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세계에서 파스타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는 이탈리아다. 이탈리아 북부 지방에서는 페스토소스 파스타라고 바질(허브의 한 종류)을 곱게 갈아 만든 신선한 자연의 향이 깃든 파스타를 많이 먹는다. 중부 지방에서는 넓적한 모양의 파스타로 만든 라자냐가 유명하다. 라자냐 위에 치즈 가루를 뿌리기도 한다. 남부 지방에서는 삼면이 바다라서 해산물을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래서 해산물을 곁들인 파스타를 많이 먹는데, 대표적인 요리가 봉골레와 살딘파스타다. 파스타에 사용하는 치즈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유명한 것이 모짜렐라 치즈이다. 모짜렐라 치즈는 샐러드에 넣어서 먹기도 하지만 그냥 직접 먹기도 한다.
“모짜르트 치즈라는 것도 있어요?” K 교수가 모처럼 끼어들었다.
“모짜르트 치즈가 아니고, 모짜렐라 치즈랍니다.” ㅇ 교수가 교정해 주었다.
“아, 그래요? 이거 참.... 음식 분야는 통 캄캄해서. 가만히 있었으면 중간은 갔을 텐데, 그만 무식이 탄로 났네요.”
K 교수가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대답했다.
“그런데, 이 식당은 큰길가도 아니고 장사가 됩니까?”
ㅈ 교수가 물었다.
미스 K가 대답했다.
“낮에는 학생들이 많이 오지만 저녁 시간에는 연인들도 많이 오는 편이에요.”
ㅈ 교수가 다시 물었다.
“여기서 돈을 많이 벌면 그다음에는 무얼 하시려고요?”
“글쎄요, 그때 가서 생각해 보죠.”
미스 K가 싱겁게 대답했다.
미스 K는 이탈리아에 가서 요리 학원에서 정식으로 스파게티 요리를 배웠단다. 압구정동에 같은 상호로 스파게티 본점을 이미 내었고, 여기는 말하자면 분점이라는 것이다. 양쪽을 왔다 갔다 하면서 사업을 하려니 매우 바쁘다고. 이쪽은 시골인데 분점을 낸 것은 자기가 K리조트에서 살기 때문이란다.
뭐라고? K리조트에 산다고? 이것은 새로운 정보였다. K리조트는 고급 양로시설로서 S대 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식당에서 100미터 거리에 있었다. K리조트는 영어로 말하면 일종의 실버타운이다. K리조트는 부자 노인들을 대상으로 재래식 양로원과는 전혀 다르게, 거의 호텔 수준의 방과 식당, 헬스장, 수영장, 골프장 등 편의시설을 갖춘 고급 양로원이었다.

그런데 오십도 안 된 중년의 미인이 왜 혼자서 K리조트에 살까? 미스 K가 K리조트에 살고 있다는 것은 그녀가 가족과 함께 살지 않고 따라서 이혼녀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혼까지 가지는 않았더라도 최소한 별거 수준일 것이다. K 교수에게는 매우 유리한 정보였다. 그렇다면 한번 작업을 시작해 볼 수 있겠다고 K 교수는 생각했다.
스파게티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미스 K가 다시 오더니 후식으로 커피, 홍차, 레몬주스, 오렌지주스 가운데서 선택할 수 있다고 K 교수를 바라보면서 웃으면서 말한다.
“저는 커피로 하겠습니다. 그런데 사장님이 미인이시니 제가 차를 한잔 사지요. 사장님이 마시고 싶은 걸로 드세요.”
K 교수가 제안을 했다.
“감사합니다. 저는 레몬주스를 마실게요.”
미스 K가 K 교수를 바라보면서 상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스 K는 근사하게 생긴 유리잔에 레몬주스를 가져와서 식탁에 의자를 하나 붙여 놓고 K 교수 옆에 앉았다. 분명히 미스 K는 식당 문 쪽에 가까운 ㅊ 교수 옆, 약간 넓은 공간에 의자를 놓을 수 있었으나 굳이 K 교수 옆에 자리를 만들어 의자를 붙여 놓았다.
K 교수는 은근히 기분이 좋아졌다. 미스 K가 옆으로 오니 약간은 가슴이 떨린다고 느꼈다. 몸과 몸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미스 K에게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무엇인가가 느껴졌다. 젊은 여자의 몸에서 발산되는 어떤 미묘한 에너지, 또는 향내 같은 것이 느껴졌다. 아름다운 기라고나 할까? 호르몬의 작용일까? 아침 신문에 나오는 ‘오늘의 운세’가 좋았나? K 교수는 생소하고 미세하지만 매우 분명한 어떤 황홀감 같은 것을 느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