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의 젖줄 요천수를 요천강으로 부르지 마라

  • 등록 2011.04.29 06: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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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천수(蓼川水)는 우리 고장 남원의 젖줄로 남원 시가지를 가로지르는 국가 1급 하천이다. 예로부터 여뀌꽃이 많다 해서 여뀌 요(蓼)자를 써서 요천수라 부르던 이곳을 요즈음 남원인들 가운데 용강이니 요천강으로 부르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강(江)자를 붙이려는 것은 수(水)보다 큰 규모라고 여겨 요천수를 높여 부르려고 하는 뜻에서 그러는 모양이다. 하지만, 요천수라는 말은 예부터 남원 사람들에게 사랑받아 오던 그래서 남원의 정서가 밴 역사성이 있는 이름임을 기억해야 한다.

한강의 옛 이름은 아리수(阿利水)이며, 낙동강 하류로 세종지리지 김해도호부(金海都護府)에 나오는 삼차수(三叉水)도 강(江)이 아니다. 더욱이 그 유명한 을지문덕의 살수대첩에 나오는 살수(薩水) 역시 수(水)인데 이를 큰 강으로 나타내고자 살강(薩江)이라 부를 수는 없다. 살수란 말은 태종실록 4권(1402) 11월 27일자에 "조사의(趙思義)의 군사가 안주(安州) 살수(薩水) 가에 주둔하였었는데, 밤에 물을 건너다가, 얼음이 꺼져서 죽은 자가 수백 명이었다."라는 기록에 보이듯 오래된 이름이다.

또한, 태종실록 28권(1414) 8월 21일 기록을 보면 예조에서 산천에 지내는 제사의 규모를 중사(中祀)와 소사(小祀)로 나누는데 "영길도(永吉道)의 영흥성황(永興城隍)ㆍ함흥성황(咸興城隍)ㆍ비류수(沸流水)ㆍ평안도 청천강(淸川江)ㆍ구진익수(九津溺水)는 모두 소사(小祀)이다."라고 했다. 여기서 볼 수 있듯이 비류수와 청천강은 모두 소사(小祀)에 속하는 것으로 보아 수(水)와 강(江)은 같이 취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삼차수, 살수, 아리수, 비류수, 요천수처럼 예전에 우리나라의 강이름은 “~수”로 불린 예가 많다. 견우직녀의 전설에 나오는 하늘의 큰 물줄기라는 은하수(銀河水)도 은하강이 아니지 않은가! 따라서 남원의 젓줄 요천수는 옛 이름 그대로 요천수로 부르는 게 좋다. 요천수는 남원인의 오랜 정서와 함께 살아 숨 쉬어 왔으며 요천수를 둘러싸고 흐드러지게 피던 여뀌꽃들은 살랑살랑 요천의 기암괴석과 함께 어우러져 이곳을 찾던 조상의 마음을 설레게 했을 것이다. 강이름, 풀이름, 나무이름 하나에도 선조의 소중한 숨결이 담겨 있는 법이며 요천수(蓼川水) 역시 그렇다. 물질의 가치를 크기의 논리로 접근하려는 현대의 허망한 미신을 쫓아 남원의 정서가 듬뿍 배인 요천수(水)가 요천강(江)으로 둔갑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독자 하진상 / 남원시뉴스 <남원포유> 편집실장

하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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