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선(마른버짐)이라는 피부 질환

2020.09.27 11:46:03

[한방으로 알아보는 건강상식 57]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흔히 가을을 변화의 계절이라고 한다. 계절적으로도 태양과 더불어 따뜻함을 만끽하다가 북에서부터 다가오는 밤의 서늘함, 한기와 대립하게 되는 과정이다. 한방에서는 우리와 너희의 어울림 과정으로 보는데 이를 금기(金氣)의 작용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적응하고 순응하는가, 충돌하여 전쟁 상황인가, 굴복하여 주저앉은 상황인가에 따라 우리 몸은 많은 편차를 보인다.

 

이러한 가을의 상황에서 가장 많은 변화를 보이는 조직이 피부와 호흡기 점막이다. 실질적으로 차가움, 건조감에 대하여 내 몸의 피부와 점막이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특히 피부의 본래 역할은 내 몸의 불필요한 것을 방출하고, 외부의 환경에 대해 방어하면서 선택적 수용을 하는 조직이다. 그 때문에 가을에 가장 많은 변화를 보인다.

 

내 몸의 독소를 방출하지 못하여 드러나는 아토피 질환의 경우, 선선해지면서 완화되어야 하는데, 추위를 느끼게 되면 모공이 닫히면서 체열과 독소를 방출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토피 증세가 더 심해진다. 외부 환경에 대한 부담이 심해서 드러나는 알레르기의 경우 외부의 알러지 물질은 봄보다 적으니까 증상이 경감되어야 하는데, 추위를 느끼면서 피부 온도가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피부 면역력이 저하되면서 알러지 질환이 심해지기도 한다.

 

이러한 피부변화라는 틀 속에서, 독특한 피부질환이 하나 있는데 피부가 건조해서 비듬 같은 인설(鱗屑, 피부 표면의 각질 세포가 병적으로 하얗게 떨어지는 부스러기)이 생기는 만성 피부질환으로 ‘건선(乾癬, psoriasis)’이라는 질환이 있다.

 

건선이란 염증성 각화증(炎症性角化症)의 일종으로, 여러 가지 크기의 붉고 평평한 병변(病變)이 생겨 그 표면에 은백색의 돌비늘같이 보이는 각층이 두껍게 겹쳐 쌓여서 저절로 떨어지는데 계속 그 밑에서 잇달아 생겨나는 질환이다. 주로 사지(四肢)의 바깥쪽, 곧 팔꿈치나 무릎 등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기 쉬운 부위에 생기는데, 몸체ㆍ얼굴ㆍ머리에도 생기며, 머리에서는 심한 비듬처럼 보인다.

 

양방에서 접근하는 건선은 난치다.

 

양방적 관점에서 건선은 대체로 내분비장애ㆍ신진대사장애, 특히 지방대사장애에 의한다는 설이 유력하며 동양인보다는 서양 사람에게 많이 발생하여 유전적ㆍ체질적 요소가 있을 것으로 유추하고 있다. 또한, 정신적 스트레스, 피부에 의한 기계적ㆍ온열적(溫熱的)ㆍ화학적 자극도 병변의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반적인 치료는 동물성 지방을 제한하고 내복(內服)요법과 외용(外用)요법을 쓰는데, 외용요법으로는 부신피질호르몬연고를 바른 뒤 위쪽에 폴리에틸렌 막을 씌우고 주위를 반창고로 밀폐하는 방법과, 콜타르연고를 바른 다음 잠시 뒤에 씻어내고 태양등(太陽燈)을 쬐는 방법 등이 있다.

 

한방에서 접근하는 건선은 정지며 고립이다.

 

한방의 관점에서 건선은 금기(金氣)와 화기(火氣)의 충돌로 인하여 이루어지는 혈관과 피부의 무너짐 현상으로 보고 있다.

 

 

금기(金氣)가 작용하는 우리 몸의 피부는 여러 가지 역할을 하는데 외부의 환경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도 하고 적응을 이루어 내면서, 내부에 있는 독소를 방출한다. 모공(毛孔)과 땀구멍(汗孔)을 통해 직접 노폐물을 배출하고, 피부 호흡을 통하여 보이지 않는 독소를 방출한다.

