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석현 기자]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예술감독 겸 단장 유은선)은 5월 9일(토)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완창판소리 - 김미진의 춘향가>를 공연한다. 국립창극단 창악부 수석이자, 국가무형문화유산 판소리 ‘춘향가’ 이수자인 김미진이 김세종제 ‘춘향가’ 완창에 나선다.
김미진 명창은 전라남도 영광 출신으로, 어린 시절 외할머니의 권유로 소리에 입문해 이은하ㆍ성창순ㆍ안숙선ㆍ성우향 명창에게서 배웠다. 2001년 국립창극단에 입단한 이후에는 20여 년 동안 다수의 창극 무대에서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창극 <정년이>의 엄격하면서도 따뜻한 ‘강소복’을 비롯해 <서편제>의 한 맺힌 ‘중년 송화’, <장화홍련>의 ‘배장화’ 등 굵직한 배역을 맡아 인물의 내면을 세밀하게 파고드는 연기와 소리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창극 <보허자(步虛子): 허공을 걷는 자>의 ‘대어향’(초연)과 ‘본공ㆍ도창’(재연), <심청>의 ‘노파 심청’ 등 극의 중심을 잡는 역할은 물론, 국립무용단과의 협업이나 마당놀이, 기획공연 <단테의 신곡> 등에서 장르를 넘나드는 도전으로 외연을 확장해 왔다. 또한, 소리꾼 본연의 길인 완창에도 꾸준히 매진해 온 그는 판소리 ‘수궁가’ ‘심청가’ ‘흥보가’를 완창하며 탄탄한 공력을 입증했으며, 2019년 서편제보성소리축제 명창부 대상, 2006년 임방울국악제 판소리 일반부 장원을 받으며 명창의 반열에 올랐다.
김미진이 이번 공연에서 들려줄 소리는 김세종제 ‘춘향가’다. 판소리 ‘춘향가’는 성춘향과 이몽룡의 신분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만남의 기쁨과 이별의 고통, 재회의 환희 등 다양한 감정을 담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김세종제 ‘춘향가’는 조선 8대 명창 김세종의 소리를 바탕으로 전승되어 온 바디다. 헌종부터 고종에 이르기까지 당대 으뜸 가객이자 이론가로 활동한 김세종은 동편제의 기품 위에 정교한 음악적 문법을 더해 판소리의 품격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김세종제 소리는 판소리 이론가 신재효에 의해 사설이 치밀하게 정리되고 문학적 구조가 정교하게 정비되면서 오늘날과 같은 완성도 높은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이후, 김찬업ㆍ정응민ㆍ성우향 등으로 이어지며 이른바 ‘보성소리’의 바탕을 이루었고, 가장 우아하고 격조 높은 춘향가로 꼽힌다.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절제된 방식으로 풀어내는 서정적 흐름이 돋보이며, 뛰어난 문학성과 사실적인 선율 표현을 통해 인물의 내면을 밀도 있게 그려내는 것이 특징이다.
김세종제만의 예술적 특징은 김미진의 맑고 고우면서도 애원성 짙은 목소리와 만나 더욱 극대화된다. 이번 공연에서 김미진은 장장 6시간에 걸쳐 전 대목을 생략 없이 완창하며 김세종제 ‘춘향가’가 가진 정교하고 우아한 미학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할 계획이다.

김미진은 “2016년 ‘심청가’ 완창 이후 10년 만에 다시 국립극장 <완창판소리> 무대에 오르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라며, “인물의 세밀한 감정선과 성음, 시김새에 집중해 진정성 있는 소리를 들려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고수로는 국가무형문화유산 판소리고법 예능보유자 김청만과 남원시립국악단 악장이자 국가무형문화유산 판소리 흥보가 이수자인 임현빈, 제37회 전국고수대회 대통령상을 수상한 김태영이 함께한다. 해설과 사회는 성기련 서울대학교 교수가 맡아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국립극장 <완창판소리>는 판소리 한바탕 전체를 감상하며 그 값어치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대표 상설공연이다. 1984년 12월 ‘신재효 타계 100주기 기림’으로 처음 기획됐으며, 1985년 3월 정례화된 이래 현재까지 41년간 341회 공연을 이어오며 판소리 완창 공연으로는 최장ㆍ최다를 자랑하고 있다. 소리꾼에게는 으뜸 권위의 판소리 무대를, 관객에게는 명창의 소리를 가깝게 접할 기회를 제공해 왔다. 2026년에도 전통의 정체성을 지키며 소리 내공을 쌓아온 소리꾼들이 매달 무대에 올라, 소리의 멋을 제대로 느낄 줄 아는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전석 2만 원, 예매ㆍ문의 국립극장 누리집(www.ntok.go.kr) 또는 전화(02-2280-4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