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시작과 춘곤증

2022.03.06 11:34:06

[한방으로 알아보는 건강상식 128]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우리의 삶에서 시작이라는 단어는 여러 가지를 보여준다. 설렘, 기대, 의지, 희망과 같은 긍정적인 것이 많다. 이와는 반대로 불안, 부담, 멈칫, 힘겨움, 귀찮음 등의 부정적인 것도 적지 않다. 이러한 성향은 어린이들에게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나는데 이는 기분에 기운의 변동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새학기를 시작하는 봄이 어린이들에게 설렘과 기대 등으로 마냥 좋기만 한 것이 아니다. 정서적으로는 새학기 증후군, 육체적으로는 춘곤증(春困證)이라는 어려움이 있다.

 

여기서 봄날의 춘곤증은 어린이들만이 겪는 힘겨움이 아니라 성인들도 겪는 것이기에 춘곤증에 대해 살펴보고 이를 극복할 방법을 찾아보기로 하다.

 

1. 춘곤증이란 무엇인가?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봄날이 되면, 자주 피곤해지고 오후만 되면 졸린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식욕이 감퇴하고 소화도 잘 안 되고, 업무나 일상에도 의욕을 잃어 쉽게 짜증이 나기도 한다. 이런 증상들을 ‘춘곤증’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의학적인 용어는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드러나기에 하나의 증후로서 정의하고 있다.

 

계절의 변화에 우리 몸이 잘 적응을 못 해서 생기는 일종의 환절기 증상으로서, 봄철에 많은 사람이 흔히 느끼는 피로 증상이라고 해서 춘곤증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나른한 피로감, 졸음, 집중력 저하, 권태감, 식욕 부진, 소화 불량, 현기증 등이 대표적인 춘곤증의 증상이다. 때로는 손발 저림이나 두통, 눈의 피로, 불면증이 드러나기도 하고 충분히 잠을 잤는데도 오후에는 졸음이 쏟아지고 나른함과 권태감으로 인해 업무의 능률도 잘 오르지 않는다.

 

 

양방에서 춘곤증의 원인을 겨울 동안 움츠렸던 인체가 따뜻한 봄날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호르몬 중추신경 등에 미치는 자극의 변화로 나타나는 일종의 피로로 보고 있다. 봄이 되면 밤이 짧아지고 피부 온도가 올라가며 근육이 이완되면서 나른한 느낌이 들게 되는 것이다. 또한 봄이 되면 활동량이 늘면서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등 각종 영양소의 필요량이 증가하는데 겨우내 이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해 생기는 영양상의 불균형이 춘곤증으로 설명되고 있다.

 

춘곤증은 한의학적인 관점으로 볼 때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한방에서 봄이란 목기(木氣)가 충만한 절기로 본다. 시작, 판단. 발생, 청춘을 상징하는 계절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봄이란 한 해의 시작으로 보았다. 입춘을 기점으로 농사의 시작, 학기의 시작하는 절기로 삼았다. 이러한 의미는 인간의 하루의 시작점인 새벽을 상징하며 만물의 시작으로 새싹이 돋아나며, 동물은 겨울잠을 떨치고 활동을 시작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봄은 어떠한 판단을 내리고 결정, 결행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농사꾼이라면 올해 어떤 농사를 짓겠다, 회사라면 올해는 어떤 일을 추진하겠다, 오늘 하루는 어떤 공부를 하겠다’라고 결정할 것이다. 이때 얼마나 단단한 의지를 갖추고 행하느냐에 따라 하루가 달라지고, 한해가 달라진다. 그런데 봄이란 이러한 단단한 의지가 저절로 생겨나는 계절인 것이다.

 

봄에 이러한 의지(意志)를 따라서 온몸의 장부조직, 세포의 대사과정이 온전하게 발현된다면 봄을 가장 왕성한 생명력을 가지고 활달하게 보낼 수 있고, 힘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 그러기 위해 봄에는 목의 장부인 간(肝)에서 새로운 영양분을 몸에 공급하고, 재활용 공장인 비장(脾臟)에서 건강한 혈액을 제공하여 왕성한 활동성을 지원한다.