 

기본적으로 우리 몸은 끊임없이 몸의 독소를 방출하는데 가장 크게는 대변과 소변, 그리고 호흡을 통해 배출하며, 피부를 통해서도 방출한다. 이러한 피부 방출에서 손바닥과 발바닥에서 가장 활발하게 빠져나가며 개인마다 나름대로 독소를 많이 방출하고 몰리는 통로가 있다. 그러나 피부에서 방출과 방어의 부조화 때문에 피부의 독소 방출이 정체되어 독소가 피부에 머무르고 피부와 주변 조직이 손상되고 부종이 모세혈관에 까지 파급되어 일정 영역의 넓고 깊은 손상이 발생하여 드러나는 질환이 건선인 것이다.

 

곧 건선의 상태는 외부적으로는 용암과 비견할 정도의 강한 열독이 피부에 정체되어 표피와 진피를 태우는 현상이다. 그러므로 발적 발진이 나타나면서 세포가 열의 핍박으로 수명이 단축되며 전체적인 조직이 빠르게 무너져 진행되는 질환이다.

 

따라서 건선의 부위는 열독의 정체로 인하여 내부의 혈액순환도 같이 정체가 일어나 모세혈관이 붓고 손상되어 정상적으로 혈액을 공급받지 못한다. 마치 고립된 마을과 같이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아 영양의 공급과 약성분의 공급이 차단되면서 정상적인 생리 반응이 더디거나 거부되는 현상이 드러난다. 그러므로 건성의 특징은 증상 변화가 완고(頑固)하다고 표현하며 양약으로 치료를 하여도 한약으로 치료하더라도 변화가 거의 없거나 매우 더디게 진행이 된다.

 

따라서 건선은 난치(難治)질환이라 지칭하고 양방도 힘들고 한방도 너무 느리게 치료되어 인내를 요구하는 질환이다.

 

건선에서 피부의 건선화 상태란 안팎의 통로가 단단하게 막혀 움직임이 정지된 것과 같은 상태다. 그래서 이때 내부적으로 접근하는 어떠한 약재들의 작용도 도달이 되지 않고, 외부에서 도움을 주려는 약재들도 내부의 호응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정상적인 약리작용이 일어나지 않아서 치료가 안 되는 질환이다.

 

이전의 한방적인 접근에서는 한약으로 내부에서 아무리 열독을 정리해도 열독의 줄어드는 정도가 너무 느리게 나타나기 때문에, 건선을 독소의 양이 가장 많은 피부 질환 군으로 분류하였다. 그러나 정체를 풀어 순환의 물꼬를 터주면 의외로 쉽게 치료가 되는 것을 경험했는데, 외부에서 풀어내는 한약 연고와 내부에서 풀어주는 한약이 호응하면서 어느 분기점을 넘어서면 급격하게 증상이 개선되었다.

 

곧 건선이란 내부의 열독 정도가 심한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순환이 정체된 정도가 정지에 가까울 정도로 심하고 속도가 느렸던 것이다. 그런데 이 정체가 풀리면서 내부의 혈액순환이 원활해지고 모세혈관이 재생되고 피부가 재생되면서 쉽게 치료되는 단순한 피부질환이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한방 치료를 받으면서 생활 속에서 몇 가지를 지키면 건선은 우리가 이겨낼 수 있는 질환이 된다.

 

 

건선 치료는 생활관리와 함께

 

1. 건선은 혈관질환이다. 운동해야 한다

 

자신의 체력에 적당한 유산소 운동을 권장하며 젊고 체력이 자신 있는 분은 달리기, 자전거, 줄넘기 정도를 하고, 체력이 달리는 분들은 맨발로 걷기 운동을 추천하다. 건선은 적극적인 운동을 해서 말단까지 원활하게 혈액 순환이 되도록 함으로써, 건선 부위의 막힌 순환의 정체를 풀어내야 한다. 아울러 좀 더 적극적인 운동으로 전신 모공에 땀이 날 정도까지 운동한다면 피부의 순환 정체가 풀리면서 체열을 능수능란하게 방출할 수 있게 되어 체온 조절력이 살아난다.

 

2. 술과 담배를 절대 금한다

 

흔히 술이 혈액순환을 촉발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하며 적당한 음주는 건강에 좋다는 관점이 있다. 그러나 술의 부담은 흔히 숙취라 하는 뒤 끝에 있다. 곧 음주로 몸과 마음이 이완되고 정맥혈이 넓어져 혈액 순환이 활발해진 이후에, 반대급부로 다시 좁아진 혈관과 정체된 독소로 인해 전반적으로는 혈액 순환의 정체를 누적시킨다.

