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전 우리말

2013.07.27 11:36:07

홍사내의 세종한글 길라잡이 1

[그린경제=홍사내 기자]  몇 년 전 주몽이라는 텔레비전 연속극을 보면서 우리 역사의 처음 때 말과 글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있었다. 서양 기원(예수 기원)으로 본다면 기원전 이야기인데 삼국사기나  삼국유사, 제왕운기, 동국이상국집≫,  ≪동국사략≫, 삼국사절요, 세종실록 지리지 등 우리 역사책에 흩어져 나타나는 기록에서마저 자세히 알 수 없는 신화시대를 저렇게 현실감 나게 그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2006년 방영되었던 MBC 드라마 "주몽"의 한 장면

그래서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정말 우리 역사도 제대로 모르는구나. 나 자신 그리스로마신화나 알지 우리 조상의 신화나 역사를 너무도 모르고 있구나 하는 미안함 마저 들었다. 우선 신화 속 인물로 알고 있는 주몽이 저렇게 내 앞에 나타나 우리 조상의 삶을 말하는데,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지고 보면 문화나 문명은 말의 힘이면서 글자의 힘이다. 이집트의 문자 유적은 기원전 3000, 중국의 한자 유적은 기원전 1400, 기독교 헤브라이어 구약성경은 기원전 1000, 그리스신화는 호메로스에 의해 기원전 600, 석가모니의 말씀은 기원전 600, 공자의 말씀은 기원전 500년쯤에 기록된 글의 힘들이다.  

그리고 어느 기록보다도 가장 힘 있는 기록문화는 로마의 문화이다. 로마는 서기전 8세기 무렵부터 전설적 왕정기(王政期)로 시작하여, 기원후 395년 제국이 동서로 분열되기까지 천 년의 세월과 동로마제국이 멸망한 1453년까지 2천 년 이상 서양과 아프리카, 아시아까지 지배하면서 이른바 로마자를 지금껏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독교에서 신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상으로 구약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과 같이, 우리 겨레의 건국신화 역시 신화인 듯하면서도 어느 틈에 그들이 역사 속에 들어와 통치하며, 나라를 세우고 도읍을 정하여 백성을 다스린다. 또 그 신화를 읽어보면 신화이기보다는 역사이고, 현실성 있는 이야기이며 땅이름이나 지형이 지금도 그대로인 곳이 많다. 이 땅에 터를 잡고 살아 그 피가 흘러 여기까지 온 시간이 불과 2000년 밖에 안 되었다고 생각하니 섬뜩하다.  

내 얼굴과 살결 어딘가에 곰과 같은 뚝심과, 견이, 방이, 우이, 황이, 백이, 적이, 현이, 풍이, 양이의 종족과, 해모수와 주몽(추모), 해부루와 금와와, 혁거세와 수로의 흔적이 있을 것이다. 아니면 오이, 마리, 협보, 비류, 송양, 힘센돌이[强力扶鄒], 버들꽃(柳花), 원추리, 가시꽃처럼 고구려 사람이나, 옥지, 구추, 도조, 마가, 우가, 저가 등 부여사람이나, 소벌도리, 구례마처럼 신라 사람이나, 온조, 오간, 마려처럼 백제 사람이나, 아도간, 여도간, 피도간, 오도간 등 가야 사람들의 피가 흐르고 있을 것이다 

   
▲ ≪삼국유사≫, ≪동국이상국집≫, ≪제왕운기≫, ≪동국사략≫ 표지(왼쪽부터)

이 사람들은 위에 보인 역사책에 남아있는 이름들이다. 이들 이름을 보면 토박이 우리말 이름이다. 깨알 같은 우리말, 금싸라기 같은 우리말이 즐비하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나라와 동북 여러 족속과 왜족 등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 가며 만나고 헤어지고 가족을 꾸리며 경제활동을 하였음이 수많은 이들 이름에서도 묻어난다. 또 땅이름은 어떤가. 이 시대에 나타나는 땅이름을 기록에서 추려보면, 개사수, 고허촌, 골령, 금며달, 금성, 나정, 낙랑, 다물도, 돌산, 명활산, 모둔골, 무산, 백악, 서라벌(서벌), 아사달, 알영, 알천, 압록, 엄표수, 우발수, 웅심산, 읍루, 임둔, 장당경, 졸본천, 취산, 태백산, 평나, 평양, 현토, 홀산 등이 있다.  

