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입추, 비가 많이 오면 영제를 지내

  • 등록 2025.08.07 16: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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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5126]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가을이 시작된다는 24절기 열셋째 ‘입추(立秋)’입니다. 이제 절기상으로는 가을철로 들어서는 때지만 아직 불볕더위는 기승을 부립니다. 《고려사(高麗史)》에 보면 “입하(立夏)부터 입추까지 백성들이 조정에 얼음을 진상하면 이를 대궐에서 쓰고, 조정 대신들에게도 나눠주었다.”라고 나와 있는데 이를 보면 입추까지 날씨가 무척 더웠고 더위를 얼음으로 겨우 버티고 있음을 알려줍니다. 또 “입추에는 관리에게 하루 휴가를 준다.”라고 하여 된더위에 고생한 것을 위로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기사에는 “'입추' 무더위 여전‥. 주말, 남부 또 폭우 최대 120mm”라는 기사가 보입니다. 얼마 전에도 물폭탄으로 재산 피해는 물론 인명 피해까지 일어나 사람들은 불볕더위와 물폭탄으로 이중 고생을 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영조실록》 113권, 영조 45년(1769년) 7월 7일 기록에는 “사문(四門)에서 영제(禜祭)를 행하도록 명하였는데, 장마가 졌기 때문이었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여기서 ‘영제(禜祭)’는 입추 뒤까지 장마가 계속되거나, 오랜 장마로 고통이 심한 때 날이 개기를 빌던 나라의 제사로 ‘기청제(祈晴祭)’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참고로 “입추에 여지가 없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24절기 “입추”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말입니다. 여기서 입추(立錐)는 설 ‘입(立)’ 자에 송곳 ‘추(錐)’를 써서 "송곳조차 세울 틈이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라는 뜻입니다. 다시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어느 한 공간에 가득 차 발 딛고 설 만한 곳이 없다, 곧 공간이 매우 비좁다는 뜻입니다. 지난해 12월 3일 계엄령이 선포되자 수백 명의 국민이 국회의사당 주변에 몰려들었을 때야말로 “입추에 여지가 없다.”라는 말을 쓰기에 딱 맞는 상황이었지요.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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