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발행인] 지난 7월 24일 국가보훈부는 “보훈부, 고(故) 백선엽 장군 국립묘지 홈페이지 내 ‘친일반민족행위자’ 문구, 법적 근거 없어 삭제 결론”이란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백선엽에 대한 현충원 누리집 안장 기록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표현을 지우는 것을 포함해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결정한 1,006명의 국가 공인 ‘친일반민족행위자’에 관해 해방 이후 공적을 이유로 재평가하겠다는 것이다. 독립유공자에 대한 ‘사상 검증’을 하고, 친일파에 ‘면죄부’를 주겠다는 게 핵심이다.
이에 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기획실장은 “‘공부해보면 해볼수록 백선엽은 친일파가 아니라는 자신감이 생겼다’라는 박 장관은 언론 대담에서 ‘백선엽이 간도특설대로 활동할 당시 만주에는 독립군이 없었고 홍군 내지는 비적들만 있었고 그들을 토벌했다’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을 듣고 있으면 항일독립군을 ‘선비(鮮匪·조선 비적)’ ‘사상비(思想匪)’ ‘공산비(共産匪)’ ‘항일비(抗日匪)’ 등으로 불렀던 일제와 만주 군경의 모습이 아른거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 실장은 “이러다간 뉴라이트가 독립운동가 심사를 맡고, 헌법 전문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삭제하자는 망언이 나오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라고 개탄한다.
지난 2004년 3월 22일 공포된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에 근거하여 2005년 5월 31일부터 2009년 11월 30일까지 활동한 대통령 소속 행정위원회에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있었다. 그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 2009년 11월 27일 친일인사 명단과 조사결과를 4부 25권 모두 2만 1,000여 쪽에 달하는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보고서》 펴냈다. 그 보고서에는 분명히 백선엽은 ‘친일반민족행위자’라고 규정되어 있다.
그런다면 정부기관에서 펴낸 보고서를 다른 정부기관이 부정한 셈이다. 물론 백선엽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야 백선엽을 ‘친일반민족행위자’라고 규정하는 것을 좋아할 리가 없다. 하지만, 이번에 국가보훈부가 내놓은 결론은 분명한 국민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내놓은 결론에 불과하다.
2009년 펴낸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보고서》는 민족문제연구소가 같은 해 펴낸 《친일인명사전》 4,389명의 친일인사 가운데 조금이라도 논란이 있으면 빼고 위원회가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제2조 '친일의 정황이나 1차 자료가 아니라 입증가능한 구체적인 행위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라는 규정에 따라 친일반민족행위를 판단한 것이다. 그렇게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위를 기준으로 규정한 친일인사를 일방적으로 뺀다는 것은 분명히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장관이라 해도 국민적 합의 없이 다른 정부기관이 규정한 것에 반하는 다른 결론을 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온 국민이 이에 가세하여 갑론을박하는 것에 자신이 없음을 분명한 것이다.
제발 국가보훈부는 이제라도 “보훈부, 고(故) 백선엽 장군 국립묘지 홈페이지 내 ‘친일반민족행위자’ 문구, 법적 근거 없어 삭제 결론”을 거둬들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장관 말대로 그렇게 자신 있다면 온 국민에게 떳떳이 내놓고 갑론을박을 거쳐 국민적 합의 속에 결론을 내도 늦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