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고맙고 미안하고 위대하고 이쁘다

2022.07.16 11:30:37

방우달, <풀에게>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96]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풀에게

 

                       - 방우달

 

   힘든데 살아줘서

   감사하다

   꽃까지 피워줘서

   고맙다

   향기까지 나눠줘서

   미안하다

   씨앗까지 남겨줘서

   위대하다

   늘 곁에 있어 줘서

   이쁘다

 

 

 

 

넓은 의미로는 쌍떡잎식물과 외떡잎식물 가운데 나무가 아닌 것은 모두 풀이라고 한다. 겨울에 땅 위에 나 있는 것은 완전히 말라버렸다가 해마다 새로운 싹이 터 자라는 식물이다. 풀은 곡식 생산과 토양 형성기능 덕분에 모든 식물 가운데 경제효용 값어치가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가장 널리 퍼져 있고 개체수도 가장 많다. 풀은 소, 말, 양 등 초식동물 나아가 사람의 먹거리로 쓰이는 것은 물론, 야생동물의 둥지 또는 은신처도 되고, 아프리카 같은 곳에서는 집을 짓는 데도 쓰인다. 원예용으로 심어 가꾸는 종류도 있으며 잔디밭에도 쓰고, 흙이 깍이는 것을 막는 풀도 있다. 그런, 사람들이 하찮게 생각하는 풀은 이처럼 생각 밖으로 쓰임새가 많다.

 

“앗! 몇 주 안 갔더니 고추밭이 온통 풀밭이 되어버렸네” 주말농장을 하는 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사람들이 길러 먹거리로 먹는 풀 종류의 푸성귀들은 농사짓는 이들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한다. 그런데 몇 주를 안 갔으니 주인의 발걸음 소리를 애타게 기다리다가 옆에서 자란 다른 풀에게 뒤덮여 버려 자신의 자리를 빼앗기고 만 것이다.

 

하지만, 여기 방우달 시인은 그의 시 <풀에게>에서 “힘든데 살아줘서 감사하다, 꽃까지 피워줘서 고맙다”라고 노래한다. 아니 그저 “늘 곁에 있어 줘서 이쁘다”라고 고백한다. 물론 꽃까지 피워준 풀에게 주는 고마움과 찬사지만, 꽃을 피지 않으면 어떠리. 심지어 제 몸까지 내주며 먹거리로 헌신하는 풀이니 이렇게 노래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대부분 풀은 비료를 주지 않아도 보듬어주지 않아도 그저 사람에게 내어줄 뿐이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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