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일제강점기 최현배 선생은 한 《금서집(방명록)》에 “한글이 목숨”임을 강조했다. 그런데 여기 훈민정음 곧 한글은 예술임을 강조하는 교수가 있다. 바로 서울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시각디자인과 한재준 전 교수인데 그는 강의에서 조선시대 ‘이도’라는 사람이 있었고, 그는 훈민정음을 창제한 것뿐만이 아니라 뛰어난 예술가였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한 교수는 “세종대왕을 세종대왕이라고 부르기보다는 뛰어난 예술가 ‘이도(세종의 어렸을 적 이름)’로 부르렵니다. 이탈리아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뛰어난 예술가로 존경하고 곳곳에서 기립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보다 훨씬 뛰어난 예술가 이도를 가진 겨레입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한글을 그저 음운론적 과점에서 뛰어난 글자라는 점만 강조한다. 하지만,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한 교수의 말에 따르면 훈민정음 곧 한글이야말로 정말 아름다운 시각디자인 요소를 갖춘 훌륭한 글자인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여기 작품전을 여는 작가들이 있다.

서울 광화문광장 지하에 있는 세종문화회관 한글갤러리에서 지난 3월 24일(화)부터 오는 4월 19일(일)까지 옥스퍼드 사전 등재 단어 특별전, <말꽃, 피어나다>를 열고 있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 특별전 <말꽃, 피어나다>는 최근 《옥스퍼드영어사전》에 등재된 한국어 말들을 중심으로, 한글이 세계의 언어로 확장되고 있는 흐름을 시각예술로 조명하고자 기획한 전시다.
전시는 한글의 조형성과 말이 지닌 문화적 맥락을 한국화, 서양화, 수채화, 종이예술(페이퍼아트), 민화, 서예, 멋글씨(캘리그래피) 등 다양한 시각언어로 풀어낸다. 참여 작가들은 각각의 단어가 지닌 의미와 구조를 각자의 예술적 언어로 풀어내며, 한글이 지닌 조형적 가능성과 감각적 확장성을 다층적으로 보여준다.
전시 공간은 단어의 흐름과 감각을 따라 구성되며, 관람자는 서로 다른 표현과 해석 속에서 한글이 지닌 확장된 의미와 조형적 아름다움을 마주하게 된다. 이 전시를 이끈 김선영 작가는 “한글은 시각디자인 요소를 갖춘 훌륭한 글자”라는 신념을 가졌으며, 함께한 이들은 강혁, 김나원, 김미옥, 김현덕, 나나킴, 능화동, 서민정, 양은진, 유메기, 윤지숙, 윤혜정, 이경옥, 이선화, 이은지, 장미경, 조이디, 표관영, 한미희 등 모두 19명이다.
작품을 돌아보면서 한 작품, 한 작품에 빠져 들어간다. 한지에 먹으로 쓴 김선영 작가의 ‘나와 아이와 또 아이’에선 자아 속에서 아이와 또 하나의 아이를 보는 심오한 시각이 보이고, 묵지에 금묵으로 쓴 서민정 작가의 ‘흥’에서는 아름다움과 함께 힘찬 느낌을 볼 수 있었다. 윤지숙 작가의 ‘노래방’에서는 검은 글씨 안에 아름다운 자게로 촘촘히 박아 전통무늬로 디자인했는데 큰 노력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었다.
윤혜정 작가의 ‘내 형’에서는 곰 인형을 써서 따뜻한 형의 마음을 표현했으며, 미국인 유메기 작가의 ‘큰소리 판소리’는 화폭 가득 아주 작은 한글로 가득 메꾸고, 판소리 수궁가의 토끼와 거북이 그림 그리고 북을 치는 고수와 민화는 물론 ‘잘한다’와 ‘얼쑤’ 같은 추임새를 요소요소에 자리 잡게 한 엄청난 노력을 동반한 그림이었다.
