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대한민국 산업화의 숨은 주역인 파독 광부ㆍ간호사ㆍ간호조무사의 헌신과 희생을 기리는 ‘파독 62돌 기념식 및 루르 기억광장 조성사업 준공식’이 지난 12월 19일 낮 2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광장에서 엄숙하게 거행됐다. 이번 행사는 (사)한국파독광부ㆍ간호사ㆍ간호조무사(회장 김춘동)가 주최했으며, 파독 역사가 시작된 지 62년 만에 서울 도심 한복판에 처음으로 조성된 파독인 추모ㆍ기억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남겼다.
이날 준공된 ‘루르 기억광장’은 독일 루르 지역에서 광부와 간호사, 간호조무사로 살아가며 조국 근대화의 밑거름이 되었던 파독인들의 땀과 눈물, 그리고 이름 없이 헌신했던 삶을 상징적으로 담아낸 후손들을 위한 기억의 공간이다. 이 광장은 단순한 조형물을 넘어, 국민과 미래 세대에게 파독인의 삶과 정신을 전승하는 역사 교육의 장으로 조성됐다.
기념식은 이정호 전 KBS 국장 (현, KBS사회봉사단 명예단장) 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내빈 소개에 이어, 먼저 미국 미네소타주에 한국어마을 '숲속의 호수'를 건축한 집단건축 MA 유병안 대표가 뜻깊은 루르 기억광장 조성사업의 의미와 과정을 설명하였다. 독일대사관 외른 바이써트 부대사, 고용노동부 이강연 과장이 참석하여 기관의 축사를 전했고 행사를 주최한 (사)한국파독광부ㆍ간호사ㆍ간호조무사연합회 김춘동 회장의 축사가 이어졌다.
문화공연에서는 글뤽아우프 합창단의 합창과 쿠크예술단의 신명난 ‘쿠크사물놀이’가 펼쳐져 현장의 분위기를 고조시켰으며, 소리꾼 박천음이 부른 ‘동백아가씨’는 참석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다소 발음이 어려운 <글뤽아우프합창단>의 '글뤽 아우프(Glück Auf)'라는 말은 '무사히 살아서 다시 만나자'는 광부들의 간절한 염원이 담긴 인사말로 합창단 구성원은 1960~70년대 파독 근로자 모임인 한국파독광부ㆍ간호사ㆍ간호조무사사연합회 소속 합창단(단장 김춘동. 지휘자 박혜순)이다.
행사의 마지막은 참석자 전원이 태극기를 흔들며 원촌초등학교 5학년 박무강 어린이와 함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제창하는 감동적인 장면으로 마무리됐다. 이 순간,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광장은 세대를 잇는 기억과 울림으로 가득 찼다. 이날 HRDK 글로벌숙련기술진흥원 권기목 원장은 멀리서 참석한 참가자 전원에게 기념품을 준비해 주었으며, 행사를 마치고 나오는 참석자들에게 LEDF(대표 박성진) 대형 이동차량의 3D 전광판은 파독 광부 간호사 간호조무사 한분 한분의 이름을 재차 밝히며 다시 한번 감동을 주었다.
김춘동 회장은 “파독인의 삶은 개인의 고단한 이력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공동의 역사”라며 “루르 기억광장이 국민과 후손들에게 그 이름을 불러주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날 사회를 본 전 KBS 이정호 국장은 "파독 근로자들은 낯선 환경 속에서도 피와 땀으로 조국의 재건을 도왔는데 이들의 헌신은 ‘한강의 기적’을 끌어냈으며 오늘날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주춧돌을 다졌다."고 했다. 이정호 국장은 한달전인 지난 11월 20일(목), 서울 서초구 양재동 매헌 윤봉길 기념관 공연장에서 ‘파독 62주년 아트메모리 콘서트’를 마련하여 파독근로자들의 헌신적인 삶을 위로하는 뜻깊은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파독 62돌을 맞아 마침내 제자리를 찾은 루르 기억광장은 산업화의 그늘 속에서 묵묵히 헌신했던 이들의 이름을 오늘의 대한민국 한복판에 새기며, 역사 앞에 늦었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응답을 남겼다.
이날 행사에서는 지역사회의 자발적인 연대와 응원도 더해졌다. 서초3동 롯데부동산 유홍기 대표(전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는 청년스타트업 기업 LEDF가 대형 이동차량 3D 전광판을 사실상 봉사에 가까운 비용으로 제공한 뜻에 깊이 공감하며, 이를 격려하기 위한 마음을 전했다. 이는 파독인의 헌신을 기리는 이번 준공식이 개인과 단체, 지역사회의 따뜻한 연대로 완성되었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장면으로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