소리 나는 대로 적거나 그 소리에 매우 가깝게 적은 이름 흔적이다. 최남희(2000, 2002, 2003)<삼국사기> 37의 복수 표기 지명 자료 97개 중 45개의 지명에 쓰인 고구려 한자음의 형성 기층 및 어휘의 삼국간 차이에 대하여 논의하고 있는데, 고구려어가 신라어 및 백제어와는 약 33%의 방언 차이임을 볼 때 세 나라의 말이 동일계통의 단일어였음을 확인하고 있다.(‘고구려어의 자음체계에 대한 연구’ <국어사와 한자음>(2006), 405) 

여기서 대표적인 우리말 /조선/이란 이름에 대한 기록을 살펴보자. ()조선이라는 말은 기록마다 그 유래를 달리 해석하면서 한자말이 아닌 원래 우리말이었음을 일깨워주고 있다. 중국의 기록에서는, 이미 기원전 7세기에 중국인들에게 조선에 대한 일정한 지식이 있었음을 관자(管子)라는 책에서 볼 수 있는데, 도대체 본디 조선은 우리말로 어떤 뜻이며, 어떻게 불렸을지 궁금해진다. 

중국 3세기 경 위()나라의 장안이란 사람은 사기집해에 인용된 글에서, ‘조선에는 습수(濕水), 렬수(洌水), 산수(汕水) 세 개의 강이 있는데, 이들이 합쳐 렬수가 되었으며, 락랑(樂浪)과 조선(朝鮮)이라는 말은 이 강들의 이름에서 따온 것 같다.’라고 하였다. 이로 보아, 렬수와 락랑과 조선 사이에 소리나 뜻으로 풀었을 때 같은 소리로 나타나는 말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산해경을 주석한 4세기 초 곽박이란 사람은, ‘조선은 요동지역에 있던 락랑(樂浪)과 동의어이다.’라고 하였고, 신증동국여지승람서는 동쪽 끝에 있어 해가 뜨는 지역이므로 조선이라 불렀다.’라고 하였으며, <동사강목>에서는 선비족의 동쪽에 있으므로 조선이라 칭하였다.’라고 하였다. 치평요람의 기자를 조선에 봉하였다는 글 주석에는, ‘()의 음은 선()이다. 조선은 동쪽 밖 해가 돋는 곳에 있으므로 이름 지어졌다.’라고 하였다. 

   
▲ ≪동국여지승람≫, ≪치평요람≫, ≪조선사연구≫ 표지(왼쪽부터)

신채호는 조선상고문화사에서, 정인보는 조선사연구에서 똑같이, ‘조선을 같은 음을 지닌 만주어의 주신(珠申)에서 온 것으로 해석하였다. ‘만주원류고에서, 원래 만주어로 소속(所屬)을 주신이라고 하였는데, 숙신은 주신이 전음된 것이라고 기록하였다. 이에 근거하여 주신은 국호의 의미를 지녔을 것으로 인식하였고, 옛 문헌에 보이는 조선과 숙신은 동일한 뜻을 지닌 다른 호칭이었으므로 결국 조선의 명칭은 주신에서 유래하였을 것이라 하였다.  

양주동은 고가연구에서 고대 조선족은 태양숭배 신앙을 가지고 이동하면서 도처에 //이나 //라는 지명을 남겼을 것으로 보고, ()//으로, ()//로 해석하여 /밝새/라고 풀었다.

이병수는 한국고대사연구에서, 삼국유사에 나오는 조선은 국가이름이고, 아사달은 그 수도라는 대목에 주목하여, 이 단어들이 동의어일 것이라고 하면서 조선은 곧 고대조선의 단어 아사달의 중국식 모사라고 하였다.(<중국정사 조선전 역주 1>(국사편찬위원회, 1987) 참고) 

결국, 중국 사람들은 /조선/이란 [조선]으로 인식하였는데, 우리나라 학자들은 /조선/[밝새][주신], 또는 한자의 뜻풀이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0년 전의 사람과 땅이름, 나라이름 속에 나타나는 우리말은 모두 한자로 표기되어 그 명확한 말뜻을 알기엔 힘에 부친다. 하지만 서양의 많은 나라가 그랬듯이 제나라 말을 제나라 글자로 기록하기에는 많은 세월이 흘러야 가능했고, 그러는 동안 표기가 달라져서 본래의 모습은 뒤틀린 모습으로 남게 마련이다.

영어의 역사를 보면 우리와 너무 흡사하다. 로마 카이사르황제는 이미 서기전 55년부터 영국을 침공하였으며, 그 후에도 계속되어 마침내 210년경에 이르러서는 영국 전체를 정복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로마제국의 영국 정복은 410년경까지 계속되었다고 한다. 오랜 세월에 걸쳐 로마제국의 지배를 받은 영국은 강력한 로마제국의 지배에 놓이게 되면서 영어 안에 많은 라틴 어휘가 들어오게 되었고, ‘영자가 아닌 로마자가 영국말을 적는 글자가 되어 굳어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세종대왕이라는, 지구 역사상 유일하게 글자를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만들어 낸 사람이 나타났고, 그 글자는 시간이 갈수록 그 훌륭함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바로 한글이다.




   
 
   
 

홍사내 기자 azaq196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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