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의 기교를 필요로 하는 창부타령

2022.03.29 12:11:31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568]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흔히 경기 명창들은 <노랫가락>으로 목을 푼 다음, 본격적으로 <창부타령>을 부르는데, 이는 마치 판소리를 부르기 전에 단가를 부르는 까닭과 비슷하다는 점을 이야기하였다. 경기지방의 대표적인 민요창, <노랫가락>은 조선조 말엽, 대궐 출입이 잦은 무녀(巫女)들이 고상한 시조시를 얹어 부른 뒤로부터 유행하였고, 3박 2박, 3박의 혼합장단이 경쾌하리만큼 거뜬거뜬하게 진행되는 노래이다. 민요권에 속하는 이 소리를 <노랫가락>이라 부르는 것은 그 노랫말이 시조시((時調詩)이며 이를 읊은 가락이라는 뜻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경서도 명창들이 무대 위에서 민요 창을 부를 때에는 제일 먼저 <노래가락>을 부르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다. 이것은 전에도 언급한 바와 같이, 높거나 낮지도 않은 가락과 빠르거나 느리지 않은 장단으로 부르기 때문에 자신의 목 상태를 점검하기 적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니 목 상태뿐 아니라, 전반적인 창자의 기분이나 감정, 그리고 신체적인 조건 등을 점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랫가락을 부른 다음부터 본격적으로 부르는 노래가 <청춘가>를 비롯한 경기지방의 다양한 민요들이다. 그러나 그 정점이라고 할까? 마지막은 대부분 <창부타령>이 되고 있다. 그만큼 이 노래가 고도의 기교가 있어야 하는 재미있으면서도 신명을 불러일으키는, 그러나 잘 부르기는 쉽지 않은 노래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창부타령>이란 노래 제목에서 <창부(倡夫)>란, 가무(歌舞)를 주로 하는 여자 광대의 남편, 곧 남자 광대를 뜻하는 용어다. 민속놀음에서는 무당 굿거리의 한 가지인 창부거리를 뜻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일반 대중들에게 전파되기 전에는 주로 무(巫)의식에 쓰였던 장단이었고 가락이었는데, 이것이 일반인들에게 전파되어 일상에서 즐기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되면서 더더욱 흥미와 신명을 더했고, 음악적인 세련미까지 갖추게 되었다.

 

<창부타령>은 4박 계통의 흥겹고 멋스러운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부른다. 그러나 기계적으로 정박에 맞추어 부르면 오히려 재미가 없기에 자유자재로 장단과 호흡을 맞추어 가면서 불러야 한다.

 

음계를 구성하고 있는 음들은 Sol-La-do-re-mi-sol’-la’-do’-re’로 약 2옥타브 정도이다. 이 음역은 소리꾼들에게는 매우 적절한 음역이라 할 것이다. 또한 이 음역은 반주악기의 중심인 피리의 음역대와 비슷하다.

 

이렇게 Sol-La-do-re-mi 5음으로 짜인 음계를 궁정음악이나 정악계통에서는 평조(平調)라고 부르고 있으나 민요, 특히 경기민요의 경우에는 평조라는 명칭은 쓰지 않고, 지역의 명칭을 붙여 경기조, 경조(京調), 또는 경토리로 부르고 있다. 경기민요, 특히 <노랫가락>이나 <창부타령>과 같은 노래들의 반주악기들로는 피리와 대금, 해금, 가야금 등의 선율악기들과 장고를 비롯한 일부 타악기들이 포함되지만, 아무래도 소리가 큰 피리가 중심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주위에서 이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들은 남녀를 가릴 것도 없이 쉽게 만나 볼 수 있을 정도이다. 특히, 이름을 낸 경서도 명창들, 그들의 전문분야가 좌창(坐唱)이든 입창(立唱)이든 또는 배뱅이굿이나 장대장타령과 같은 재담(才談) 분야이든 간에 가릴 것 없이 대부분이 잘 부르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이 노래를 자신이 선호하는 노래로 꼽고 있는 편이어서 그들의 음반에는 예외 없이 마지막 곡으로 장식되고 있다. 그만큼 좋아하며 스스로 즐겨 부르는 노래로 자리 잡고 있는 노래라 하겠다.

 

<창부타령>은 노래 자체의 가락이나 강약, 표현, 감정, 등등이 녹아 있어서 듣는 대상과 쉽게 공감이 되는 노래이다. 또한 노랫말도 재미가 있어서 몇 번 들으면 따라 부르게 되고, 따라 부르다 보면, 암기가 저절로 되는 친숙한 노래라 할 것이다.

 

창자(唱者)에 따라서는 즉흥적으로 “디리리 리~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등의 입타령까지 넣어 가며 가사를 지어 부르기도 한다. <창부타령>은 워낙 잘 짜인 가락이나 장단 등이 멋스러워 부채춤이나 무당춤, 등 민속무용의 반주음악으로도 널리 쓰이고 있다. 또 연희나 놀이판에서는 최고의 절정을 이루는 민요로 사랑을 받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널리 불리고 있는 대표적인 노랫말이라고 하면 “사랑, 사랑, 사랑이라니, 사랑이란 게 무엇인가, 알다가도 모를 사랑, 믿다가도 속는 사랑“으로 이어지는 사랑 타령이 아닐까 한다. 일반적으로 <창부타령>의 가락 위에 얹어 부르는 노랫말은 약 50 여종이 넘고 있으며 때로는 즉석에서 즉흥적으로 지어 부르기도 한다.

 

이 난에서는 이건자 명창이 스스로 좋아하는 노랫말로 공식적인 무대나, 보존회의 정기 발표회 무대, 또는 성북구 국악전수원에서 제자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노랫말들을 중심으로 감상해 보도록 한다. (다음 주에 계속)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suhilkw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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