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실이 만든 자격루는 정해진 시각마다 십이지신 모양의 나무인형이 팻말을 가지고
나와 시각을 알려주고 종, 북, 징이 저절로 울리도록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이 자격루는
뛰어난 기술을 토대로 이룩된 하나의 자동화 시스템입니다. 과학기술이론이 체계적으로
정립되지 않았던 조선시대에 제작된 것이지만 오늘날에 평가해도 매우 탁월한 장치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자격루는 제작된 지 21년 만인 단종 3년(1455)부터는 자동 시보장치를 쓰지
못했지요. 장영실 대신 고장 난 자동장치를 고칠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덕수궁에 있는 자격루는 중종 31년(1536)에 만든 것으로 파수호, 수수호, 그리고
부전 등 시계장치만 있고, 자동 시보장치는 없습니다. 장영실은 어가가 부서진 사건으로
파직당했으며, 그 뒤의 행적이 없는데 참으로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