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땅에 남아있는 유물, 책으로 만나기

2022.02.21 12:04:56

《미리 가본 북한유물박물관》, 전호태ㆍ유경희, 한림출판사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북한은 미지의 세계다. 북한을 가본 사람들도 더러 있지만, 아직도 대부분은 북한을 잘 모른다. 북한 전반에 대해서도 그러할진대 북한 유물에 대해서는 더더욱 접할 기회가 없다. 그저 옛날 고구려 땅이었으니 고분에 그려진 벽화가 있겠고, 개성이나 평양에도 유물이 좀 있겠거니…하고 짐작하는 정도다.

 

북한 유물이 궁금하면서도 알아갈 마땅한 기회를 찾지 못했던 이들이라면 이 책, 《미리 가본 북한유물박물관》이 반가울 법하다. ‘세계 유명 박물관 여행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으로 나온 이 북한 유물 입문서는 기본적으로 어린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됐지만, 성인 독자도 책장을 넘겨보며 북한에 있는 유물을 빠르게 파악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에 국립중앙박물관이 있는 것처럼, 평양의 중심부에도 조선중앙역사박물관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조선미술박물관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 책에서는 북한에 있는 문화유적과 유물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무덤벽화는 벽화관, 조선미술박물관에 있는 작품들은 회화관, 조선중앙역사박물관에 있는 작품들은 유물관으로 묶어 선보인다. 책에 수록된 유물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다섯 가지 유물을 골라보았다.

 

<현무>

뱀과 거북을 합친 현무는 북두칠성과 함께 무덤 벽화에 가장 자주 등장한다. 북두칠성과 현무 모두 북쪽을 상징해 함께 그려지기도 한다. 현무는 양기를 지닌 뱀과 음기를 지닌 거북이 서로를 얽은 모습이다. 음양이 만나 하나가 되는 현무는 새로운 우주와 질서, 생명의 탄생을 알리는 존재다.

 

 

<덕흥리 고분벽화, 사냥>

사냥은 군사 훈련의 역할을 겸하여 국가적인 행사로 치르곤 했다. 삼월삼짇날(음력 3월 3일)이면 평양 낙랑 언덕에 사냥 대회가 열렸고, 그 대회에서 뛰어난 실력을 선보인 사람은 임금이 내리는 상을 받고 장수로 발탁되기도 했다. 바보 온달도 낙랑회렵에서 임금의 눈에 띄어 평원왕의 사위로 인정받고 고구려의 장수가 되었다.

 

 

<평양성>

북한의 수도인 평양은 240여 년 동안 고구려의 도읍지였다. 고구려 때 평양을 보호하기 위해 지어진 평양성은 현재 북한 국보 문화유물 1호로 지정되어 있다. 평양성 감사가 부임하던 날의 풍경을 그린 이 그림지도는 3미터가 넘는 아주 큰 병풍 그림으로, 조선시대 평양성의 구조와 주요 명승지, 당시의 풍속과 사람들의 모습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호피도>

호랑이는 가죽만으로도 온갖 잡귀를 물리칠 수 있다고 하여 호랑이 가죽으로 혼례 때 신부가 타는 가마를 덮기도 하고, 병풍으로 만들어 두기도 했다. 하지만 진짜 호랑이 가죽을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라, 호랑이나 표범 가죽을 그린 ‘호피도’로 대신했다. 화원 김홍도는 흔히 풍속화로 널리 알려졌지만, 산수화나 인물화, 표범무늬 그림 같은 세밀화에도 능했다. 김홍도가 그린 호피도를 보면 살짝 감은 눈 위로 표범의 털이 화면 가득 펼쳐져 있고, 털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듯 생생하다.

 

 

<태조 왕건의 무덤, 현릉>

고려를 세운 태조 왕건은 개성에 있는 ‘현릉’에 부인 신혜황후 유씨와 함께 묻혀있다. 943년 조성된 현릉은 그로부터 거의 천 년이 흐른 후인 1993년 발굴되었다. 무덤 칸은 하나였고, 벽에는 청룡, 백호, 소나무, 매화나무 등이 그려져 있었다. 이 무덤에서 5m 떨어진 지점에서 사방 1.5m 크기의 석판도 발견되었는데, 이 화강암 석판 아래에는 청동으로 만든 태조상이 묻혀있었다. 고려 임금들은 국가의 중요 행사 때마다 태조상 앞에서 분향하곤 했다.

 

 

한반도를 할퀴고 지나간 숱한 전란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아, 지금도 북한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유물들. 비록 쉽게 가볼 수는 없지만, 언젠가 북한의 박물관과 각지의 문화유적을 자유롭게 보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그런 날이 오기까지 북한 유물에 관한 관심을 일깨우는 책들도 많아지고, 남북한 문화교류도 활발히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우지원 기자 basicfor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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