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기승을 부립니다. 이때 한 바탕 소나기가 내리고 ‘버거스렁이’(비가 갠 뒤에 바람이 불고, 시원해지는 것)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하지만 ‘무더기비’는 되지 말아야
합니다. 봄에는 ‘가랑비’, ‘보슬비’, ‘이슬비’가 옵니다. 우리 토박이말 중엔 비에 관한 예쁜
말이 참 많습니다.여름에 비가 내리면 일을 못하고 잠을 잔다는 ‘잠비’, 가을에 비가 내리면 떡을 해먹는다고 ‘떡비’, 겨우 먼지나 날리지 않을 정도로 찔끔 내리는 ‘먼지잼’, 모종하기에 알맞게 오는 ‘모종비’, 모낼 무렵에 한목 오는 ‘목비’, 비가 오기 시작할 때 떨어지는 ‘비꽃’, 볕이 난 날 잠깐 뿌리는 ‘여우비’, 아직 비올 기미는 있지만 한창 내리다 잠깐 그친 ‘웃비’ 따위가 있습니다. 그리고 세차게 내리는 비는 ‘달구비’, ‘무더기비’(폭우, 집중호우), ‘자드락비’, ‘채찍비’, ‘날비’ ‘발비’, ‘억수’ 등이 있지요. 아름다운 토박이말의 매력을 비에서도 느낍니다.
(참고 : 우리말 풀이사전 / 박남일, 서해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