

 

러시아는 세계 제4위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이다. 러시아는 세계 이산화탄소 총발생량의 약 4%를 차지한다. 러시아는 주요 산유국이자 천연가스 생산국으로서 초기에는 지구온난화가 러시아에 유리하다고 보았지만, 생각을 바꾸었다. 푸틴 대통령은 2021년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회의에서 러시아는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다른 선진국이 발표한 2050년보다 10년 늦은 목표다.

 

우리나라는 2022년 기준으로 세계 총이산화탄소 발생량의 약 2%를 차지하며 순위로는 제9위를 차지하였다. 우리나라는 문재인 정부 말기인 2021년 12월에 “2050년까지 탄소제로를 달성하겠다”라고 선언하였다. 이재명 정부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기 위하여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사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문제가 되기 시작한 1970년대에는 지구온난화를 인정하지 않는 과학자도 있었다. 10여 년 동안 과학계에서 치열하게 논쟁하던 지구온난화를 과학적 사실로 인정하게 된 것은 불과 38년 전이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헨슨 교수는 1988년에 미국 상원에 출석하여 “지구 온난화는 과학적인 사실이다”고 증언하여 UN이 지구온난화를 과학적인 사실로 인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헨슨 교수 연구팀은 2023년 11월에 기후변화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였는데, 그 내용이 매우 심각하다. 이 논문에 의하면 1970~2010년의 40년 동안 지구기온은 1년에 0.018도C 정도로 완만하게 진행되었다. 그러나 2010년 이후에는 1년에 0.27도C로 크게 올라가고 있다고 한다. 지구온난화 속도가 15배나 빨라졌다는 것이다. 이처럼 지구온난화 속도가 빨라지면 2050년이 되기 전에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2도를 훨씬 초과하여 오를 것이다.

 

지구의 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는 지구촌의 모든 나라가 함께 협력해야만 한다. 그런데도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발생시키는 상위권 나라들은 온실가스 규제에 매우 소극적이다. 대부분의 정치가는 지구기온의 상승을 막는 것보다는 자기 나라의 경제발전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일반 국민도 그렇게 생각한다.

 

지구 온도가 2도 상승하는 것이 왜 그렇게 문제가 되느냐고 묻는 사람도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필자는 다음과 같은 비유로 말해 준다. “사람의 체온은 36.5도가 정상이다. 그런데 2도가 높아져서 체온이 38.5도를 유지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병원에 가서 의사의 진단을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올해에도 봄이 일찍 와서 벚꽃이 빨리 피었다. 빨리 핀 벚꽃을 보며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고 손자들의 삶을 염려하는 것은 필자만의 괜한 기우일까?

 

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muusim222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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