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도피의 배후와 소름 돋는 진실

2021.05.14 10:58:43

드림플레이 연극, 자본2 : <어디에나, 어디에도>
1% 슈퍼리치들은 어떻게 돈을 벌고 유지하는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드림플레이 테제21이 <자본1: We are the 99%! (2018)>에 이어서 3년 만에 자본 시리즈 연작을 발표한다. “2018 레드 어워드-주목할만한 담론부문”을 수상한 <자본1>이 드림플레이 배우들이 마르크스의 『자본』을 일상적인 삶에서 발견해나가는 과정(렉쳐 퍼포먼스, lecture –performance)”였다면, <자본2 : 어디에나 어디에도>는 조세도피처를 드나드는 글로벌 금융자본의 비밀을 파헤치는 “다큐 드라마(docu-drama)”다. 1% 슈퍼리치(연봉 10억 원 이상의 소득이 있는 부유한 사람)들의 부를 지켜주기 위해 탈세와 불법 거래를 일삼는 자산관리사들과 이들에 맞서는 국제 탐사보도 기자들의 활약이 긴박감을 동반하여 극적으로 펼쳐진다.

 

드림플레이 테제21의 ‘연극이 아니어도 좋은 연극’ - “역사와 경제”

 

200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서울연극제 희곡상, 동아연극상 작품상&희곡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한 작가이자 연출가 “김재엽”과 “드림플레이 테제21”이 주목하는 동시대적인 주제는 ‘역사와 경제’다.

 

2010년대 한국연극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은 <알리바이연대기(2013)>를 비롯하여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2014)>, <검열언어의 정치학(2016)>, <세월호-국가 없는 나라:사라진 기억들(2016)>, <생각은 자유(2017)>,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2017)> 등등 동시대적인 ‘역사’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해 왔다. 그만큼 지난 2010년대 한국 사회는 매 순간 역사적인 시간으로 기록될 만큼 진화와 퇴화를 거듭하는 대전환의 시대였다.

 

‘드림 플레이 테제 21’이 주목하는 또 다른 주제 ‘경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 <자본1: We are the 99%! (2018)>은 이제는 아무도 읽지 않는 칼 마르크스의 《자본》 읽기를 시도해 본 작품이었다. 연극예술 노동자로서 배우들이 ‘상품과 노동’, ‘잉여가치’, ‘노동의 소외’를 자신의 일상적 삶에서 재발견해나가는 ‘살아있는 정치경제학 비판’이었다.

 

연습실에서 자신의 모습으로 세미나와 토론을 하고, 무대에서도 오롯이 자신의 모습으로 관객들과 만났다. ‘레드 어워드 : 주목할 만한 담론부문’ 수상과 ‘전태일 기념관’ 개관 초청공연, 프로파간다 프로젝트 참가 등의 성과를 만들었다. 이제 3년 만에 자본 연작 시리즈 <자본2 : 어디에나 어디에도(evertwhere nowhere)>를 선보인다.

 

 

 

실제 사건,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15명의 배우가 펼치는 다큐-드라마

 

<자본2: 어디에나 어디에도>는 실제 사건과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창작한 ‘다큐-드라마’다. <자본2>는 조세도피처와 페이퍼컴퍼니를 둘러싼 글로벌 금융자본이 은폐하고 있는 검은돈의 실체에 주목한다.

 

1%의 슈퍼리치들은 조세도피처에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불법거래와 거대탈세를 저지르고 있다. 그리고 대형로펌의 자산관리전문가들이 슈퍼리치들을 도와 세계 경제의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2016년 파나마시티의 법률회사 “모색 폰세카”가 35개국의 조세도피처에서 저지른 금융자본의 실체를 폭로한 <파나마 페이퍼스>, 2017년 영국령 섬나라 버뮤다의 법률회사 “애플비”와 “아시아시티 트러스트”가 19개국의 조세도피처에서 저지른 금융자본의 실체를 폭로한 <파라다이스 페이퍼스>를 모티브로 <자본2:어디에나 어디에도>에서는 몰타섬을 배경으로 활동하는 “모저 폰타나 다이너스티”라는 대형로펌으로 재탄생한다.

 

트럼프와 푸틴, 엘리자베스 여왕과 시진핑을 비롯한 세계 정상급 지도자와 그 최측근들은 물론 애플, 나이키, 테슬라, 이케아, 페이스북, 스타벅스 등 국제적 기업과 세계적인 팝스타 마돈나, U2의 보노, 라틴 팝의 여왕 샤키라와 키이라 나이틀리, 재키 찬 같은 영화배우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지아니 인판티노 FIFA회장, FC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까지 글로벌 자본주의의 메가스타들이 연루된 글로벌 금융자본의 실체가 드러난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작품에 등장하는 15명의 캐릭터도 실존 인물들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도청과 감시를 폭로했던 내부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을 연상시키는 익명의 공익제보자, 일명 ‘존 도’의 내부 비밀 문건의 전송으로 시작되는 드라마는 <파나마 페이퍼스>와 <파라다이스 페이퍼스>를 폭로했던 국제탐사보도 언론인협회(ICIJ)의 활약상을 그대로 전한다.

