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의 K-방역 ‘벽온단 태우기’

2020.12.10 11:37:11

국립민속박물관 학술지 《민속학연구》 47호 펴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윤성용)은 민속학 관련 전문 학술논문집인 《민속학연구》 47호를 펴냈다. 47호에는 모두 16편의 논문이 투고되었으며, 3차의 심사를 거쳐 9편의 논문이 게재되었다. 수록 논문들은 세시 관련 2편, 신앙 관련 2편, 의례 관련 1편, 민속문학 관련 1편, 민속예술 관련 2편, 박물관 교육 관련 1편이다. 이들 연구는 융복합적인 연구로 옛 조상들의 슬기로움을` 다시 되새기면서, 한편으로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하는 문화를 탐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논문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조선시대의 방역법 ‘벽온단(辟瘟丹) 태우기’

 

조선시대 대규모로 유행했던 급성 돌림병인 온역(溫疫)은 현재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 19를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시기에 조선후기 온역(溫疫)을 예방하기 위해서 궁중에서 신성벽온단(神聖辟瘟丹)을 태우던 풍속을 고찰한 연구(하수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시 사람들은 온역의 전염 경로가 코를 통한 사악한 기운(邪氣)의 출입이라고 생각하였다. 따라서 온역을 예방하는 방법인 벽온(辟瘟)은 코를 통해 이루어졌고, 약재를 태워 향을 맡는 것이 중요한 벽온법이었다. 다양한 벽온법 가운데 ‘신성벽온단’은 섣달그믐에 궁중에서 제조된 납약(臘藥)으로 임금이 새해 첫날에 신성벽온단을 태워 국가의 평안과 백성의 건강을 기원하였다.

 

이 논문은 이에 기초하여 의료학과 민속학의 융복합적 연구로 벽온단과 궁중의 세시풍속을 함께 고찰하였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아울러 코로나 19 예방을 위해 마스크 착용을 생활화 하는 현 상황과 벽온단을 태우며 코로 약재를 흡입하던 조선 시대의 풍속을 비교해 봄으로써, K-방역의 성공이 조선시대부터 이어온 조상들의 지혜와 경험에서 온 것임을 확인하게 된다.

 

별과 달로 보던 점, 주술이 아니라 과학

 

농사의 풍흉을 예측하기 위해서 ‘좀생이별 보기와 달점치기’를 통해 천문을 살피던 풍습을 민속학과 천문학 두 학문을 연계하여 분석한 연구(김태우, 민병희)도 주목할 만하다. 두 학문의 융복합적인 연구를 통해 민(民)에서 이루어졌던 점복 주술이 생활경험을 바탕으로 한 과학임을 증명한 논문으로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그림 속으로 들어간 노래

 

한편 민화는 대부분 작품이 작가를 알 수 없고 장식을 위한 목적으로 대량 생산되었다는 특성상 제대로 된 미술사적 연구가 진행되기 어려웠으므로 연구가 등한시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특성에도 장계수의 연구는 민화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의 도상 변화를 동시대 다른 예술과의 영향 관계를 바탕으로 연구하였다는 점이 주목된다. 조선 후기 민화에서는 소상팔경도의 한 부분인 ‘소상야우(瀟湘夜雨)’가 강변에 내리는 비를 묘사한 것에서 피눈물로 얼룩진 대나무를 그리는 것으로 그림이 바뀌었으며, 도상 2개가 추가된 소상십경도(瀟湘十景圖)도 많이 그려졌다.

 

이와 같은 변화의 배경을 왕실과 사대부들이 향유 하던 ‘소상팔경’ 문화가 조선 후기로 내려오면서 서민들이 즐겨보던 고전소설의 배경이 되고, 이에 더하여 판소리 사설, 소상팔경가(瀟湘八景歌) 등의 잡가의 중요한 레퍼토리가 되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곧 ‘소상팔경의 대중문화화’는 새로운 도상들을 나타나게 하는 배경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각각의 문화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여준다.

 

<동그라미그림 노래놀이> 의 기원을 찾아서

 

흩어져 있는 전래놀이를 모아서 분석하여 그 기원을 찾고 유형 분류를 한 연구(조효임)도 살펴볼 만하다. 이 연구에서 조효임은 어린이들이 노래를 부르며 그림을 그리는 전래놀이 가운데 하나인 <동그라미그림 노래놀이> 38건을 분석하여 변화 양상을 고찰하였다.

 

그 결과 놀이의 원형이 미국에서 일본으로 전파된 <동그라미그림 노래놀이>가 다양한 유형으로 전이(轉移)되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구전(口傳)이나 문헌의 형태로 전래 되던 놀이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미디어를 통해 전파되는 양상을 띠게 됨에 따라, 그 성격이 변화되고 있음을 밝혔다. 이것으로 문화의 변화에는 다양한 요소가 작용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 《민속학연구》 47호에 수록된 논문들은 기존의 연구와 다른 새로운 견해를 제시하고 새로운 연구 주제를 발굴하였다. 또한, 47호에는 2020년 개최한 ‘기산풍속화전’연계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던 기조 강연문 1편과 논문 5편 중 2편을 보완하여, ‘풍속화와 민속’이란 주제로 특별기고 논문을 수록하였다.

(게재 논문에 대한 주요 내용은 붙임2 참조)

 

펴낸 학술지는 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 <발간자료원문검색> 서비스와 <한국학술지인용색인사이트 https://www.kci.go.kr>, <학술자료검색사이트 https:// www.dbpia.co.kr> 등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김영조 기자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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