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설날의 세시풍속 가운데는 ‘양괭이 쫓기’라는 것이 있습니다. 양괭이 또는 야광귀 (夜光鬼)라는 귀신은 설날 밤, 사람들이 사는 집에 내려와 아이들의 신을 두루 신어보고 발에 맞으면 신고 가버립니다. 그러면 그해 그 신의 주인에게는 불길한 일이 일어난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이 귀신이 무서워 모두 신을 감추거나 뒤집어 놓은 다음 잠을 잤지요. 그리고 채를 마루 벽에 걸거나 장대에 걸어 뜰에 두었습니다. 그러면 양괭이가 와서 수없이 구멍이 나있는 신기한 물건(채)이 있는 것을 보고 그 구멍을 세느라고 아이들의 신을 훔칠 생각을 잊고 있다가 닭이 울면 도망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설날의 세시풍속에는 세주불온, 문안비, 청참, 오행점, 원일소발 따위의 재미있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섣달 그믐날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희어진다는 것을 빼고는 모두 잊었습니다. 눈썹이 희어지는 건 ‘해지킴’ 또는 '수세(守歲)한다'라고 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