 

실제 <쥐트도이체 차이퉁(Süddeutsche Zeitung, 남독일 신문)>의 탐사 전문기자인 바스티안 오버마이어 & 프레드릭 오버마이어에서 모티브를 따온 막스 토비아스(김시유) & 프리드리히 토비아스(장찬호), ICIJ 사무국장 제라드 라일과 데이터 팀장 마리나 워커에서 모티브를 따온 라일 데이비드(백운철)와 마리나 카브라(현림)를 비롯하여 몰타의 1인 위키리크스 다프네 갈리치아(윤안나), 한국의 뉴스타파 탐사 전문기자까지 금융자본의 어두운 진실을 찾는 국제탐사 기자들의 맹활약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또한 조세 회피, 역외 탈세, 페이퍼컴퍼니, 불평등 문제의 전문가이자 코펜하겐 경영대학원의 경제사회학 교수인 브룩 해링턴에서 모티브를 얻은 로사 이본느 교수(권민영)와 연구 조교 샤를르 댄비(박희정)는 ‘모저 폰타나 다이너스티’의 자산관리 전문가들과 한 편의 추리소설 같은 인터뷰 작전을 펼친다.

 

실제 불법 거래의 온상이었던 대형로펌 ‘모색 폰세카’의 공동대표 위르겐 모색과 라몬 폰세카에서 모티브를 따온 볼프 모저(손진호)와 미겔 폰타나(지우)가 극 중의 로펌 ‘모저 폰타나 다이너스티’를 이끌고, 실제로 브룩 해링턴 교수가 인터뷰를 한 자산관리 전문가들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낸시(양경현), 마크(정희원), 크리스토프(이동욱)의 인터뷰가 자산관리 전문가들의 세계를 여실히 드러내 준다.

 

글로벌 금융자본의 검은 거래는 자본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지만, 그로 인해 전쟁과 국제분쟁에 시달리면서 나라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떠도는 난민들은 자유롭게 국경을 넘지 못한다. 시리아 내전으로 갈 곳을 잃은 난민들(서정식, 권윤애, 이상혁)의 모습 또한 <자본2>가 주목하는 또 하나의 세계시민이다.

 

전 세계 1%의 슈퍼리치가 세계의 부를 절반이나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99%가 겪는 부의 불평등은 점점 심화하고 있다. 그러나 오로지 1%의 힘만으로는 이러한 불평등은 지속되지 않는다. 분명 1%를 도와서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누군가가 존재하고 있다. <자본2: 어디에나 어디에도>는 그들- 소위 ‘전문가’ 집단을 주목해본다. 한국 사회에도 넘쳐나는 전문가들, 과연 그들의 전문성은 누가 보증해주는 것일까?

 

 

 

팬데믹 시대, 동시대 연극의 화두 – 공동체적 감각의 회복

 

21세기 동시대 한국 사회의 연극예술가들뿐만 아니라, 이 땅의 노동자 대부분이 겪어야 하는 노동의 조건과 생존의 문제는 더욱 절박해졌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해 파괴되어 가는 공동체에 대한 감각은 구조적 모순에 대한 비판의식이나 다중지성의 연대에 대한 모색보다 누구도 쉽게 희망에 대해서 말할 수 없는 ‘각자도생의 디스토피아(억압과 통제로 모든 사람이 불행한 세상)’를 짙게 드리운다.

 

‘각자도생의 디스토피아’에서 정치는 실종되어 버렸다. ‘아무도 뽑고 싶지 않은 선거’를 강요당하는 ‘실종된 정치의 시대’에 대중은 진실을 발견할 수 없다. 대중이 진실을 알지 못하면, 민주주의는 결코 작동할 수 없을 것이다. <자본2: 어디에나 어디에도>에는 진실을 탐구하는 저널리스트와 현실을 변화시키려는 학자가 등장한다. 연극은 각자도생의 시대에 여전히 공동체를 꿈꾸게 만들고, 공동체의 감각을 회복하게 만드는 마지막 보루일지도 모른다.

 

“데이터 저널리즘 역사상 가장 거대한 규모의 폭로 문건이 공개됩니다. 조세도피처와 페이퍼 컴퍼니를 다루고 있는 폭로입니다.” - 에드워드 스노든

 

공연시간은 평일 저녁 7시 30분, 토ㆍ일요일 4시며, 입장료는 전석 3만 원이다. 입장권 예매는 인터파크, 대학로티켓닷컴에서 할 수 있으며, 공연에 관한 문의는 전화 02-747-4540로 하면 된다.

 

 

김영조 기자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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