 

그런데 이러한 우리 인간들의 왕성함을 지원하지 못하게 되면 내 몸과 자연이 어긋나고, 몸과 마음에 괴리가 생기고, 장부에 불균형이 노출되면서 봄은 사계절 가운데 가장 힘든 시절이 되며 아침은 하루 가운데 가장 피곤한 때가 된다.

 

2. 춘곤증을 이긴 자는 아침형 인간이다

 

“올빼미족은 봄이 힘들다”

 

계절의 흐름을 보면 봄을 산뜻하고 활기차게 맞이하려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곧 겨울에 몸과 마음이 충분히 휴식하고 충실하게 비축해 둬야 봄이 반가운 계절이 된다. 하루를 기준으로 하면 밤에 자는 가운데 충실한 휴식과 회복이 이루어져 자력으로 가뿐하게 일어나야 아침에 하루의 시작을 산뜻하게 맞이하면서 봄의 활력을 획득하는 것이다.

 

날마다 맞는 아침도 봄과 마찬가지다. 밤에 늦게 자서 늦게 일어나거나 깨워서 일어나게 되면 아침부터 낮 3시 무렵까지는 힘들고 버겁게 보내야 한다. 낮 3시가 지나서부터 몸이 가벼워지는 주기(사이클)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뜻밖에 많다. 보통 스스로 올빼미족이라 하며, 오전에는 몸과 마음의 컨디션이 저하되고 밤에 머리가 맑아지고 활기차진다고 자처하는 사람들이다. 봄의 춘곤증 모습과 비슷한데 이러한 올빼미족은 더더욱 봄이 힘들다.

 

인간의 기본 생리는 아침에 깰 때부터 낮 3시 무렵까지는 근육을 중심으로 육체 활동을 위한 시스템으로 되어 있고, 낮 4시 무렵부터 잠들기까지는 점막(먹기 위하여)을 중심으로 정신과 마음의 활동을 위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봄이란 하루의 아침과 같은 상태로 이러한 경향성이 더더욱 드러나는 시점이다. 곧 준비가 되어 있으면 힘찬 아침과 오전을 보낼 수 있게 되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며 아침과 봄이 합쳐진 왕성한 흐름을 따라오지 못하는 불협화음이 몸에서 드러난다. 아침과 낮에는 근육으로 기운과 혈액이 몰리고 상대적으로 두뇌에는 혈액공급이 적어진다.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근육의 활동성도 잘 이루어지지 않고 두뇌는 더더욱 혈액 공급이 미진해지면서 오전이 힘들게 느껴진다. 반대로 오후에서 저녁으로 접어들면 근육을 중심으로 한 육체 활동성이 완화되고 정맥순환이 활발해지면서 머리가 맑아지고 몸이 편해지는 모양새가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저녁시간과 밤에 활동량이 늘어나면서 수면시간이 점점 느려져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다.

 

그 때문에 건강한 사람들과 아침에 자력으로 일어나는 사람들은 아침에도 두뇌활동에 충실한 혈액공급을 받고, 건강하지 못하거나 아침에 자력으로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아침과 오후까지 두뇌에 혈액공급이 부족하여 만사가 귀찮아지고 힘들다. 저녁 무렵이 되어야 두뇌에 혈액공급이 충실하다 보니 올빼미족이 되어간다.

