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하나 오늘 토박이말]두루마리구름

  • 등록 2025.10.20 12:23:47
크게보기

두루마리구름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볼 때, 날마다 다른 그림을 그리는 것이 구름입니다. 어떤 날은 솜사탕처럼 피어오르고, 어떤 날은 빗자루로 쓴 듯 흩어지기도 하죠.

 

오늘 우리가 함께 만날 토박이말은 하늘 낮은 곳에 뭉게뭉게 펼쳐지는 ‘두루마리구름’입니다.

'두루마리구름'은 이름 그대로의 모습과 하늘의 됨새(상태)를 함께 알려주는 살가운 우리말입니다.

 

 

말집(사전)에서는 '두루마리구름'을 두 가지 모습으로 풀이합니다.

첫째는 우리가 하늘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층층의 덩어리구름입니다. 하늘 낮은 곳(땅에서 2킬로미터 안팎)에 떠 있으면서, 두툼한 덩어리들이 층을 이루거나 줄지어 늘어선 모양을 하고 있지요. 주로 물방울로 이루어져 있는데, 낮에는 뭉게뭉게 피어올라 뭉게구름(적운)처럼 보이다가도 저녁이 되면 스르르 옅어지기도 한답니다. 우리가 흔히 한자말로 '층적운(層積雲)'이라고 부르는 구름의 고운 토박이말 이름입니다.

 

둘째는 그 이름처럼 생긴 모양을 가리킵니다. 꼭 둥글게 만 롤빵이나 털실을 꼬아 감아 놓은 ‘두루마리’ 같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때로는 아주 길고 둥근 막대기 모양으로 하늘을 가로지르는 구름을 볼 때가 있는데, 이를 '롤운(Roll cloud)'이라고도 부르지만 이 또한 '두루마리구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뭉게구름'(적운)이나 '새털구름'(권운)처럼, '두루마리구름'도 하늘의 낯빛을 알려주는 어여쁜 우리 구름 이름입니다.

 

나날살이에서 이렇게 써 보세요

'두루마리구름'은 날씨가 궂기 앞이나 갠 뒤에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잿빛이나 흰색 덩어리들이 하늘을 덮고 있을 때 이 말을 떠올려 보세요.

 

오늘 하늘 좀 봐. 솜이불을 얇게 펴 놓은 것처럼 두루마리구름이 잔뜩 끼었네. 날이 흐리려나?

해가 지면서 두루마리구름 사이로 빛이 새어 나오는데, 꼭 털실 뭉치 같아 참 멋지다.

어제는 하늘이 맑더니 오늘은 낮고 두툼한 두루마리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네요.

와, 저기 하늘 끝에서 끝까지 꼭 긴 몽둥이처럼 생긴 구름 좀 봐! 저게 진짜 '두루마리'라는 이름이 딱 어울리는 두루마리구름인가 봐.

 

하늘을 올려다볼 겨를도 없이 바쁜 날들을 보내고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두루마리구름’이라는 예쁜 이름을 알았으니, 생각없이 지나치던 흐린 하늘이 조금은 다르게 보이지 않을까요?

 

하늘에 뭉치뭉치 펴 놓은 털실 뭉치나 포근한 솜이불을 닮은 구름을 보거든, '아, 저게 두루마리구름이구나!' 하고 반갑게 아는 체해 주세요.

 

이 예쁜 이름을 혼자만 알기 아깝지 않으신가요? 곁에 있는 분들에게도 "저 구름 이름이 '두루마리구름'이래." 하고 살며시 알려주세요. 우리가 함께 부르고 나눌수록 우리의 토박이말은 더욱 따뜻한 숨을 쉽니다.

 

이창수 기자 baedalmaljigi@gmail.com
Copyright @2013 우리문화신문 Corp. All rights reserved.


서울시 영등포구 영신로 32. 그린오피스텔 306호 | 대표전화 : 02-733-5027 | 팩스 : 02-733-5028 발행·편집인 : 김영조 | 언론사 등록번호 : 서울 아03923 등록일자 : 2015년 | 발행일자 : 2015년 10월 6일 | 사업자등록번호 : 163-10-00275 Copyright © 2013 우리문화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ine996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