 

건선을 치료하는 과정에서는 한 방울의 술도 안 된다는 각오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냥 맥주 한 컵 정도 마시면 괜찮겠지.’ 그런 생각은 기름통 들고 불구덩이에 들어가는 것과 같으므로 술을 좋아하시는 분은 주위사람과 가족의 배려와 격려를 받을 필요가 있다.

 

3. 건선은 완고한 고집쟁이다. 빨리라는 단어를 접어두자

 

건선을 치료하는 것은 완고한 옹고집 영감을 변화시키는 것과 같고, 오지에 도로를 뚫고, 문명을 전달하는 것과 같다. 쉽고 빠르게 변화시키는 방법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흔히 양방에서 피부에 부종이 심해서 속살이 보일 정도로 심각한 경우에도 스테로이드를 듬뿍 바르고 주사를 맞으면 3일 정도면 일시적으로나마 증상이 없어진다.

 

그러나 건선은 일시적으로나마 증상을 없애주는 약조차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조금 완화해주는 정도다. 이렇게 인내가 필요한 질병이므로 연고와 내복약이 서로 호응을 이끌어 낼 때까지 꾸준히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4.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낙천적인 성격을 도모하자

 

피부 질환의 특징은 겉을 보인다는 것이다. 곧 이미지를 관리할 수 없다. 어린이들은 어린대로 주눅 들고, 성인은 성인대로 이미지를 망쳐 위축이 된다.

 

건선이 심한 환자를 진료할 때 한의사로서는 ‘고생이 심하겠구나. 어느 정도 치료해야 하겠구나’하는 생각을 하지만 일반인 처지에서는 혐오감을 표현할 수 있는 병변이다. 그러다 보니 고통도 고통이려니와 남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게 된다. 철없는 아이들은 놀리면서 피하고, 성인들은 걱정하는 듯 피하므로 점점 위축되면서 몸과 마음이 움츠러들어 실제 증상이 더욱 심해진다.

 

그러므로 건선을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스스로 위축되는 피해의식을 떨쳐내고 당당하게 남들 앞에서 자신감 있게 말하고 옷도 여름에는 반바지에 반소매 티를 입도록 하자. 실제 가볍게 입고 일광욕을 하면 자연빛(자외선)이 어느 정도 치료 효과에 도움도 되고 피부의 소통이 원활해진다. 때로는 산으로 바다로 여행을 가서 마음의 위축이 감정의 티끌임을 인식하고 대자연의 여유를 만끽하자

 

5. 음식을 조절하자.

 

이 세상의 어느 문헌에도 과식과 폭식이 좋다는 말은 없다. 우리나라 말의 잘 먹는다는 말이 가장 정확한 표현이며 ‘적당히’라는 말도 좋은 말이다. ‘잘 먹는다’ 함은 때가 되어 배가 고플 때 먹고, 오래 씹어 먹는 중에 맛있게 먹고, 스스로 정량을 먹는 것이다.

 

이러한 바탕 속에 절대적으로 금해야 할 음식으로 닭고기가 있다. 큰 흐름으로 보면 혈액을 탁(濁)하고 열(熱)하게 만들면서 닭고기의 지방이 소화를 어렵게 하여 피부와 혈액 순환에 큰 화근(禍根)이 된다. 이 밖에도 밀가루 음식은 될 수 있으면 먹지 말고, 식품첨가물이 많이 들어있는 즉석음식도 될 수 있으면 피하는 것이 필요하다.

 

6. 숙면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건선은 혈관질환과 병행된 측면이 크며 가장 큰 혈관은 심장(心臟)이다. 곧 심장이 튼튼해야 혈관도 튼튼하고 건선도 쉽게 치료할 수 있다. 심장을 튼튼하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유산소 운동으로 심폐기능을 확장한 후 푹 자는 것이 가장 좋다. 수면의 질은 일찍 자는 것에 의해 좌우되므로 적당한 유산소 운동 후 최대한 일찍 자는 것이 좋다. 제때 자는 것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9시 무렵 자는 것이며, 늦어도 11시 30분에 잠이 들어있는 것이 필요하다.

 

아침에 일어날 때 수면 부족으로 푸석해진 피부로는 치료가 난감하다. 숙면을 취해서 가볍고 상쾌하게 일어나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말처럼 피부 미인의 피부 윤택을 얻어보자.

 

유용우 한의사 dolpha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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