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달린 외할머니 생신 1

2013.12.26 08:35:53

어른과 함께 읽는 동화

[그린경제/얼레빗 = 이수옥 동화작가]

외할머니께서 세 번은 깨워야 겨우 일어나는 수빈이입니다. 그런 수빈이가 오늘 아침은 새벽부터 동당거립니다. 오늘은 수빈의 일곱 번째 생일이거든요. 같은 반 친구 민지, 정미, 수정이, 다연이, 개구쟁이 짝꿍 준서 까지 초대하겠다며 신바람이 났습니다.

“아빠, 생일 선물 사주실 거지요?”

“그래, 사 줄게. 아빠 5분만 더 자고.”

아빠는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5분만’을 외쳐댑니다. 수빈이 아빠의 별명은 ‘5분만’ 입니다. 아빠 별명이 참 우습지요. 왜 아빠 별명이 ‘5분만’ 인지 아세요? 엄마가 깨울 때마다 언제나 5분만 더 자겠다고 게으름을 피워서 엄마가 붙여준 별명이랍니다. 수빈이는 며칠 전부터 제 생일 날짜를 들먹이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엄마, 내일 모레 수요일이 내 생일인 거 알아요?”

“아무려면 엄마가 외동딸 수빈이 생일도 모를까봐?”

   
▲ 그림 김설아 (동신중학교 1학년)

수빈이는 엄마 목에 매달려서 온갖 아양을 떨며 별별 주문을 다 합니다.

“엄마, 생일파티 생일케이크는 고구마 생크림으로 사주고요, 과자랑 음료수도 사 주어요.”

“뭐? 과자와 음료수까지?”

엄마는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수빈이 얼굴을 쳐다봅니다.

“친구들 초대할 거니까 과자랑 음료수도 있어야 하잖아요?”

엄마는 친구들이 먹을 거라며 과자와 음료수를 사달라고 조르는 수빈이가 짠합니다. 아토피피부 때문에 과자나 음료수를 마음대로 먹을 수 없는 수빈이거든요.

“그래, 알았어. 하지만 과자랑 음료수는 생일날뿐이다. 인스텐트 식품이 수빈이 몸에 안 좋은 거 알지, 그 대신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뭐든지 말해. 엄마가 다 만들어 줄게.”

회사일로 언제나 동동걸음으로 바쁜 엄마가 뭐든지 만들어 준다니까 수빈이는 날개라도 달린 듯 팔랑거리며 좋아합니다.

“엄마, 내가 좋아하는 콩나물 잡채 만들어 주세요. 떡볶이도 만들어 주세요. 고구마 맛탕도 만들어 주세요.”

“그래, 우리 수빈이 생일날 엄마가 그 정도야 못해주겠어.”

수빈이네 반, 반장 생일날에는 학생들 모두에게 학용품을 선물했다고 합니다. 그것뿐만이 아니랍니다. 아주 근사한 식당에서 멋진 생일파티도 열어 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수빈이는 친구들은 안 좋아 할 지도 모르는 콩나물잡채, 고구마 맛탕, 떡볶이를 만들어 달라는 수빈이를 생각하니 엄마는 가슴이 또 찡해집니다.

회사에 다니느라 늘 바쁜 엄마는 수빈이에게 미안한 점이 한 두 가지 아닙니다. 수빈이가 학교 입학하고 처음 가는 체험학습도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달리기를 잘하는 수빈이가 운동회 날 일등으로 달리는 모습도 못 봤습니다. 수빈이네 반 공개수업 하는 날은 꼭 가겠다고 약속을 해놓고, 그 날도 회사일이 바빠서 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수빈이 생일날만큼은 수빈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정성껏 만들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회사일이 바빠서 겨우 반나절 휴가를 냈습니다. 회사일이 워낙 바빠서 하루를 몽땅 휴가를 낼 수가 없거든요.

“어머니, 저 오늘 일찍 퇴근 할 거예요. 떡볶이랑 콩나물 잡채, 고구마 맛탕도 만들 재료들을 사다주세요. 수빈이가 학교 친구들을 초대 한대요.”

엄마가 외할머니에게 돈을 드려도 외할머니는 화가 나신 얼굴로 받을 생각을 안 하십니다. 아예 엄마얼굴을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어머니, 어디 아프세요? 일찍 들어 올 게요.”

외할머니는 여전히 아무런 대꾸도 안 하셨습니다.

<날개 달린 외할머니 생신 2> 로 이어집니다.

 <날개 달린 외할머니 생신>은  《고향으로 돌아 온 까치네》속에 들어 있는 동화입니다. 이 책은 이수옥 작가가 글을 쓰고 중학교 1학년인 김설아 손녀가 그림을 그린 동화로  할머니와 손녀의 풋풋한 사랑이 새겨진  따뜻한 이야기 책입니다.  이 책은 인터파크 등에서 인기리에 판매 중에 있습니다.(편집자 설명)

이수옥 기자 suock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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