 

춘곤증 없이 봄을 봄답게 지내려면

 

먼저 충분히 잠을 자야만 한다. 곧 밤에 잠을 자는 동안 충분한 휴식과 회복을 통하여 준비된 아침을 맞이해야만 하는 것이다. 어린아이라면 자력으로 활짝 웃으며 일어나는 모습, 어른이라면 눈과 머리가 가볍고 상쾌하게 일어나는 모습이 필요하다. 자력으로 개운하게 일어나 아침 입맛까지 왕성하다면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일찍 자면서 숙면을 이루겠다는 의지(意志)를 확고히 하고 이에 따른 노력을 실천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숙면을 못 이루거나 숙면하더라도 아침이 피곤하다면 한의사와 상담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3. 춘곤증을 이긴 자는 식욕이 왕성

 

오장육부 가운데 봄과 맞물려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장부는 간장(肝臟)과 비장(脾臟)이다. 곧 인체에서 육체와 정신의 생명활동을 지원하는 영양분을 만드는 공장이 간과 비장이다.

 

우리가 먹은 음식물을 소화 흡수하면 간으로 유입되어 인체에 필요한 성분으로 변형시켜 혈중으로 보낸다. 또한 몸에서 한번 사용된 체액을 재활용시키는 비장 기능이 봄을 맞이하여 더더욱 활발하게 가동되면 활력 넘치는 세포에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게 되어 힘찬 출발, 약동하는 봄을 보낼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간과 비장의 구조와 기능이 충실하다면 넘치는 활력으로 상쾌한 봄을 보낼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간과 비장이 봄의 왕성함을 뒷받침하지 못하면 몸에 부족함과 불균형이 드러난다. 이러한 부족과 불균형은, 기운의 변화가 활발하면서 혈액의 요구량의 변화가 많은 소화기 점막과 근육, 두뇌에서 드러난다. 곧 소화기 점막에 혈액 공급이 적어지면서 식욕이 감퇴하고 소화가 느려지며 식곤증를 느끼고, 두뇌에 혈액 공급이 적어지면서 머리가 무거워지고 의욕이 저하되고 짜증이 유발되며 자주 졸림이 다가오고 어느 순간 근육에 혈액이 부족해지면서 몸이 무겁고 나른하며 만사가 귀찮아지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비장에 약점이 보일 때 드러나는 증상과 유사한데 이러한 사람들이 봄이 되면 비장의 약점이 두드러져 더더욱 힘든 시기가 된다. 곧 이러한 증상들은 봄의 육체적 활력을 위하여 혈액 요구량이 늘어나는데 혈액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비장과 간이 그 증가분을 감당하지 못해서 나타나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한의학과 민간에서 이루어지는 방법이 봄나물로 식욕을 돋우기 위하여 노력하였고, 봄에 보약으로 이를 해결하려 하였다.

 

이것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해결책이긴 하지만 한계가 있고 더디며 일시적이다. 확실한 해결책은 비장의 기능을 개선하는 방법으로 한방의 치료와 생활개선이 필요하다. 생활의 개선은 음식을 오래 씹어 먹으면서 자신의 정량을 정확하게 알고 한 수저 정도 적게 먹고, 운동으로 맨발로 흙과 모래, 돌의 자연을 걷는 것이다. 이러한 바탕에서 보약이나 적절한 건강식품을 먹으면 점차 비장이란 장부가 살아나며 활력이 넘치는 봄바람을 맞이할 수 있다.

 

※ 비장이 약한 경우 평소에 이런 증상이 드러난다.

1. 식욕이 미진하고 음식을 입에 물고 있다.

2. 가슴을 답답해하고 한숨 하품을 많이 호소한다.

3. 머리가 무겁고, 때로는 어지럼증, 심하면 두통을 호소한다.

4. 얼굴이 노랗게 보이고 때로는 손발이 노랗다.

5. 입술의 혈색이 옅으며 손톱색이 희게 보인다.

6. 때로 코피를 흘린다.

7. 아침에 스스로 못 일어나고 잠을 오래 자도 힘들어한다.

8. 식곤증을 호소하고, 조금만 많이 먹으면 체한다.

9. 아침에 일어난 뒤 낮 3시 무렵까지 피곤해하고 저녁부터 힘이 나기 시작한다.

 

 

유용우 한의사 dolpha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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