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끝에 열리는 조상천도재 백중재(음 7월 15일)

  • 등록 2025.09.09 11: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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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신문=최우성 기자] 백중(百衆, 百鍾, 中元日, 亡魂日)은 불교의 5대 명절 가운데 하나다. 불가의 4대명절은 석가모니부처님의 탄생(태어난 날, 음4월 8일), 출가(깨달음을 구하기 위하여 왕궁을 떠난 날, 음 2월 8일), 성도(부처님 된 날, 음 12월 8일), 열반인(이 세상을 떠나 열반에 든날, 음 2월 15일)을 말하며, 여기에 부처님과는 직접 관계가 없는 백중(우란분절)을 더하여 불교의 5대명절이 된 것이다.

 

백중은 억불의 시대였던 조선시대에도 온 백성이 집집마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절을 찾아가 부처님께 바치기도 하고, 온 나라 마을마다 다양한 잔치를 벌였는데, 한해 내내 일만하던 노비들에게도 백중날만은 하루를 푹 쉬게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 놀면서, 각자 자기 조상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온 나라가 축제를 즐기던 날이었다.

 

백중을 불교적으로 '우란분절(盂蘭盆節)'이라고 부르는데, 우란분은 옛 인도의 말을 음역하여 부르는 말로 불경에 따르면 부처님의 10대 제자 가운데 한 분인 목련존자가 아귀도 지옥에 떨어져 온갖 고통속에 시달리는 자신의 어머니를 구하기 위하여, 석가모니부처님의 신통력으로 아귀지옥까지 찾아가 자신의 어머니를 구하고자 하였다. 이 때 온갖 지옥세계를 다니면서 고통속에 통곡하는 중생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을 부처님으로 부터 전해듣고, 이들을 위하여 지상에서는 스님들에게  정성스럽게 공양을 올리는 천도재를 우란분절이라고 한다.

 

그런데 음력 7월 15일을 중심으로 앞뒤 사흘 동안 지옥문이 열리는 날 거행해야 조상들을 구할 수 있다고 하여 음력 7월 15일이 우란분절 곧 백중이 되었다. 올해 백중은 9월 6일(음 7월 15일) 이었다.

 

목련경(불경의 하나)에 따르면 목련존자가 세상에 사는 동안,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고 온갖 악행을 행하다가 죽은 목련존자의 어머니는 결국 악행의 과보로 지옥도에 빠져 고통속에 윤회의 삶을 살고 있었는데 이를 알게된 목련존자가 지옥도에 빠진 어머니를 구하기 위하여 여러 관문을 통과하는 이야기가 아주 자세히 설명되는데, 백중은 목련존자가 자신의 어머니를 지옥에서 구하는 것과 같은 마음으로 현생을 살아가는 불교신자들이 자신의 부모를 비롯한 조상님들의 천도를 기원하기 위하여 정성을 다하는 마음으로 십시일반 음식을 만들어 불전에 바치고, 한해 동안 공부하며 사경했던 사경집도 올리고, 또 정성껏 절에도 시주를 하면서 행하는 것이다.

 

불교의 가르침은 세상에 태어난 모든 중생들은 언젠가 깨달음을 얻을 존재임으로 깨달음을 얻기 위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수행정진도 해야하지만, 세상을 살다보면 언제나 착하게 살수가 없으며 자신도 모르게 크고 작은 잘못도 저지를 수밖에 없으므로 세상을 떠나고 보면 깨달은 부처님이나 보살님이 아니고서는 육도윤회(지옥, 아귀, 축상, 아수라, 인간, 극락)를 반복하여 떠돌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육도윤회를 하는 동안 적어도 지옥의 세계에 떨어져 고생하는 조상님이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구하고자 하는 심정에서 불교의 신도들은 평시에 불교공부를 하고 수행도 하지만, 적어도 백중날에는 조상님을 생각하고 그리며 천도재를 지내는 것이다.

 

따라서 불자는 누구나 목련존자의 효심을 본받아 7월 15일 백중날 조상천도를 위하여 백중에 참여하는 것이며, 불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그 뜻을 알리고 동참을 권유하기도 한다. 백중은 음력 7월 15일 이지만, 그날을 거꾸로 7일씩 7번 헤아려 초재, 2재, 3재, 4재, 5재, 6재와 백중7재를 행한다. 이는 한국의 모든 절에서 행하는 전통이고 불교가 이 땅에 있는 동안 언제까지나 지켜질 아주 소중한 전통이다.

 

조선시대에는 백중날을 일반 백성들의 큰 명절로 여겼는데, 전국의 마을에서도 다양한 공동행사를 하면서 즐겼다. 백중때는 논농사를 중요 산업으로 살던 시대에, 전국 어디나 모심고 김매기가 끝이 나고, 조금 한가한 때이기도 하여, 그동안 너무 바빠 하루도 쉴날없이 뼈빠지게 농사짓던  전국의 백성들이나 부자집 노비로 살던 사람들까지도 백중날 하루동안은 배부르게 먹고 마시며 그동안 갈고 닦았던 노래와 춤을 추며 즐겁게 놀았다고 한다. 옛날에는 별다른 구경거리가 없던 때라, 백중날 행하여지는 각종놀이는 백성들에게는 그야말로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가 풍부한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전국 마을마다 각기 다양하게 발전되어 행해지던 백중놀이는 대부분 사라지고 지금은 손에 꼽을 정도만 민속놀이로 남아서 전승되고 있다. 그 가운데 전통놀이가 잘 전승되어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들로는 경남 밀양백중놀이, 충남 연산백중놀이, 전북 남원 삼동굿놀이, 서울 송파백중놀이 , 충북 괴산 목도백중놀이, 경기 고양 송포호미걸이 등이 남아있다.

 

 

최우성 기자 cws01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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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성 (건축사.문화재수리기술자. 한겨레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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