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조금씩 허물을 벗는 사람이길

2021.08.28 11:01:39

이창년, <허물을 벗는다>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74]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허물을 벗는다

 

                                         - 이창년

 

       허물을 벗는다

       매미도 벗고

       뱀도 벗고

       우리도 벗는다.

 

       허물을 벗으면 달라지는 게 있지

       그렇게 우리도 달라지겠지

       초승달이 보름달 되듯

       보름달이 그믐달 되듯

       어제가 오늘과 다르듯이

       내일은 오늘과 다를 것이라고

 

       그러나

       묵은 세월이 주저앉은 너와 나는

       별반 달라진 게 없구나

       아니야 엄청 달라졌지

       그동안 측은지심이 많이도 자라서

       키를 재고 있는걸.

 

 

 

 

허물을 벗지 않는 파충류는 파멸한다고. 한다. 허물을 벗는 동안 엄청난 고통의 시간이겠지만 말이다. 애벌레가 어른벌레가 되려면 하나의 통과의례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허물벗기는 파충류뿐만이 아니라 사람에게도 적용되는 얘기다. 사람이 숨을 쉰다는 것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인데 낡은 사고를 버리지 않고 숨을 쉬고 있다면 그건 화석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본인이야 깨닫지 못한 채겠지만... 그래서 나이 먹은 이들이 젊은 친구들에게 ‘꼰대’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렸다.

 

물론 사람 모두가 최첨단을 향해 허물을 벗으려고 발버둥을 칠 필요는 없다. 하루 먹기 바쁜 일반 대중이 목숨 걸고 새로움을 추구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다만 자신의 삶 속에서 각자의 허물을 조금씩 벗겨내야만 한다.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드러내 고치고 조금씩이라도 변화해 나간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나는 이제 할 일을 다 했기에 됐다고 치부하고 노인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어쩌면 좋은 것을 보고, 즐거운 소리를 듣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씹어 뇌를 활성화하기라도 한다면 그 또한 자신을 조금씩이라도 바꿔놓는 일이지 않을까?

 

여기 이창년 시인은 그의 시 <허물을 벗는다>에서 “묵은 세월이 주저앉은 너와 나는 / 별반 달라진 게 없구나 / 아니야 엄청 달라졌지 / 그동안 측은지심이 많이도 자라서 / 키를 재고 있는걸”라고 노래한다. 너와 내가 묵은 세월이 주저앉기만 한 것이 아니라 측은지심이 자라서 키를 재고 있단다. 그저 분노조절장애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젊은 날과 달리 이제 측은한 마음으로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 됐단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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