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달린 외할머니 생신 2

2014.01.02 09:04:34

어른과 함께 읽는 동화

[그린경제/얼레빗 = 이수옥 동화작가] 엄마는 식탁 위에 돈을 올려놓고 수빈이 손목을 잡아끌었습니다. 그래봐야 대문 앞에서 바로 헤어지는데 말입니다. 엄마는 급하게 자동차 문을 열며 손을 흔들었습니다.

“우리 딸, 학교에서 한 눈 팔지 말고 공부 잘해.”

“알았어요, 일찍 와야 돼요. 내 생일파티 멋지게 열어주세요.”

“알았어, 알았어.”

수빈이는 생일날도 공부 잘하라는 엄마가 조금 미웠습니다. 수빈이 머릿속은 온통 생일파티뿐이거든요. 학교에서도 마지막 수업종이 언제 울리나 지루하기만 했습니다. 수빈이는 자기가 만든 초대장을 친구들에게 주었습니다. 초대장에는 학교운동장 미끄럼틀 앞에서 3시에 만나자고 썼습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시간이 되었습니다. 3층에 있는 교실에서 운동장 미끄럼틀 앞이 아득히 멀게 느껴집니다. 화다닥, 총총총 계단을 내려와 미끄럼틀 앞으로 달려갔습니다.

민지, 정미, 수정이, 다연이 등 생일파티에 초대한 친구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습니다. 개구쟁이 짝꿍 준서 까지 모두 다 모였습니다. 수빈이는 하늘을 날아 갈 듯, 기분이 상쾌했습니다. 친구들과 노래를 부르며 신나게 집으로 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 그림 김설아(동신중 1학년)

엄마는 물론, 외할머니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생일파티준비가 하나도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수빈이는 그만 울상이 되었습니다. 친구들도 황당한 눈빛으로 수빈이 얼굴을 번갈아 쳐다봤습니다. 그때, 현관문이 열리면서 엄마가 헐레벌떡 들어왔습니다.

“수빈아, 미안해. 엄마가 많이 늦었지? 회사에서 갑자기 일이 생겼어. 엄마가 금방 떡볶이 맛있게 만들어 줄게. 잡채도 만들어 주고. 그런데 수빈아, 할머니는 어디 가셨니?”

엄마는 숨도 안 쉬고 한꺼번에 물었지만 수빈이는 울고 싶었습니다.

“몰라, 몰라. 집에 오니까 할머니 안 계셨어.”

잔뜩 화가 난 수빈이는 벌처럼 톡톡 쏘면서 말했습니다. 속눈썹인 짙은 커다란 눈에 눈물이 방울방울 맺혔습니다. 눈을 살짝 감았다가 떠도 구슬 같은 눈물이 주르륵 쏟아질 것만 같습니다.

‘도대체 할머니가 어디를 가셨지?’ 엄마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습니다. 그렇지만 외할머니는 집안 어디에도 계시지 않았습니다. 식탁 위에는 아침에 엄마가 외할머니께 드린 돈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습니다. 다급해진 엄마는 외할머니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어머니, 지금 어디 계세요? 시장 좀 보아다 놓으라고 했잖아요?”

외할머니가 무어라고 말씀하셨는지 엄마는 왈칵 성을 내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멋진 생일상을 잔뜩 기대했던 수빈이는 엉엉 소리를 내어 울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엄마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금방 환한 미소를 지으며 수빈이에게 말했습니다.

“수빈아, 엄마가 맛있는 거 사줄게 밖으로 나가자. 얘들아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너희들 모두에게 선물도 사 줄게.”

친구들 모두에게 선물을 사 준다는 엄마 말에 친구들이 활짝 웃습니다. 수빈이도 방울방울 맺힌 눈물을 쓱 닦고 환하게 웃었습니다.

“수빈아, 울다가 웃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엄마, 쉿.”

수빈이는 얼른 두 손으로 엄마의 입을 막았습니다. 엄마가 울다가 웃으면 똥꼬에 털 나는데, 라고 말하면 큰일입니다. 평소에도 수빈이가 울다 웃으면 그런 말을 잘하는 엄마입니다. 엄마가 친구들 앞에서 그렇게 말하면 얼마나 창피하겠어요.

엄마는 반장 생일날에 가 보았던 식당보다 더 멋지고 근사한 식당으로 갔습니다. 생일케이크도 제일 큰 걸로 샀습니다. 엄마는 친구들에게도 인심을 팍팍 썼습니다.

‘보물창고’ 선물가게에서 요즘 유행하는 예쁜 스티커와 게임기가 달린 비싼 필통을 친구들에게 선물로 사주셨습니다. 친구들이 좋아서 팔짝팔짝 뛰면서 기뻐했습니다.

수빈이는 친구들에게 모두 선물을 사주는 엄마가 정말 멋져보였습니다. 괜히 어깨가 으쓱으쓱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생일파티를 멋지게 치루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어쩐 일인지 그때까지 외할머니는 들어오시지 않았습니다. 깜깜한 밤이 되어도 들어오시지 않았습니다. 엄마가 걱정스런 얼굴로 외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어머니, 어디 계세요? 네에, 엄마네 집이라고요? 빨리 오세요.”

*<날개 달린 외할머니 생신 3>으로 이어집니다.

<날개 달린 외할머니 생신>은  《고향으로 돌아 온 까치네》속에 들어 있는 동화입니다. 이 책은 이수옥 작가가 글을 쓰고 중학교 1학년인 김설아 손녀가 그림을 그린 동화로  할머니와 손녀의 풋풋한 사랑이 새겨진  따뜻한 이야기 책입니다.  이 책은 인터파크 등에서 인기리에 판매 중에 있습니다.(편집자 설명)

이수옥 기자 suock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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