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편지 178] 이세창 선생님께 -유정열-

2013.12.17 06:17:31

 [그린경제/얼레빗 = 이한꽃 기자]

100년 편지에 대하여.....

100년 편지는 대한민국임시정부 100년(2019년)을 맞아 쓰는 편지입니다. 내가 안중근의사에게 편지를 쓰거나 내가 김구가 되어 편지를 쓸 수 있습니다. 100년이라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역사와 상상이 조우하고 회동하는 100년 편지는 편지이자 편지로 쓰는 칼럼입니다. 100년 편지는 2010년 4월 13일에 시작해서 2019년 4월 13일까지 계속됩니다. 독자 여러분도 100년 편지에 동참해보시지 않겠습니까? 앞으로 매주 화요일 100년 편지를 소개합니다. -편집자-

문의: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02-3210-0411

 

제가 처음으로 선생님을 알게 된 것은 두 달 전에 독립운동가인 정정화 여사의 일대기인 <장강일기>를 읽으면서였습니다. 책 앞부분에서 두 차례 정도 언급되었지만 저에게는 선생님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호칭은 그냥 편하게 선생님으로 함을 넓은 아량으로 받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정정화 여사는 선생님이 체포되고 투옥된 이후 마지막 부분을 이렇게 서술하셨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아무도 모르게 곳곳에 숨어서 활약한 이세창씨 같은 분이 없었더라면 역사에 이름 석 자를 남긴 독립투사들의 공적도 물거품같이 허망한 것이 되었을 것이다.’
 
  선생님, 그렇습니다. 선생님 같은 분이 계시지 않았더라면 정정화 여사뿐만이 아니라 많은 유명한 독립투사들이 빛나는 업적을 남기지 못했을 것입니다. 저에게는 비록 역사에 뚜렷하게 이름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조용히 뒤꼍에서 헌신적으로 독립운동을 한 선생님이 이 책에 나오는 그 누구보다도 더 큰 사람으로 다가왔습니다.

      정정화 여사의 회고록 <장강일기>

 
  선생님은 그 당시 지하운동요원이셨습니다. 신의주를 통과해야 하는 독립운동가들을 비밀리에 무사히 왕래할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신의주에 있는 세창양복점의 주인이자 재단사인 선생님은 정정화 여사의 제1차와 2차 국내잠입을 책임 맡으셨습니다. 그 일은 누가 보더라도 목숨을 내놓고 해야 하는 매우 힘든 임무였습니다. 그럼에도 선생님은 정정화 여사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면서 그 일을 완수하셨습니다.
 
  선생님, 저는 책에 나와 있는 선생님의 말씀에 금방 반해버렸습니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 느끼는 그 감정을 훨씬 뛰어넘는 신묘한 이끌림이었습니다. 아마 정정화 여사도 선생님의 말씀에 저처럼 감동을 받았기 때문에 잊지 않고 먼 훗날에 책에 서술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은 1920년에 국내에 독립운동 자금을 구하기 위해 잠입하는 정정화 여사에게 그러셨지요. 몸조심하라고, 자기만 생각하면 안 된다고, 남도 생각해야 된다고 하셨지요. 그래야만 그 일을 또 할 수 있다고 하셨지요. 그처럼 목숨을 내건 험악한 일은 자신처럼 생긴 사람이나 하는 일인 줄 알았는데, 젊은 여자가 그것도 귀골로 자란 여자가 그 일을 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하셨지요.
 
  선생님은 이듬해인 1921년 늦은 봄에 2차로 잠입했다가 중국으로 돌아가는 여사에게 이번에는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그 당시 정정화 여사는 국내에서 구한 자금이 많지 않아 실의에 빠져있었습니다. 별것 갖고 걱정한다고요. 미운 놈 자빠뜨리니까 떡판에 코 박고 엎어진다고, 자기 뜻대로만 되면 당초에 나라를 망가뜨리지 않았을 거라며 맘을 놓으라고 하셨지요. 그리고 여사에게 그만큼 한 것도 대단한 것이라고 격려를 하셨지요.
 
  그렇게 두 번이나 정정화 여사의 길 안내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선생님께서는 그만 일경에 체포되고 투옥되셨습니다. 정말 말할 수 없이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그 이후 선생님의 소식은 완전히 끊어졌습니다. 대부분의 독립운동가들이 그러하듯이 아마 선생님도 일제에 의해 모진 박해를 박고 조국의 독립을 바라며 세상을 떠나지 않았을까요.
 
  저는 선생님을 뵙지도 못하고 책을 통해서 선생님과 관련된 몇 부분만을 본 것에 불과하지만 선생님이 걸어가신 길은 그 누구 못지않게 위대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 겨우 나이 20세인, 정말 어리고도 어린 여사를 선생님은 앞장서서 삼엄한 일제의 감시를 피해 길 안내를 해주셨습니다. 게다가 여사가 힘을 잃지 않고 굳건하게 독립운동을 해나가도록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좋은 말씀까지 해주셨습니다.
 
  이세창 선생님,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생님 덕분에 이렇게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당당히 독립된 한 국가로서 세계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나날이 발전해나가고 있습니다. 제가 학교 현장에서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꼭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려줄 겁니다. 이름을 떨친 유명한 사람도 있지만, 선생님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뒤에서 나라의 독립을 위해 적극적으로 실천한 사람도 있다는 것을 꼭 알려줄 겁니다.
 
  선생님, 정정화 여사는 1991년 돌아가셨는데 하늘나라에서 만나보셨겠지요. 하늘나라에서 두 분이 상봉하는 장면을 한 번 상상해보고 잠깐 미소를 지어봤습니다. 선생님을 이승에서는 뵙지 못했지만 꿈속에서라도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히 계십시오.
 

                                                                      
 
              유정열

                                                             
                서인천고등학교 국어교사

 

이한꽃 기자 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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