전시장에서 만난 송희진(43) 씨는 “한글을 가지고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이 나오는 것이 신기하면서 동시에 세종대왕이 창제한 훈민정음이 이렇게 시각적으로도 훌륭한 창작 동기가 될 수 있음이 기가 막힌다. 요즘 K-팝, K-드라마, K-푸드 열풍 덕분에 세계인이 한글을 배우려는 열기가 대단하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우리 겨레가 한글을 소홀히 대하는 듯하여 안타까웠는데, 한글로 아름다운 작품을 창작하는 작가들을 보고 나는 큰 손뼉으로 칭찬해 마지않는다.”라고 말한다.
관람 시간은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며, 매주 월요일은 쉰다. 전시에 관한 문의는 디자인엑스아트(02-396-6027, 010-2468-7902)로 하면 된다. 짧은 단어 속에 담긴 긴 이야기처럼, 이번 전시가 한글의 확장성과 예술성을 함께 사유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
얽매지 않고 자유스럽게 그리고 기쁘게 작품을 빚는다 특별전 <말꽃, 피어나다>를 이끄는 김선영 작가 대담
- 이런 작품을 그리고 전시회를 연 계기가 있나요?
“몇 해 전 한 먹방 유튜브 채널을 보니까 ‘김치찌개’를 먹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외국인들이 댓글에 ‘먹방’을 영어로 바꿔 ‘MUKBANG’이라고 쓰는 걸 봤습니다. 이렇게 영어로 쓰는 것이 신기해서 찾아보니까 외국인들이 우리말을 가져다 그대로 영어로 바꿔 쓰고 있었어요.
그런데 더 찾아봤더니 2024년 12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가 펴내는 영어사전인 《옥스퍼드영어사전》에 달고나(dalgona), 노래방(noraebang), 형(hyung), 막내(maknae), 찌개(jjigae), 떡볶이(tteokbokki), 판소리(pansori) 등 일곱 개의 한국어 말이 등재된 걸 확인 했어요. 그래서 주변에 그림을 그리고 멋글씨(캘리그라피) 하시는 분들에게 한글을 쓸 때 그냥 글자에만 머물지 말고 재미있게 우리 작업에다가 시각화해 보면 어떨까 했더니 재미있을 것 같다면서 호응해 줬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 어떻게 이런 분들과 같이하게 되었나요?
”여기 같이 작업하시는 분들은 어디 단체도 속하지 않고 제 주변에서 그저 각자 작업하는 분들입니다. 모임을 만들자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저는 그냥 자연스럽게 얽매지 않고 하는 걸 좋아합니다. 모임을 만들지 않으니 조금 어려울 수도 있지만, 그냥 자유스럽게 작품에만 열중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작품을 보내주시면 그걸로 도록 만들고 엽서도 만들고 해서 했는데 생각보다 매우 흥미롭고 같이 하시는 분들도 재미있어서 하시니 어려움 없이 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 같이하는 작가들은 다 각자 어려운 환경에서 이 작업을 하고 있어요. 식당이나 학원을 운영하시고 간호사도 하시는 분들은 모두 틈틈이 시간을 내서 작품을 하시며, 개인적인 고통이나 어려움이 있는 분들도 작품을 빚으면서 오히려 고통을 잊어버릴 수 있다고 합니다.“
- 작가 중에는 외국인도 한 분 계신 듯한데, 작가 가운데 특별히 소개해 주실 분이 있는지요?
”여기 ‘유메기’라고 남편이 한국인인 미국인이 한 분 계십니다. 취미로 그림을 그리신다는 그 미국인은 제 개인전에 왔다가 제게 작품을 보여주었는데 그 작품이 참 좋았어요. 그래서 제가 함께하자고 제안했고, 그 뒤 작업을 하면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저도 참 뿌듯했습니다.“
전시된 작품을 소개하고 대담하면서 김선영 작가는 정말 한글에 관한 큰 애정으로 작업을 하고 특별전을 준비하고 있음을 확신하게 해주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