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판소리 <안중근> 창작 초연

2021.05.27 10:23:05

안중근, 제국 일본의 심장을 쏘다!
임진택 명창, 《안응칠 역사》 바탕으로 사설 집필하고 소리를 붙여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호국의 달 6월을 맞이하여 창작판소리 <안중근>이 6월 5일(토), 6일(일) 저녁 4시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창작판소리 <안중근>은 만고의 영웅 대한국인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판소리로 엮은 작품으로 창작판소리연구원의 예술총감독 임진택 명창이 안중근 의사의 옥중 자서전인 《안응칠 역사(安應七歷史)》를 바탕으로 사설을 집필하고 소리를 붙여 작창하였다.

 

안중근은 누구인가?

 

1909년 10월 26일 아침 9시 30분 무렵, 중국의 하얼빈역에 세 발의 총성이 울렸다. 아시아 전체가 치를 떠는 공공의 적을 저격하는 순간이었다. 일본 제국주의의 선봉장이자 대한제국 통감이었던 이토 히로부미는 안중근 의사의 총탄에 쓰러져 곧 숨을 거두었다. 현장에서 바로 체포된 안중근 의사는 뤼순감옥에 갇혀 1910년 2월 7일부터 14일까지 모두 여섯 번의 공판 끝에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항소를 거부하고 그해 3월 26일(향년 31살)에 순국하였다.

 

안중근 의사는 왜 이토를 쏘았을까?

 

“내가 이토를 죽인 이유는, 이토가 살아 있는 한 동양평화는 계속 어지러울 것이고 대한제국과 일본은 서로 증오할 것이기에, 대한국의 의병 중장 자격으로 처단한 것이다.” 안중근 의사 의거의 진정한 목적과 의미는 단순히 이토의 제거가 아닌 일본이 계획하는 침략전쟁을 막고 한국의 독립과 동양평화를 실현하는 것이었다.

 

다시 조명되는 안중근의 사상

 

사형 집행을 앞두고 미완성인 채 후대에 남긴 ‘동양평화론’ 속에 담긴 안중근 의사의 선구적인 발상은 오늘날 ‘동아시아 평화공동체’라는 시대적 화두로 다시 이어지고 있다. 침략 가해자였던 일본은 지금도 여전히 사죄와 반성은커녕 역사를 왜곡하고 자기네 평화헌법마저 부정하면서 극도로 우경화하여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군국주의적 경향을 노골적으로 다시금 내비치고 있다. 안중근 의사의 사상을 되짚어 생각해야 하는 이유이다.

 

창작판소리 <안중근> 줄거리

 

창작판소리 <안중근>은 안중근 의사가 1879년 9월 황해도 해주에서 안응칠로 태어나 을사늑약에 비분강개하고 결국 조국이 사라진 시대에 의병활동에 투신하여 대한의군 참모 중장으로서 이토 히로부미 암살을 계획하고 하얼빈 의거를 결행에 옮기기까지의 삶의 궤적과 전쟁포로로서 국제법을 따르는 재판의 요구는 묵살된 채 끝내 일본의 짜인 각본대로 사형선고를 받고 뤼순감옥에서 ‘안응칠 역사’와 ‘동양평화론’을 집필하던 중에 오늘날까지도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유언을 남기고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소리로 지었다.

 

임진택 명창은 왜 판소리 <안중근>을 창작하였는가?

 

 

안중근의 투쟁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소리를 이끄는 도창으로 직접 실연하는 임진택 명창은 “해방 직후 박동실 명창이 이준, 안중근, 윤봉길 세 분의 의거를 담은 ‘열사가’라는 판소리를 창작한 바 있다. 하지만 명창이 6.25때 월북함으로써 그가 남긴 열사가는 오랫동안 금기시되었으며, 또한 열사가 안에 안중근 대목은 불과 20분 정도 분량으로 온전한 한 바탕의 소리로서는 부족함이 있기도 하다. 새로운 안중근 판소리의 필요성과 작금의 급박한 한반도와 동아시아 정세로 불 때 안중근이 자칫 과거의 인물로만 박제되어서는 안 될 터이며, 따라서 이를 뛰어넘는 창조적 예술정신이 요구된다.”라면서 “창궐하는 일본 군국주의와 열강의 야합에 맞서 싸우는 안중근이라는 대한국인을 우리 시대의 새로운 의사(義士)로 부활시키는 작업을 시작하고자 한다.”라고 이번 작품의 각오를 밝혔다.

 

의사의 서거 111년이 지난 오늘은 기필코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유언대로 그의 유해를 대한의 조국으로 모셔오고 그가 바라는 진정한 독립과 동아시아의 평화를 이루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창작판소리 <안중근>에 구사된 기법과 미학

 

창작판소리 <안중근> 공연은 일인다역을 하는 한 사람의 광대와 한 사람의 고수가 등장하는 판소리 전통 방식에 변화를 주었다. 다수의 소리꾼이 어머니 조마리아, 빌렘 신부, 채가구 역장, 일제 검찰관 등의 여러 배역을 맡아 안중근 의사와 함께 시대의 증인으로 무대에 서는 입체창의 형식으로 구성된다. 이는 전통판소리의 미적 특징을 고수하면서 중립적으로 관찰되어 객관화된 사건의 분위기와 인물의 신분, 성격에 따르는 이면(裏面)의 효과를 높이는 장치이다.

