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에는 땅속 열매 토란(土卵)을

2013.09.19 06:34:18

[한의학으로 바라본 한식 12]

[그린경제=지명순 교수]  오늘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우리의 큰 명절 한가위다.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8월조에서도 "8월이라 중추되니 신도주(新稻酒·햅쌀로 빚은 술), 오려송편(올벼로 빚은 송편), 박나물 토란국을 선산(先山)에 제물하고, 이웃집과 나누어 먹세"라고 노래하고 있다. 하늘의 반달 모양을 닮은 송편은 하늘의 열매, 나무에 달린 과일은 땅 위의 열매, 흙 속에서 자란 토란은 땅 아래의 열매로 여겨,'하늘·땅·땅 아래'의 모든 것을 정성스럽게 준비하여 조상님께 감사드리는 것이 추석 차례이다. 갖가지 맛있는 음식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토란탕만큼은 추석이 아니면 먹기 어려운 귀한 음식이다. 

토란은 토련(土蓮)이라고도 부르는 천남성과(天南星科)의 여러 해 살이 풀로서, 열대·온대 지방에서 식용으로 널리 재배되고 있다. 줄기는 하늘을 향해 쭉 뻗고, 녹색의 넓고 큰 잎은 연(蓮)잎과 비슷하다. 잎 표면에 왁스성분이 있어 빗방울이 잎에 떨어지면 동그란 물방울이 생긴다. 추석 때쯤 되면 뿌리는 통통하게 살이 올라 먹기에 알맞다. 

토란은 칼로리가 100g당 58㎉ 로 구근류(球根類)중 가장 낮으며, 주성분은 전분이고 텍스트린과 설탕이 들어 있어 고유의 단맛이 난다. 감자류 중에서는 비교적 단백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으며, 칼륨이 365이나 들어 있다. 토란의 미끈미끈한 점액질 성분인 갈락탄(galactan)은 다당류의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결합한 것으로서 혈압과 혈중 콜레스테롤 함량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점액질 성분 중 뮤틴(mutin)은 점막의 손상을 예방하고, 위궤양 예방에 효과적이며, 소화효소인 펩신으로부터 위벽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구근류 중에서 식이섬유가 가장 많이 들어 있어, 변비 개선에 효과가 있다. 최근 토란이 주목받는 이유는 천연 멜라토닌(melatonin) 성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체리듬을 관장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숙면은 물론, 면역력을 높여주고, 피부 미용과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 우(芋-토란)라 하였으며, 위부조(胃腑條)에서 입맛을 돋우어 음식을 많이 먹게 하므로, 늘 국을 끓여 먹으면 좋다고 하였으며, 육부조(肉部條)에서는 살찌게 하고 피부를 좋게하여 용모를 단정하게 한다고 하였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는 토란의 맛은 맵고 매끄러운 성질이 있으며, 약간 독이 있어 날로 먹지 못한다고 하였다. 장관과 위의 막힌 것을 통하게 하고, 살결을 희고 윤기나게 해 주고, 몸의 열을 내려주고, 갈증을 그치게 하며, 숙변을 배출시킨다고 하였다. 또 임산부가 먹으면 어혈을 빼 준다고 하였다. 

토란의 아린 맛은 수산화칼슘이 주성분으로, 열과 식초에 의해 분해되므로 끓이거나 식초에 담그면 없어진다. 껍질 벗긴 토란을 굵은 소금으로 문질러 끈적끈적한 점액을 씻어낸 뒤 쌀뜨물에 삶거나, 생강을 넣어 삶으면 아린 맛을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다. 

소고기 양지머리를 푹 끓인 고기국물에 무를 나박나박 썰어 넣고 삶은 토란을 넣어 다시 한 번 끓이면 차례상에 올리는 '토란탕'이 된다. 또 버섯과 함께 들기름에 볶다가 들깨즙을 넣어 끓인 토란들깨탕도 구수한 맛이 별미이다. 이 외에도 토란조림, 토란튀김, 토란산적, 토란떡 등을 만들 수 있다. 토란을 말려서 가루로 빻으면 먹기가 수월하고, 토란가루를 깨소금과 섞어서 음식 양념으로 사용해도 좋다. 말린 토란 줄기는 육개장·추어탕 등의 건더기로 사용하면 좋고, 나물로 볶아도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토란 줄기에도 독이 있으므로 조리하기 전에 삶아서 물을 여러 번 갈아 주어야 한다. 

과식하기 쉬운 한가위, 토란탕으로 건강하게 보내자!

 

지명순 교수 jms568@yd.ac.kr
Copyright @2013 우리문화신문 Corp. All rights reserved.


서울시 영등포구 영신로 32. 그린오피스텔 306호 | 대표전화 : 02-733-5027 | 팩스 : 02-733-5028 발행·편집인 : 김영조 | 언론사 등록번호 : 서울 아03923 등록일자 : 2015년 | 발행일자 : 2015년 10월 6일 | 사업자등록번호 : 163-10-00275 Copyright © 2013 우리문화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ine996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