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친구, 막걸리의 문화적ㆍ역사적 의미

2020.12.23 14:56:23

국립박물관 첫 100% 비대면 온라인 전시 “막걸리, 거친 일상의 벗”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윤성용)은 2020년 12월 24일부터 특별전 《막걸리, 거친 일상의 벗》(온라인 전시)를 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makgeolli.nfm.go.kr)을 통해 공개한다. 이 전시는 가상 전시장에 구현하는 온라인 전시로, 국립민속박물관이 기획 단계부터 온라인 전시를 염두에 두고 진행한 실험적 결과물이다.

 

코로나19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국민에게 작은 위로와 휴식을 주고자 기획된 이번 전시는 우리 민족의 역사 깊은 술이자, 항상 가까운 곳에 있었던 서민의 술인 막걸리의 문화적, 역사적 의미를 살펴보는 자리다. 국립민속박물관과 지역 양조장에서 소장한 막걸리 관련 자료인 ‘주방문(酒方文)’, ‘말술통’ 등 150여 점과 2018년부터 2년간 진행한 전국 양조장 조사 자료, 한국정책방송 영상자료 20여 건 등 다양한 막걸리 관련 자료가 3차원 전시장 영상과 함께 소개된다.

 

막걸리의 상식과 역사 보따리를 풀다

 

막걸리는 우리와 오랜 세월 함께한 술이지만 가까이 있던 흔한 존재였다. 그래서 막걸리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았고 진지하게 살펴볼 기회도 거의 없었다. 1부 ‘막걸리를 알다’에서는 막걸리에 대한 여러 상식과 역사를 소개한다. 막걸리의 ‘막’은 ‘함부로’, ‘빨리’이며 ‘걸리’는 ‘거르다’라는 뜻으로, 막걸리는 ‘거칠고 빨리 걸러진 술’이란 뜻이다. 막걸리는 만드는 방법이 간단하지만, 다른 술에 견주어 제조 시간도 적게 걸린다. 빨리 만들어져 값이 싸고, 많은 사람이 부담 없이 마실 수 있기에 서민의 술이 되었다. 값싼 술이지만 오랫동안 사람들이 마시다 보니, 막걸리에는 다양한 의미와 함께 깊은 역사가 담겼다.

 

 

 

막걸리는 예전 농주(農酒)라고도 불렸듯이, 주로 농사를 짓던 우리 민족과 오랜 기간 같이했다. 여러 기록으로 볼 때 고려 이전에도 쌀로 빚은 막걸리와 유사한 술을 마셨던 것으로 보인다. 고려 시대, 조선 시대를 거치면서 막걸리는 농사일과 제사 등에 꼭 필요한 술이 되었으며, 집에서 술을 빚는 가양주(家釀酒) 문화가 이어졌다. 일제강점기에는 주세법의 시행으로 가양주 문화가 단절되는 등 위기를 맞았으나, 해방 이후 양조장 전성시대를 맞으며 부활해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술의 자리를 지켜왔다. 1부에서는 《고사촬요(攷事撮要)》, 《주방문(酒方文》’ 등의 옛 조리서와 기산 풍속화 등의 자료가 전시된다.

 

막걸리의 맛이 다양해진 이유를 밝히다

 

2부 ‘막걸리를 빚다’에서는 막걸리를 빚는 방법과 공간,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막걸리는 사람의 손맛이 살아있는 술로, 집에서 소량으로 빚는 전통적인 방법이나 양조장에서 대량으로 빚는 현대적인 방법 사이에 별 차이가 없다고 한다. 그 방법은 쌀을 씻어서 밥을 지어 불리고, 누룩을 넣고 발효시켜 며칠 뒤에 거르는 것이다. 이렇게 간단한 방법이지만, 빚는 장소와 사람, 그리고 재료에 따라 막걸리의 맛은 다양하다.

 

 

 

2부에서는 국립민속박물관이 2018년부터 조사한 일제강점기 이후 전국 각지에 세워진 공장제 양조장 조사의 결과물과 누룩 틀, 증미기(蒸米機) 등 양조장의 막걸리 빚는 도구들이 전시된다. 특히 충남 논산의 양촌주조장, 전남 나주의 남평주조장을 360° VR(가상현실)영상으로 보여주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도 전달한다. 이를 통해 전국 방방곡곡의 막걸리들이 형형색색 다양한 맛이 나는 이유를 살펴본다.

 

막걸리 소비의 문화사를 살피다

 

3부 ‘막걸리를 나누다’에서는 막걸리를 마시고 나누면서 일어난 여러 사회적 현상과 개인의 기억, 그리고 소비 공간을 담았다. 오랜 역사와 다양한 의미를 지닌 막걸리에 대해 막걸리와 문인, 막걸리와 정치, 막걸리와 노래, 막걸리와 영화 등, 막걸리를 소비하며 만들어진 이야기가 소개된다.

 

3부에서는 막걸리의 친구와 연관된 ‘현인 가요사’ 음반, ‘서울의 지붕 밑’ 영화자료와 함께 막걸리만 마셨다는 시인 천상병 등 막걸리 애호가들의 기억을 살펴본다. 또한, 역대 대통령의 막걸리 사랑을 돌아본다. 아울러 시대에 따라 막걸리가 소비된 장소의 변천을 보여주는 논밭, 주막, 장터, 대폿집, 학사주점, 민속주점 등을 살펴본다. 특히, 서울 신촌의 ‘판자집’과 인천 ‘인하의 집’ 등 오랜 역사를 가진 대폿집을 360° VR(가상현실)영상으로 생생하게 소개한다.

 

항상 우리에게 기쁨과 위로를 주었던 오래된 친구

 

막걸리는 오랜 친구 같은 술로, 힘든 모내기의 현장이나 일터, 직장 동료와 함께 하는 대폿집 등 여러 장소에서 우리와 함께했다. 막걸리가 동료와 친구를 모이게 하고, 서로의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게 하며, 위로해주었다.

 

이번 특별전은 국립민속박물관이 처음 시도하는 가상공간 기반 온라인 전시로, 코로나19로 제한된 문화생활을 집에서 마음껏 누리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 전시로 전시 제목인 ‘막걸리, 거친 일상의 벗’처럼 우리에게 늘 기쁨과 위로를 주었던 오래된 친구 같은 술인 막걸리의 의미를 살펴보기를 바란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든 분이 언제나 우리 곁에 있을 것 같은 막걸리 이야기를 통해 위로받기를 바란다.

 

김영조 기자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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