 

판소리 <안중근>의 눈대목(절정)은 이토의 북만주 시찰 정보를 듣고 하얼빈역에서 저격하는 1909년 10월 21에서 26일까지 안중근 의사의 행적이다. 거사 결정과 작전 수립, 동지들과 블라디보스톡에서 하얼빈으로 이동 그리고 계획의 변경, 역에서의 기다림과 이토의 저격이 이루어지는 엿새간의 장면이 아니리(가락을 붙이지 않고 이야기하듯 줄거리를 설명하는 부분) 없이 소리 장단으로만 비장함, 긴박감, 긴장감, 통쾌함, 의연함이 20여 분간 그려지는데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이 표현된다.

 

창작판소리와 그림 영상의 만남

 

이번 공연에는 화가 박불똥이 미술감독을 맡아 작화에 나섰다. 일반적으로 판소리 무대의 배경으로 쓰이는 병풍 대신에 화가의 사진 조각을 모아붙인 포토꼴라주 작품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안응칠 역사’를 자신만의 리얼리즘으로 포착한 시각 이미지들을 분해 조립하고 유기적으로 엮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특히 정지된 하나의 이미지 위에 다른 이미지가 중첩되고 반복과 복제되는 작업은 동영상을 보는 듯한 율동감마저 자아낸다. 무심하게 숨어 있는 작은 이미지들이 뭉쳐져 만들어진 ‘안응칠 역사’는 작은 힘들이 모여 하나의 큰 역사를 이루어 낸 우리 민중들의 삶 하나하나의 역사인 셈이다.

 

나오는 사람들

 

 

 

‘우리시대의 광대’ 임진택은 서울대 외교학과 출신으로 명창 정권진(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심청가 예능보유자)으로부터 소리를 배운 이른바 ‘비가비광대’이며 1970년대 이후 마당극 운동을 주도한 연출가이자 문화운동가이다. 특히, 전통판소리의 박제화를 극복한 ‘살아있는 판소리꾼’으로서 전승되고 있는 판소리 다섯 마당(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수궁가, 적벽가)을 넘어 새로운 ‘창작판소리12바탕’ 완성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백범 김구>(2010년)를 시작으로 <남한산성>, <다산 정약용>, <오월광주, 윤상원가>, <세계인 장보고>, <전태일>에 이은 <안중근>은 그의 일곱 번째 작품이다.

 

어머니 조마리아 역을 맡은 중견 소리꾼 남궁성례는 정권진 명창과 김소희 명창(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 예능보유자)에게 사사하고 현재 유튜브 ‘풍류당 보라사부’ 채널에서 판소리 남도창을 강의하고 있다. 또 소리꾼 강응민(안중근 역)은 현재 안양국악예술단을 이끌고 있는 청년 국악인으로서 지역의 전통예술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으며 지난 2019년 <수궁가>를 완창한 바 있다.

 

이어서 소리꾼 최민종은 단국대학교 국악과를 졸업하고 소리패 ‘낭만판소리’를 꾸려 판소리의 대중화에 노력하고 있으며 제12회 인천국악대전 판소리부 일반부 최우수상(2012년)을 수상했다. 그리고 소리꾼 배재정은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장 출신으로 임진택 명창으로부터 창작판소리를 사사하고 있으며 2020년 창작판소리 <전태일>에 출연하며 제2의 인생을 소리꾼으로서 시작했다.

 

북채를 잡는 박명언 고수는 박봉술 명창(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적벽가 예능보유자)의 손자로서 소리와 고법을 모두 익혀 ‘소리할 줄 아는’ 고수로 이름이 높으며 나주전국국악경연대회 판소리고법 일반부 대상(2008년)과 완도전국국악경연대회 판소리 일반부 최우수상(2010년)을 수상한 재원이다.

 

창작판소리연구원은?

 

창작판소리연구원은 민족문화예술의 전통을 올바르게 잇고 동시대에 맞는 새로운 판소리를 연구, 창작, 실연하여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새로운 소리판을 일구는 작업을 위하여 설립된 단체이다. 이번 창작판소리 <안중근>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0년도 원로예술인공연지원 사업 기금과 기아(주) 노사합동 사회공헌기금을 지원받아 제작되었다.

 

공연은 전석 초대, 무료이며 예약은 전화(010-3675-1518), 누리집(www.pansorilab.com)으로 날짜와 관람인원을 남기면 된다.

 

 

김영조 기자 pine9969@hanmail.net
Copyright @2013 우리문화신문 Corp. All rights reserved.


서울시 영등포구 영신로 32. 그린오피스텔 306호 | 대표전화 : 02-733-5027 | 팩스 : 02-733-5028 발행·편집인 : 김영조 | 언론사 등록번호 : 서울 아03923 등록일자 : 2015년 | 발행일자 : 2015년 10월 6일 | 사업자등록번호 : 163-10-00275 Copyright © 2013 우리문화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ine996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