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실의 ’꾸안꾸‘ 미학 – 그 절묘한 균형

2021.01.25 12:30:46

한국전통문화대, <균형감각, 조선왕실의 문화> 전시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

-「조선경국전」-

 

‘의금상경(衣錦尙絅)’

비단옷을 입고 그 위에 홑겹의 얇은 옷을 덧입어 화려함을 드러내지 않는다

-「중용」-

 

검이불루 화이불치. 김부식이 《삼국사기》에서 백제의 궁을 평하며 사용한 이 표현은 정도전이 조선경국전에서 궁궐 건축의 도(道)를 이야기할 때 다시 한번 소환됐다. 조선의 미감을 단박에 정리해낸 이 여덟 글자가 뜻하는 바는, 바로 균형감각이었다. 검소하되 곤궁해 보이지 않고, 화려하되 과시하지 않는 이런 균형감각은 조선왕조 전체를 관통한 미의식이었다.

 

중용에 나오는 ‘의금상경(衣錦尙絅)’ 또한 ‘검이불루 화이불치’와 그 맥을 같이한다. 군자는 비단옷의 광택이 지나치게 드러나는 것을 염려해 비단 위에 얇은 삼베를 덧입어 색감이 은은히 드러나도록 했다. 대개 조선의 미감이란, 이렇듯 절제와 조화와 균형이었다. 과하게 꾸미지 않아도 무심히 배어 나오는 아름다움, 그것이 조선의 미감이었다.

 

여기, 조선왕실의 이런 균형감각에 주목한 멋진 전시가 열리고 있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산하 전통문화상품개발실은 학생들이 조선왕실의 문화를 재해석해 개발한 상품 40여 점을 <균형감각, 조선왕실의 문화> 전시를 통해 1월 21일부터 27일까지 서촌 무목적(서울 종로구 필운대로 46)에서 선보인다.

 

 

 

본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지난 1년간 ‘조선왕실의 문화’를 주제로 숱한 문헌과 연구자료를 탐독했고, 마침내 조선왕실을 관통하는 미의식은 ‘화이불루 검이불치’로 상징되는 ‘균형감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이런 균형감각을 잘 보여줄 수 있는 40여 점의 작품들을 「왕의 시간: 을야지람」, 「왕의 의복: 의금상경」, 「왕의 공간」 세 가지 주제로 나눠 제작했다. ‘균형감각’이라는 주제를 보여주듯 전시장 바닥은 관람객이 스스로 균형감을 찾으며 걸어갈 수 있도록 징검다리처럼 구성되어 있으며, 전시품 또한 모빌형 유리함에 전시되어 있다.

 

「왕의 시간: 을야지람(乙夜之覽)」에서는 문진, 호롱 등 임금이 휴식을 취할 때 사용했을 법한 공예품을 보여준다. 이 전시의 귀중한 발견 가운데 하나인 ‘을야지람’은 밤 9시부터 11시까지, 임금이 잠자리에 들기 전 휴식을 취하며 독서하던 시간을 말한다. 낮에는 정사(政事)를 돌보며 나라를 경영하고, 밤에는 독서를 통해 자신을 수양하는, 임금판 ‘주경야독’이었던 셈이다. 현대인도 9시에서 11시 사이, 이런 을야지람의 시간을 즐기며 ‘왕의 독서’를 실천해보면 어떨까.

 

「왕의 의복: 의금상경(衣錦尙絅)」은 화려한 비단 위에 얇은 겉옷을 덧입어 비단의 화려한 빛을 살짝 감춘 것처럼, 밖은 검소하나 안은 화려한 무늬나 색상을 쓴 작품을 선보인다. 겉보다 안의 색깔이 더 화려한 향낭, 겉은 평범한 누비지만 안은 화려한 무늬가 담긴 배자에서는 화려함을 과시하지 않고 내밀하게 즐길 줄 아는 배려와 겸양의 미덕이 묻어난다.

 

 

 

 

「왕의 공간」에서는 조선왕실의 건축, 조경, 능, 포장 등에서 발견한 균형감각을 반영한 향로와 도자합을 소개한다. 조선 왕릉의 석수(왕릉의 석물 가운데 동물상인 양, 호랑이, 말)가 자랑하는 뛰어난 형태감에서 착안한 ‘나의 호위무사, 석수 향로 시리즈’와 더불어, 조선왕실의 포장함에서 발견되는 조화로운 배색을 활용한 현대판 선물함이 눈길을 끈다.

 

전시기간은 1월 27일까지이며, 네이버 예약시스템을 통해 회당 4명씩 예약할 수 있고 낮 11시부터 저녁 7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전시장인 서촌 ‘무목적’ 인근의 카페 메종 드 그루(서울 종로구 효자로 37)에서는 전시 중인 공예상품을 구매하고 경험해볼 수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한 법이다. 그러나 지나침이 없도록 항상 삼가는 마음 또한 오랜 수양을 통해 겸양의 덕을 갖추지 않으면 내기 어려운 법이다. 모든 것을 가졌을 때 그것을 내보이지 않는 절제의 미덕은 자못 어렵지만, 그래서 더욱 귀하다.

 

저 멀리 백제의 궁에서부터 시작된 ‘검이불루 화이불치’의 미학. 요즘은 자연스러운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패션이 대세이니,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전통과 현대를 관통하는 미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지원 기자 basicfor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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